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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일보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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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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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취재를 마친 김자동은 경북지역 산골두메의 취재에 나섰다. 며칠 동안 취재를 마치고 3월 29일 치에 "날로 늘어가는 절량민(絶糧民), 전농가의 반수 넘어, 기대 건 국토사업에도 실망의 빛 - 초근목피로 근근이 연명"이란 제목의 기사를 썼다.

이어서 4월 4일부터 3회에 걸쳐 '현지보고' 기사를 썼다. 여기서는 4월 5일 치에 실린 두 번째 기사를 소개한다. "경북의 절량지대 - 산나물마저 떨어진 두메, 굶다 굶다가 부황증 들어" 제목의 기사다. 교통이 불편하던 당시 경북 산골두메를 다니며 취재한 실태보고이다. 

현지보고(現地報告) 

율곡부락에서는 얼굴이 누렇게 부은 사람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김재수(30) 씨도 부황증에 걸린 사람 중의 하나이다. 자기 땅이 없어 남의 땅을 갈고 있는데 반타작을 하여도 풍년이 되면 겨우 양식을 안떨어지게 할 수 있는 집이라 한다. 작년의 흉작 때문에 음력설 전에 벌써 양식이 떨어졌으며 지금은 쌀겨와 수수가루에 시레기죽을 끓여서 먹으며 목숨을 이어 나간다고 한다. 

네 식구 중 일 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뿐이라 나무를 해다 팔 시간도 없으며 산나물을 캐올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4년 전에 제대한 김씨는 50쯤 되어 보였으며 그래도 이제는 자기가 있어 형편이 나아진 편이라고 설명하였다. 군에 간 동안 늙은 아버지는 동네의 동정으로만 살아왔다고 그는 말하였다.

그 이웃에는 밭 두 마지기로 살아가는 늙은 부부가 있었다. 좀 큰 애들은 읍에서 남의 집에 살고 있으며 어린 4남매를 데리고 사는 이집은 60된 영감 혼자서 밭일을 하는 형편이다.

이 노인이 나무를 해다 팔면 4, 5백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였다. 이것도 나무 캐는 데 하루 걸리며 파는데 하루가 걸리니 하루에 평균 200환 수입도 못되는 셈이다.

그 집 식구들은 굶기가 일쑤라 한다. 어린 애들이 산나물도 더러 캐오나 이곳 산에는 쑥도 별로 없으며 칡뿌리는 애들의 기운이 모자라 잘 캐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저녁을 짓고 있는 부엌을 들여다보니 콩잎을 끓이고 있다. 여기에 보리 몇 알 넣어 죽이라고 먹는다고 한다.

"그것도 계속 안 됩니다. 그저 굶다 먹다 하며 허리를 졸라매며 살아가는 것이지요."

누렇게 들뜬 그의 얼굴에는 희망도 없으며 누구를 원망하는 빛도 없었다. 타고난 팔자를 한탄할 뿐이다. 뜰에 놓아기르는 닭 두 마리와 우리에 송아지가 한 마리 있는데 그것도 남의 것이라 한다. 그나마 있으니 '빚'도 더러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그 노인은 설명해 준다. 

이것이 율곡만의 형편이 아니라 청송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실정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대하여 당국에서는 구정권에서 물려받은 것이라는 점만 말하고 있다. 농림부의 구호책이란 보사부에서 맡아 할 구호책 정도 이것에 지나지 않는다. 구 정권 때는 외식이 붙었던 대여양곡에 이식이 없어졌다는 것만을 내세우나 그나마 대여된 양곡이 부족된 식량에 비하면 수십 분의 일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농림부에서도 자인하고 있듯이 이들에 대한 항구적인 구호책이란 찾아볼 수 없다.
수리사업에 있어서도 이 정권 때 계획안한 것 마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 한다. 율곡의 경우만 하여도 한 사람이 평균 2만환이 넘는 빚을 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현 농가부채를 8백억 환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적어도 청송군의 경우를 보면 이렇게 적은 숫자가 나올 도리가 없으며 어떻게 통계를 낸 것인지가 의심스럽다. 2천억 환이 되리라는 일반적 추산보다도 오히려 훨씬 넘지 않을까 여겨진다.(김자동 기자) (주석 11)


주석
11> <민족일보>, 1961년 4월 5일.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상식인 김자동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김자동, #김자동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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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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