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믹스드존에서 질문을 받고 생각에 잠긴 린샤오쥔.

12일 믹스드존에서 질문을 받고 생각에 잠긴 린샤오쥔. ⓒ 박장식

 
3년 전 중국으로 귀화를 선택했던 린샤오쥔(귀화 전 임효준)이 4년 만에 한국에서 펼쳐지는 세계선수권 출전을 마쳤다.

린샤오쥔은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펼쳐진 2023 KB금융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개인전 메달이 불발된 린샤오쥔은 남자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혼성 2000m 계주에서 은메달 하나씩을 건지며 서울 대회를 마무리했다.

다사다난했다. 린샤오쥔은 주종목인 500m 결승에서 1위로 들어오면서 자신의 조국이었던 나라에 일격을 가하는가 싶었지만, 트랜스폰더를 차고 들어오지 않는 실수를 범하며 그대로 실격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처음으로 취재진들 앞에서 말문을 연 린샤오쥔은 "아직 많은 팬들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국적도 유니폼도 바뀌었지만... 기량은 여전했다

4년 만의 세계선수권 복귀였다. 하지만 국적도, 그에 따라 유니폼도 바뀌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4년 전과는 달리 오성홍기를 달았다. 올림픽 출전이 불발된 이후 처음으로 나서는 세계선수권, 그것도 옛 조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이기에 린샤오쥔 본인에게도, 지켜보는 빙상 팬들도 마음 속이 복잡할 대회였다.

복귀 후 첫 국제대회를 갖는 시즌에서 린샤오쥔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린샤오쥔은 1·2차 월드컵과 사대륙선수권에서는 부진했지만 3차 월드컵 혼성 2000m 계주 은메달을 시작으로 다시 시동을 걸었다. 이어 5차 월드컵에서는 500m와 남자 5000m 계주 금메달을 따내며 자신의 복귀를 알렸다.

특히 세계선수권 직전 열린 6차 월드컵에서도 500m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하는 한편, 남자 계주 결승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나서 한국의 '에이스'로 떠오른 박지원과 경쟁한 끝에 은메달을 차지하는 등 중국 귀화 이전의 기량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옛 조국 땅에서 나선 세계선수권의 첫 질주는 그리 좋지 못했다. 500m 개인전에 나서 준준결승, 준결승을 모두 1위로 통과한 린샤오쥔은 결승에서도 이탈리아의 피에트로 시겔과의 치열한 승부 끝에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나 싶었지만, 계측기기인 트랜스폰더를 착용하지 않는 실수로 실격되는 해프닝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 충격 탓인지 1000m 개인전에서는 준결승 문턱도 넘지 못하고 탈락한 린샤오쥔. 하지만 린샤오쥔은 이어 열린 혼성 계주 결승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네덜란드에 이은 은메달을 따내고, 남자 계주 결승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나서 질주하며 중국의 금메달을 만들어냈다.

린샤오쥔은 결승선을 넘는 순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 지었던 두 팔을 벌리고 포효하는 세레머니를 다시 펼쳤다. 사람은 같지만, 유니폼이 달라졌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실감되는 순간이었으리라.

"아직도 많은 한국 팬들께서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입국 당시에도, 대회 중간에도 인터뷰를 피했던 린샤오쥔은 12일 모든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믹스드존에서 입을 열었다. 중국 팀 관계자가 믹스드존에 서려는 그를 만류하면서 인터뷰가 불발되나 했지만, 린샤오쥔은 취재진 앞에 서며 입국 당시 '모든 대회가 마무리되고 입을 열겠다'는 약속을 다행히도 지켰다.

린샤오쥔은 "모든 선수가 매 대회 소중한 것처럼, 나도 올 시즌 4년 만에 세계선수권에 나서게 되었다"면서, "이번 대회도 오래간만에 한국에서 하다 보니 긴장된 점도 있지만, 지난 월드컵 때처럼 계속 하면 되겠지 싶어 꾸준히 노력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징계, 귀화 등 일련의 소동을 겪었던 린샤오쥔은 "힘들지만, '내가 지금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많은 한국 팬들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중국 팬들도 멀리 한국까지 응원을 와주셔서 감사했다"며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린샤오쥔은 500m 실격 해프닝에 대해서도 "1등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심판이 트랜스폰더가 어디에 있냐고 찾더라. 단지 내 실수로 인한 일이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어제 경기력이 좋았기 때문에 메달을 받은 것만 같았다"며 개의치 않음을 드러냈다.

린샤오쥔은 아울러 "내년에는 더욱 좋은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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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샤오쥔 임효준 쇼트트랙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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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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