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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고민정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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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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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요즘 뉴스를 보면 화가 난다. 텔레비전을 꺼버리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한두 달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지금도 그렇다. 임기가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숨이 막힌다. 그런데 아직 4년이나 남았다"며 "이 어려운 상황들이 다만 분노로만 표출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고 의원은 1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에서 열린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창원KBS 아나운서를 지내기도 한 고 의원은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민주당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그냥 윤석열, 국민의힘이 싫다고만 해서는 안된다"고 한 그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 산업재해로 죽어간 사람들, 비정규직 여성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이 싫다고만 외치는 것은 너무 한가로운 것이다. 지금 세상이 너무나 힘든 지경까지 왔다"고 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배상 방식'에 대해, 고 의원은 "우리가 일본에 내주었으면 하나는 받아와야 한다. 외교는 큰 나라와 작은 나라 사이든 일 대 일이어야 한다. 그래서 외교는 전쟁이다"고 했다.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 관련해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일본이 수출규제를 했다. 그래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싸웠고, '지소미아'가 중단되었다. 이게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일본이 우리 대법원 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고 수출규제를 했던 것이다.

대법원 판결대로 하지 않는 걸 우리가 내어주었다면 일본에서 받아오는 게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 일본은 수출규제를 풀지도 않았다. 문 전 대통령 때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그런데 일본이 수출규제를 풀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WTO 제소를 풀었다. 이런 외교가 어디에 있느냐. 그래서 조공 외교라고 한다. 옛날 조선시대에 사는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으면 명나라에 가서 무릎 꿇고 했던 시대로 돌아간 것 같다. 자존심이 상한다."


중국·러시아와 관련해, 고 의원은 "중국이 40여 개국에 대해 단체관광을 풀었는데 한국은 빠져 있다.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를 버리고 갈 것이냐. 지금은 냉전 시대처럼 할 때냐"며 "외교는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를 살리는 문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석열 대통령한테 정말 부탁드리고 싶다. 문재인 전 대통령 지우기를 그만두고 그냥 나라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까지 하는 거 보면 문 전 대통령이 했던 것을 다 지우다 보니 너무 많이 지워서 나라까지 지우려고 하는 것 같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미워하기에는 너무 상황이 좋지 않다"고 했다.

"숨이 턱턱 막힌다"고 한 그는 "우리는 야당 노릇만 하면 된다. 그런데 야당은 예산 권한이 없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닐 때도 국민을 살리겠다며 한 몸을 바쳤다. 지금 민주당은 여당처럼 예산도, 정책도, 외교도 걱정해야 한다. 그 이유는 이 나라를 이대로 무너지게 할 수 없으니까. 나라는 살리고 봐야 한다. 그런 절박함이 우리에게 있다. 우리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대통령은 야당이 하는 말은 무조건 안 듣는 것 같다. 우리가 제안했던 대로 했다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렇게까지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반대로만 가다 보니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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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의 일몰에서 내일 아침의 일출을 읽는 마음이 지성"

민주당 내부 사정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당 고문은 당을 지켜온 사람들"이라고 한 고 의원은 "어머니께서 오래전 '운명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운명을 깨부수고 살아가는 게 인생인 것 같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그것은 오래 사신 분들의 삶의 지혜인 것 같다"며 "당 고문들이 어떨 때는 그것밖에 못 하느냐라고, 또는 아무 말씀을 하지 않으실 때가 있는데, 그런 분들이 계신다는 것만으로 힘이 된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나이가 많을수록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분들을 그냥 두고 가면 안 되고 손을 잡아야 한다. 세상을 오래 산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통찰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은 서울이 많이 힘들고 경남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당이 힘들 때마다 당을 지켜준 분들이 고문이다"고 했다.

이어 "힘들다고 해서 그냥 주저앉아 있을 것인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해야 한다. 어떨 때는 목숨을 내놓는다는 각오로 민주당을 지켜오신 것"이라며 "당 고문들을 볼 때마다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우리 모두 나는 김대중만큼 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연을 언급한 고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은 카메라 앞과 뒤의 모습이 다르지 않았다. 그런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KBS 아나운서로 있을 때 많은 정치인과 유명 인사들을 만나 봤다. 대개 유명 인사들은 98%가 카메라 앞과 뒤가 다르다. 카메라 앞에서는 친절한데 카메라가 꺼지면 권위적이다"라며 "카메라 앞뒤를 구분하지 않는 사람이 문 전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들어 함께 하게 되었다"고 했다.

'친문(문재인)'에 대해,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래 같이했다. 그래서 마음을 알게 되었다. 기자들이 '친문'이냐고 물어보면 고맙다고 이야기한다"며 "지금은 '친문', '반문', '친명(이재명)'이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저한테 이재명 대표를 왜 싫어하느냐고 물어보는데, 저는 이 대표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고 의원은 "지금 당내 상황이 많이 어렵다. 이재명 대표를 지켜달라는 목소리가 있고 이대로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다. 어느 것이 옳은지 판단할 수 없다"며 "우리 안에서 수많은 갑론을박의 의견이 분출되어야 한다. 다만 누군가를 밟고 가는 것은 안 된다. 안에서는 치열하게 싸우지만 바깥에서 공격하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했다.

"선배들한테 민주당은 왜 맨날 어렵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고 한 그는 "선거는 이겨야 한다. 이기는 싸움은 우리 힘만으로는 안 된다.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보궐선거, 심지어 지도부 선거도 힘들다. 누군가는 원래 우리는 그렇다고 하더라. 그것은 우리가 진보이기 때문이다. 진보는 세상을 개혁하는 사람들이기에 당연히 저항이 있을 수 있지만, 보수는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기에 진보보다 조금 녹록하다"고 했다.

"결국은 확장해야 한다"고 한 그는 "노무현 정신으로 해야 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우리를 뽑아줄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기려면 나를 찍지 않았든, 민주당을 싫어하거나 좋아하지 않든,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품에 안아야 한다"며 "당 안에서 누구 편이냐, 네 생각은 어떠냐며 사상 검증하듯이 하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 저녁의 일몰에서 내일 아침의 일출을 읽는 마음이 지성입니다"라고 했던 고 신영복(쇠귀) 선생의 말을 든 고 의원은 "일몰은 절망이라고 말하는데, 신영복 선생은 일몰이 끝난 게 아니라 내일 아침에 떠오를 태양을 준비하자고 했다. 그것을 읽어내고 행동하는 걸 지성이라고 했다"며 "일몰에서 일출을 읽어내는 민주당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금 많이 힘들고 어렵지만, 국민들은 안다. 민주당이 새로운 활기를 다시 만들어 내는 게 우리의 의무다"라고 말했다.

고민정 의원은 "민주당 안에 어려움과 갈등이 있지만 종국에는 서로 감싸 안지 않으면 모두 몰락한다. 그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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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고민정 의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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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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