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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는 진작 꽃소식이 전해 왔지만 바람이 많은 내가 사는 군산은 이제야 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우수·경칩이 지나고서야 3월이 오면서 날씨는 포근한 바람이 분다. 그 맵던 차가운 바람은 어디로 숨었는지, 계절은 참 오묘하다. 때가 되면 자기만의 역할을 잘 해내고 꽃들은 때 맞추어 피어난다.

봄은 역시 꽃소식으로부터 찾아온다. 매화가 언제 피려나 가슴을 졸이며 기다린다. 보고 싶고 기다려지고 얼마나 가슴 뛰는 그리움인가. 매화꽃 꽂아 놓고 매화 한 송이 띄워 마시는 차 한 잔은 내게는 봄 축제 같다.

꽃 중에도 매화꽃을 좋아한다. 우리 동네에는 나만 아는 숨겨 놓은 매화나무 한 그루가 있다. 매화꽃을 좋아하는 나는 가까이에 매화나무가 있을까 눈여겨보면서 동네를 돌아다녀 본 적이 있다. 멀리까지 가서 매화꽃을 꺾어 오기는 쉽지 않다. 그것도 임자가 있는 나무라면 더더욱 내 마음대로 꽃을 꺾지 못한다.

공터의 매화나무를 발견한 것은 3년 전이다. 나는 동네들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공터에 커다란 매화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고 와아!  매화나무, 하고서 혼자 탄성을 질렀다. 그 길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다. 차도 간간히 다니는 길, 주인이 있는 듯 하지만 관심을 두지 않고 버려진듯한 공터에 있는 매화나무다.

나는 매화나무를 발견하고부터는 매년 봄이 오면 그리운 친구를 기다리듯 매화꽃이 피기를 기다린다. 공터에 피여 있는 매화나무는 나만의 알고 있는 비밀 공간이 되었다. 집에서 멀지도 않은 곳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매화나무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나만 좋아서 꽃망울이 생기면서 꽃이 피고 질 때까지 몇 번을 가서 바라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어 주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시에서 나온 말을 음미해 본다. 모든 사물은 내가 관심을 가져 주고 말을 걸어 주며 애정할 때 내게로 와서 마음의 친구가 되어 준다.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 축복이다. 우선 내가 살아있으니 축복이고 계절마다 선물처럼 꽃으로 또는 신비한 자연으로 우리에게 친구가 되어 주는 것도 축복이라 생각한다.
 
 매화 꽃을 꽂아놓고 마시는 차 한 잔은 봄을 마시는 느낌이다.
▲ 매화 꽃과 꽃 띄운 차  매화 꽃을 꽂아놓고 마시는 차 한 잔은 봄을 마시는 느낌이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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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누군가에게 축복의 선물을 주며 살고 싶어 진다. 지난 번 3.1절 행사로 시 낭송 회원들은 시극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면서 수없이 연습을 하고 행사 끝나고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사람 사는 일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진심을 다 하면 좋은 결과가 오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고 서로의 정도 두터워진다. 

행사 끝나고 수업하는 날 나는 그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봄을 선물하고 싶었다. 며칠 전 매화나무를 찾아보았을 때는 아직 피지 않아 봉우리만 보였는데 시 낭송 수업 가는 화요일 매화나무를 찾아가니 제법 꽃이 핀 것도 있고 봉오리도 더 통통해졌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서는 마음을 내야 한다. 
 
시 낭송회 수업날 회원들에게 나누어 준 매화 꽃 가지.
▲ 매화 가지 시 낭송회 수업날 회원들에게 나누어 준 매화 꽃 가지.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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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수고롭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면 더없이 내 마음도 기쁨을 느낀다. 기쁨이란 상대성이다. 상대가 기쁘면 나도 기쁘고 서로 기쁨이 배가 된다. 내가 찾아간 매화나무는 오늘도 외롭게 서 있다. 겨우내 춥고 찬 서리를 이겨내고 꽃을 피워 주고 있건만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는 듯하다.

꽃가지를 꺾는 것이 조금은 미안하지만 매화나무도 전지를 해 주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너무 촘촘한 가지는 숨을 쉬게 해 주어야 한다. 내가 필요한 만큼 꺾어 집에 와서 잘 다듬어 뚜껑이 없는 차 주전자에 꽂아 놓고 투명한 음료수 유리병에 사람들 몫을 지어 매화꽃을 꽂는다. 매화는 많이 꽂지 않아도 한두 가지만 꽂아 놓아도 향기를 보내주고 운치가 있다.
 
시 낭송 수업을 마치고 매화 한두 가지 가지고 집에 가서 꽂아 놓은 매화 꽃.
▲ 회원에게 선물한 매화 한가지 시 낭송 수업을 마치고 매화 한두 가지 가지고 집에 가서 꽂아 놓은 매화 꽃.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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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매화 꽃을 꽂아 놓았다.
▲ 유리 컵에 꽂아 놓은 매화 꽃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매화 꽃을 꽂아 놓았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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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란 큰 것이 아니다. 작은 것이라도 마음이 담겨 있으면 선물이 된다. 시 낭송 공연장에 녹차를 준비해 가지고 가서 꽃 한 송이 띄워 차를 건넨다. 매화 향을 맡으며 향기로운 차 한 잔으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마음으로 봄을 맞이한다. 꺾어간 매화 가지는 모든 회원들에게 한두 가지씩 손으로 건네진다.

내가 전하는 매화 한 가지는 내 곁에 계시는 분들에게 봄 선물을 전하는 일이다. 모두들 좋아하는 마음이 닿으면 그것 하나로 우리는 행복하다. 행복은 서로의 가슴 안 숨어 있는 술레다. 내가 꺼내 같이 놀 때 삶은 더욱 꽃처럼 피어 날 것이다. 나는 이 봄날 매화꽃 한 가지와 매화 꽃 띄운 차 한 잔으로 봄을 선물한다.

다음 날 시 낭송 회원들은 매화를 한 가지 꽂아 놓아 놓고 매화 향기에 취해서 모두들 카톡방에 소식을 전한다. 그 모습이 흐뭇하고 기쁘다. 시를 대하고 낭송을 하는 일도 마음 안에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사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매화 꽃 , #시 낭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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