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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지난 1월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지난 1월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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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배석판사 권슬기·박건희) 심리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관련 두 번째 공판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해 9월 말 심경 변화를 일으켜 자백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너무 지쳐 있었다. 주변 형제라는 사람들도 나 몰라라 방치만 하고 있었다. 나를 몰아가는 느낌이 더 들었다.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백하게 된 거다. 윗분까지 끌고 올 생각은 없었는데 이후 저만 공격하고 낙인찍는 모습에, 오죽하면 JMS 광신도 같이 있다가 탈출한, 넷플릭스에서 하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내가 그 입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유 전 본부장은 "지난 10년간 '나는 이재명을 위해서 산다'고 스스로를 세뇌했다. 그 때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때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을 때 대법원에서도 패소하면 광화문에서 분신할 생각까지 했다"면서도 "지난해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자신에게 민주당 측이 이른바 '감시용 변호사'를 보냈고, 혐의를 뒤집어씌우려 하자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이 언급한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유 전 본부장 사건을 맡겠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연락한 전아무개 변호사와 김아무개 변호사를 가리킨다. 김 변호사의 경우는 유 전 본부장 배우자가 근황을 궁금해한다는 이유로 유 전 본부장과의 접견을 요구했다.

앞서 7일 공판에서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원하지 않는데 두 변호사가 연락해 왔고, 이들이 김의겸 민주당 의원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두 사람이 피고인 유동규의 검찰 수사상황을 유출했다"라고 주장했다.

'발렌티노' 박스 들고 온 검찰
 
지난 2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지난 2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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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에서 검찰은 남욱 변호사가 건넨 돈이 유 전 본부장을 거쳐 김용 전 부원장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김 전 부원장은 민주당 대선후보 예비경선 전후인 지난 2021년 4월에서 8월 사이 유 전 본부장 등과 공모해 남욱 변호사에게서 대선 자금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남욱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에게 8억4700만 원을 건넸으나 김 전 부원장에게 6억 원만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1년 4월 남욱 변호사에게 돈을 건네받은 정민용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에게 1억 원을 줬고, 유 전 본부장이 이를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은 봤다. 또 2021년 6월 남욱 변호사가 5억 원을 마련해 정민용 변호사를 거쳐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고, 이중 3억 원을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유 전 본부장은 남은 자금 2억 원과 정 변호사로부터 추가로 받은 1억 원을 합한 3억 원 중 2억 원만 따로 빼 김용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이날 검찰은 지난 1차 공판에 이어 다시 한번 정민용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에게 5억 원을 전달할 때 사용했다는 붉은색 계열의 골판지 상자(발렌티노 신발 상자)를 법정에 가져와 선보였다. 

검찰 : "돈이 어디에 들어있었는지 어떤 식으로 포장되었는지 기억하나?"
유동규 : "빨간 상자 안에 들어가 있던 걸로 기억한다."
검찰 : "어떤 브랜드?"
유동규 : "나는 브랜드는 잘 모른다. '발렌티노'라는 거는 들었다." 
검찰 : "빨간 박스라는 건 기억나나?"
유동규 : "빨간 박스는 기억난다."

검찰 : "정민용이 2021년 6월 하순에서 7월 초순에 건넨 박스가 맞나?"
유동규 : "(PPT 속 사진 가리키며) 저 박스 맞는것 같다."
검찰 : "(박스를 직접 들어보이며) 이 박스 맞나?"
유동규 : "같은 박스다."
검찰 : "발렌티노 슬리퍼 박스인데. 1억이 저렇게 들어간다. 돈이 (PPT 사진처럼) 저렇게 들어있던 것이 맞나?"
유동규 : "네. 아마도."


검찰은 7일 공판에서 "5만 원권 100장을 1묶음으로 만들어 현금 9500만 원을 박스에 나란히 정렬하고 나머지 한 묶음은 빈 공간에 넣으면 1억 원이 박스에 담긴다"며 "정민용은 상자 5개(5억 원)를 나이키 가방에 담아 유동규에게 전달했다. 유동규는 김용에게 이 중 2억 원을 인적이 드문 경기도청 인근 도로에서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보다 구체적인 정황을 설명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9일 유 전 본부장이 작성해 검찰에 제출한 자필 진술서도 일부 공개했다.

진술서에는 "2021년 초 김용이 이재명 대선자금 10억 원 정도 준비해 달라고 했다"며 "남욱은 부동산 신탁회사 설립과 안양 군부대 탄약고 이전에 도움을 달라고 하면서 선거자금을 본인이 제공한다고 말했다. 남욱은 2021년 3~4월부터 8~9월까지 세네 번에 걸쳐 저에게 그 돈을 줬다. 7, 8억 원(현금)을 세네 번 나누어 (김용에게) 전달했다"라고 적혔다.

'이재명-정진상' 관계 따져 묻다 제지당한 강백신 부장검사
 
구속영장 기한 만료로 최근 출소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기획본부장이 지난 2022년 10월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관련 재판에 출석한 뒤 법원을 떠나는 모습.
 구속영장 기한 만료로 최근 출소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기획본부장이 지난 2022년 10월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관련 재판에 출석한 뒤 법원을 떠나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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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은 주로 김영석 검사에 의해 이뤄졌다. 하지만 오전 신문 진행 과정에서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3부 강백신 부장검사가 마이크를 잡고 직접 질문을 하기도 했다. 주로 김용 전 부원장의 혐의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었다.

강백신 검사 : "최윤길이 야당인데, 민주당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위해 성남시 의회 의장 선거에서) 지지하려면 이재명의 승인이나 오케이가 없으면 그런 지지를 할 수 없는 게 맞나?"
유동규 : "그런 비슷한 상황이었던 것은 맞다."

강백신 검사 : "정진상이나 김용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상대당을 지지하려는 설득 작업을 하는 것 또한 이재명의 승인 없이 독단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일 아니었나?"
유동규 : "당연한 기본전제로 깔리는 부분이다. 그게 훨씬 유리했다. 당시에 민주당은 소수당이었다. (성남시의회) 의장에 나올 수 없었다. 어차피 우리  쪽에서 나오지 못할 의장이면 상대당이 우리에게 유리할 사람이 하는 걸로."

강백신 검사 : "비록 최윤길이 상대당 의원이지만 민주당 의원이 상대당 의원 지지하는 건 이재명 시장의 정치적 유리한 지형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나?"
유동규 : "당연히 그렇다. 전반기(이재명 시장 1기) 때 거의 하지 못했다."


이 대화가 오가기 10여 분 전쯤엔 강 부장검사가 유 전 본부장에게 "당시 정진상 실장에게 보고하는 내용은 이재명에게 보고해달라는 취지냐"라는 질문을 했고, 유 전 본부장은 "저는 그 당시에 성남시 공무원도 알텐데 정진상 통해서 일반적으로 시장실로 가게 돼 있다. 시장실 가게 되도 진상이랑 협의하고 왔냐고 물어보는 이야기 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결국 반복되는 문답에 조병구 부장판사는 강 부장검사의 말을 끊으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 없는 부분을 묻는 것은 조율해 달라"며 제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동규 "김용으로부터 도주 지시 받았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자료사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자료사진).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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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판 말미 유 전 본부장은 '2021년 9월 30일 검찰 출석을 요구받고 다음 날인 10월 1일 복통으로 진료를 받게 된 정황'에 대한 질문을 받고 "김용으로부터 도주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김용이 전화로 '어디 있느냐' 물어서 내일 검찰에 출석하려 (검찰청 인근) 모텔에 있다고 하니 '너 빨리 도망가'라고 했다. 어디로 도망가느냐 물었더니 '백두대간이라도 타라'며 열흘만 있다가 오라고 했다. '무섭다'고 하니 (김용이) '안 되겠으니까 배탈이라도 나서 병원에 가라'고 했다.

그래서 그날 삼각김밥과 오래된 요플레를 먹었다. 오죽하면 그걸 먹었겠나. 새벽에 배가 아픈 것 같아 구급차를 불렀는데, 아침 9시에 응급실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면서 CT를 찍자고 하길래 그냥 검찰 출석을 하려고 했다. 나가는 길에 검찰수사관에 체포돼 도주 우려로 잡혀간 거다."


이재명 대표는 경선을 거쳐 2021년 10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 유 전 본부장이 회상한 당시는 경선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다. 

한편, 지난 1차 공판에서 김 전 부원장은 "중차대한 대통령 선거에서 돈을 요구한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고 부도덕한 일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태그:#유동규, #김용, #검찰, #강백신,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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