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해 말, 서울시는 2012년부터 진행된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서울의 마을미디어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여는 등 중단 방침에 대한 항의와 사업 지속을 강하게 주장했다(관련 기사).

하지만 서울시는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 민간위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아래 센터)도 오는 4월 9일로 문을 닫게 됐다. 이러한 시점에서 센터와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아래 네트워크)는 지난 8일, 2023 마을공동체미디어포럼을 진행했다. 현재 분위기를 반영하듯 포럼은 '서울마을미디어 사업은 끝나지만 우리의 활동은 끝나지 않아!'라는 부제를 달았다.
 
2023 마을공동체미디어포럼 웹자보
 2023 마을공동체미디어포럼 웹자보
ⓒ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관련사진보기

 
포럼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 '#돌아보기-함께 만드는 마을미디어 인생그래프'에서는 아같사TV, 마을담, 문화플랫폼시민나루협동조합, 라디오금천 등 4개 단체가 사례발표에 나섰다. 5년에서 11년까지의 활동경력을 가진 사례발표 단체들은 각각의 단체의 태동부터 현재까지의 활동내역과 성과 및 아쉬운 점, 향후 계획 등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들은 치매가족들이 참여한 치매케어 콘텐츠 제작, 장애인권과 동물권에 대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잡지 발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도서 출판과 마을여행 콘텐츠 개발, 마을미디어 최초로 수어 방송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의 성과를 공유했다.

아울러 지원사업의 종료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활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마을미디어 활동을 시작하고 지속하는 데 있어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와 지원사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센터가 '비빌 언덕'이 되어주었다"고 입을 모았다.

2부 '#내다보기-향후 10년 마을미디어 무엇을 어떻게 할까?'는 마을미디어의 전망과 이후 활동을 위해 필요한 정책과 노력 등을 토론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상위법 차원의 법제화, 마을미디어 간의 협업과 전략 필요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정은경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센터장은 "2012년에서 2021년까지 10년 동안, 참여자 수와 매체는 10배, 콘텐츠 수는 27배로 증가했다"며 마을미디어가 양적으로 크게 성장한 반면 콘텐츠의 임팩트 측면에서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포럼을 앞두고 진행한 2023년 실태조사 결과, 1명 이상의 상근활동가가 있는 단체가 24곳(44%)에 이른다며 "지난 10년의 활동이 마을미디어 전업활동가를 등장시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후원회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마을미디어가 30곳(67%)에 달하고 응답 단체의 절반 이상이 자체적인 공간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며 "상당수의 마을미디어가 활동을 위한 기본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구축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올해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응답 단체 중 4곳을 제외한 절대 다수의 단체들이 여전히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것을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신규 청년활동가의 유입이 진행되지 않아 전반적으로 핵심 활동가층이 노령화되었다"며 한계도 지적했다. 이는 여전히 마을미디어가 청년들의 생계를 보장하는 직업으로 안착화되지 못한 것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활동들을 돌아볼 때 참여자 개인의 임파워먼트, 조직의 성장 및 영향력 강화, 네트워크의 연결 및 확장, 지역밀착 공론장으로서의 역할 등이 앞으로 마을미디어가 중점을 두어야 하는 지점이라고 제시하며 토론을 마쳤다.
 
2023 마을공동체미디어포럼
 2023 마을공동체미디어포럼
ⓒ 김일웅

관련사진보기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양승렬 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은 "마을미디어 단체들의 노력 끝에 서울시 마을미디어 활성화 지원 조례가 제정된 지 3년 만에 지원사업이 종료되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토론을 시작했다.

이어 지난 연말, 간담회 자리에서 "조례가 있다고 해서 예산을 꼭 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을미디어 활성화 지원사업은 종료되지만 다른 형식으로 미디어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던 서울시 담당자의 발언을 언급하며 "현재 상황을 볼 때 결과적으로 거짓말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한 "추진방향 및 예산을 포함해 마을미디어 활성화 및 지원을 위한 지원계획 수립을 서울시장의 책무로 규정한 조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종료되었다"며 조례를 넘어 상위법 차원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토론자로 나선 김주현 센터 기획운영팀장과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김재현 이사장은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마을미디어 단체들의 협업과 연대를 강조했다. 김주현 팀장은 "유튜브 등 기존의 미디어와는 다른 마을미디어의 특장점과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콘텐츠를 통한 임팩트 창출과 이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 콘텐츠 제작 등 콘텐츠 측면에서의 협업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재현 이사장 또한 "개별 마을미디어들이 각자도생하기보다 공동의 기획사업 및 연구, 자산의 공동활용 등이 필요하다"고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멀리 제주와 김제, 인천에서도 참여했을 만큼 관심이 높았다. 마을미디어 사업이 선도적으로 시작된 서울에서는 지원사업이 종료되지만 전국적인 활동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포럼에 참여한 서울지역의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은 서울시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이 종료를 앞두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활발한 활동으로 여러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던 서울시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이 종료를 앞두고 있는 지금, 앞으로 서울의 마을미디어들은 어떠한 돌파구를 찾아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태그:#마을미디어, #공동체미디어, #서울시, #포럼, #챗GPT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