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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년을 마친 우희종 전 서울대 교수
 최근 정년을 마친 우희종 전 서울대 교수
ⓒ 우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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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10일 오전 9시 10분]

"(자신의 관심이) 땡겨야 하죠. '땡기지' 않으면 그 무엇도 잘 할 수 없습니다. 공부가 땡기는 것은 '호기심'이 있어야 하고요. 다시 말하면, 알지 못하는 것이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우희종 전 서울대 교수의 말이다. 그는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학의 의대-자연대-약대 협동과정에서 석박사를, 펜실버니아대 의과대에서 박사후 연구원 훈련을 받았고, 하버드대에서 의학을 가르쳤다.

지난 2월 28일, 그는 1992년 시작한 서울대 교수를 서울대 수의과대학 학장으로 마치고 정년 퇴직했다(3월 1일부터 서울대 명예교수). 얼마 전 정년을 마친 우 전 교수는 이제 본격적으로 사적인 시간을 갖겠다고 공표했다.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인터뷰를 시작했지만 사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공부를 잘할 수 있는지가 제일 궁금하긴 했다. 돌아온 답은 관심이 '땡겨야' 할 수 있다는 것.

우 교수의 발자국은 사회 여기저기 안 닿는 곳이 없다. 최근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촛불집회에도 열렬히 참석 중이고, 이전엔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였으며, 심지어 불교와 기독교 두 종교의 신자이면서 동시에 과학자이기도 하다. 정년퇴임한 그는 어떤 마음이며, 어떤 계획을 하고 있을까? 지난 8일 텔레그램으로 그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퇴직해서 허전? 전혀요... 관심사는 한국의 종교개혁"
 
더탐사 프로그램 나깨좋(나를 깨우쳐 좋은 나라 만들자) 촬영 중인 우 교수와 패널들의 모습.
 더탐사 프로그램 나깨좋(나를 깨우쳐 좋은 나라 만들자) 촬영 중인 우 교수와 패널들의 모습.
ⓒ 우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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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을 마친 기분이 어떠신지요. 왠지 허전할 것 같은데요.

"허전해요? 전혀. 사회에 돌려줘야 할 공적 책무를 어느 정도 끝냈다는 편안한 마음과 이제 내 사적 가치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겠다는 자유로운 느낌이랄까? 일단 사적 인간으로서 쉬는 시간을 조금 보낸 뒤, 공적 영역에서는 개인 관심사인 남북 공동 번영 문제, 언론 개혁 두 주제에 집중하되, 개인적으로 예전에 했던 마음공부 모임을 재개할 예정입니다. 시민언론 더탐사 프로그램 나깨좋(나를 깨우쳐 좋은 나라 만들자)에서 한국의 종교개혁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목소리 높일 예정입니다."

- 그건 어떤 프로그램이고, 무슨 내용을 담게 되나요?

"'나를 깨우쳐 좋은 나라 만들자'의 줄임말인데요. 국내 대표적 기성 종교인 개신교 양희삼 목사, 가톨릭 김근수 성서학자, 불교를 말하는 저 그리고 무신론자인 최영민 감독, 네 사람으로 구성되어, 각 종교에서 제대로 된 가르침이 무엇인지 대화를 나누고 있고요. 기본적으로는 한국에서 변질되어버린 거대 주류 종교들의 잘못된 가르침과 변질된 모습에 대하여 검토합니다.

신도들을 길들이는 잘못된 가르침에서부터 제도와 문화에서 무엇이 생각해 볼 지점인지 다 함께 공론화하자는 것이죠. 이는 종교 집단만이 아니라 관계된 정부 정책과 언론 등도 포함됩니다. 제대로 된 종교 가르침과 실천을 위한 각 종교에서의 반성과 시스템을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 아까 '공적 책무를 어느 정도 끝냈다는 편안한 마음'이라고 말하셨는데요. 공적 책무라는 건 구체적으로 뭘 말씀하시나요?

"저 같은 경우에 공적 책무란, 인간은 사회에 빚진 존재이기에 빚진 것을 갚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개인 삶의 즐거움만이 아니라 시민운동이나 봉사, 사람에 따라서는 정치와 문화 등 다방면에서 공적 가치 구현에 동참하는 게 공적 책무 아닐까요?"

"'윤 대통령 퇴진' 이 주장이 의미있으려면..." 
 
정년을 축하하는 친구들과 함께 촬영한 우희종 교수의 모습.
 정년을 축하하는 친구들과 함께 촬영한 우희종 교수의 모습.
ⓒ 우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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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선생님이 해오셨던 시민운동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겠네요. 요즘 촛불집회의 구호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하잖아요. 그런데 이게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요?

"사실 퇴진 구호는 감정적 호소일 수는 있어도, 그래도 이는 사회 건강성 회복의 첫걸음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지난 대선결과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대책 마련이 없다면, 퇴진(주장)은 무의미하다고 봐요."

- 그렇다면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요?
 

"사실상 현재로선 민주당이 움직이지 않으면 방법이 없죠. 현재 촛불을 든 이들 중에 그런 의식을 지닌 이들이 시민을 정치적 주체로 세우기 위한 움직임이 있습니다만... 국민주권포럼이나 직접민주주의 모임 등등도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겠죠. 이를 구체화 할 수 있는 새 판을 짜서 만들어 내야 하는데, 무엇보다, 단기적 시각보다는 '가야만 하는 길이라면 꾸준히 가자'는, 장기적 시각과 생각, 마음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 최근 민주당 행보를 보며, 제1야당인 민주당에게 실망감이 든다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죠. 문재인 정부 초기에야 의석수가 적어서 개혁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변명이 있었잖아요. 하지만 지난번 총선에서 180석 가까이 의석을 확보해 행정 입법 권력을 가졌음에도, 국민이 원하는 개혁을 그 어느 하나 이뤄내지 못했잖습니까? 대표적인 사례가 검찰 및 언론이죠. 개혁에 대한 청사진이 없었던 거죠.

게다가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및 대선 과정에서 야당으로서의 가치를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의원들의 권력을 위한 이합집산과 당내 비난이 도를 지나쳐 많은 지지자들과 국민을 실망시키기도 했다고 봅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당 혁신보다는 여전히 권력 싸움만 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고 민주당을 마냥 외면만 할 수도 없고요.

"맞아요. 그런 정치판을 개혁하기 위해 창당 등의 형태로 진행돼 수도 있을 것이나, 철저한 고민과 대안 없이 등장하면 군소 진보 정당 중 하나가 될 뿐이에요. 이미 굳어있는 기존 체제를 뒤흔들어야 하면서도 대중의 공감을 얻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현재 대의 민주의 및 정당 체제로는 입법, 행정의 두 권력을 가지고도 개혁은커녕 정권을 넘겨주는 상황이기에 노력해야죠. 실질적으로 젊은이들에게 와 닿는 정책과 참여 체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고요. 인간 사회에서 하나의 정답은 없듯이 당연히 현재 정답은 없다고 봅니다."

우희종 교수의 별명 중의 하나는 '우리들의 희망의 종교'라고 알려져 있다. 그 별명처럼, 우 교수의 희망에 대한 애정 또한 멈추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이제 막 인생 1막을 마친 그의 2막에는 또 어떤 활기찬 일들이 펼쳐질까? 그의 내면이 향하는 '땡기는 곳'이 어디일지 응원하기로 다짐하면서 짧은 인터뷰를 마쳤다. 

태그:#우희종, #김근수, #양희삼, #최영민, #더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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