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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말이 사라진 우리 시대, 조식(曺植)의 직언(直言)을 읽는다. 서슬 푸른 칼날이 쏟아진다."
 
조선시대 '참선비' 남명 조식(1501~1572) 선생이 임금(명종)한테 올렸던 상소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문번역가 이상영씨가 조식 선생이 올렸던 상소를 해석한 책 <을묘사직소, 조선을 움직인 한 편의 상소>(뜻있는도서출판 간)를 펴냈다.
 
조남명 선생은 합천 삼가에 있던 외가에서 태어나 산청 산천재(山天齋)에서 일생을 마쳤다. 선생은 성리학 이론보다는 실천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했고, 벼슬을 제수받았지만 단 한번도 나아가지 않았다.
 
1555년 을묘년에 명종한테 올린 <을묘사직소>에서 선생은 "전하의 나랏일은 이미 잘못되었다"고 썼다. 임금한테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이로써 유학자의 마땅함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올바른 유학자의 전형을 세웠던 것이다.
 
상소는 제수받은 현감을 사직하는 사직 상소였으나 상소의 내용은 격렬했다. 선생은 임금을 '어린아이'라 말하고 대비인 문정왕후를 '과부'라고 말했는데, 곧 임금은 임금이 아니고 대비는 대비가 아니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또 선생은 권력을 독점한 권신(權臣)들을 향해서는 '야비한 승냥이 떼'라는 독설을 퍼부었다.
 
이상영씨는 "<을묘사직소>는 유학자의 정신, 학문하는 자의 역할을 한마디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후 이 <을묘사직소>는 조선의 뜻있는 유학자들에게 '상소'의 전범(典範)과도 같은 것으로 여겨졌다"며 "이로써 유학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쫓는 일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것인지 알았다. 그리고 의(義)로움을 따라 살고자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우리 시대는 지식인이 사라진 시대이다. 지식인의 직언을 들을 수 없는 시대이다. 아무도 공의(公義)를 말하지 않는다. 때로는 공인이라는 이름 뒤에 숨고 때로는 전문가라는 이름 뒤로 물러난다"며 "말해야 할 일을 말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곡학아세와 견강부회가 판을 친다. 지금, 조식의 <을묘사직소>를 읽어야 하는 것은 그래서이다"고 했다.
 
이상영씨가 해석한 상소의 몇 대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유도지사는 하늘의 명령을 두려워하고 백성의 곤궁함을 가엾게 여기며, 말해야 할 것을 알면 말하고, 말해야 할 것을 알지 못하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사람입니다."
 
"비록 대왕대비께서는 성실하고 뜻이 깊다고 해도, 문이 겹겹이 달린 궁궐에서만 살아와 세상 물정을 알지 못하는 과부(寡婦)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한 전하께서는 임금의 책무를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일 뿐이니, 다만 돌아가신 선왕의 외로운 자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재는 없는 것이 아닙니다. 찾지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전하께서 만약 자신의 덕을 닦는 것으로서 인재를 찾는다면 현명한 이들이 천 리 길도 멀다 여기지 않고 달려올 것입니다. 이렇게 한다면 전하의 유악에는 충심을 다해 임금을 섬기고 이로써 사직을 지킬 만한 인재들이 가득할 것입니다."
 
"진실로 전하께서는 할 수 있습니다. 하루를 끝마칠 때까지 무엇인가를 두려워하는 자세로 스스로를 경계할 수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두려워한다는 것은 곧 자신을 삼간다(敬)는 말입니다. 전하께서는 삼감으로써 분연히 떨쳐 일어나 학문(學問)에 힘을 쏟을 수 있습니다."
 
상소를 번역한 이상영씨는 "조식의 <을묘사직소>는 조선의 유학자들에게 파천황(破天荒)의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 상소는 조선의 상소 중 첫손가락에 꼽힐 만큼 유명하다"며 "그러나 요즘의 우리들 중 이 <을묘사직소> 전문을 직접 읽은 사람은 거의 없다. 무엇보다도 이 상소문을 읽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말은 알쏭달쏭하고 뜻은 어렴풋하다. 한문 원문은 말할 것도 없고 한글 번역문조차 읽기 힘들다"고 했다.
 
<을묘사직소>는 땅에 발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 유학자 조식의 학문을 담고 있으며, 백성의 고통을 생각하며 통곡하던 선비 조식의 애탄 절규를 들려주고, 대장부의 높고 굳센 기상을 보여주었다.
 
현재의 독자가 <을묘사직소>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글자 한 글자를 가능한 자세하게 풀이해 놓은 책이다. 조남명 선생의 모습을 현재의 독자들이 생동감있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을묘사직소, 조선을 움직인 한 편의 상소>
 <을묘사직소, 조선을 움직인 한 편의 상소>
ⓒ 뜻있는도서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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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남명 조식, #을묘사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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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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