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한 팀은 네덜란드였다. 예상대로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뽐냈다.

헨슬리 뮬렌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 대표팀은 대만 타이중에 위치한 저우지 야구장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 A조 첫 경기서 쿠바를 4-2로 꺾고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두 팀 모두 2라운드 진출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만큼 쿠바는 이날 승리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쿠바는 로엘 산토스(좌익수)-요안 몬카다(3루수)-루이스 로버트(중견수)-요에니스 세스페데스(지명타자)-로렌조 퀸타나(포수)-야디르 드레이크(1루수)-요엘키스 길버트(우익수)-에리스벨 아루에바레나(유격수)-야딜 무히카(2루수)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야리엘 로드리게스가 선발투수로 출격했다.

네덜란드는 주릭슨 프로파(좌익수)-로저 버나디나(중견수)-잰더 보가츠(유격수)-디디 그레고리우스(1루수)-조나단 스쿱(2루수)-블라디미르 발렌틴(지명타자)-조쉬 팔라시오스(우익수)-안드렐톤 시몬스(3루수)-채드윅 트롬프(포수)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투수 중책을 맡은 선수는 톰 더 블럭이었다.
 
 8일 A조 첫 경기에서 쿠바를 꺾고 기분 좋게 대회를 시작한 네덜란드

8일 A조 첫 경기에서 쿠바를 꺾고 기분 좋게 대회를 시작한 네덜란드 ⓒ WBC 공식 소셜미디어

 
선취점 내주고도 거뜬했던 네덜란드

이날 경기의 첫 득점은 2회초에 나왔다. 2사 1루에서 무히카가 친 타구가 오른쪽 라인 선상에 떨어지면서 장타가 됐다. 타구를 따라간 네덜란드 우익수 팔라시오스가 공을 뿌려봤지만, 그 사이 1루주자 길버트가 홈으로 쇄도하며 쿠바가 선취점을 뽑았다.

네덜란드도 반격에 나섰다. 3회말 2사 2루에서 볼카운트 2-2에 몰렸던 그레고리우스가 상대 선발 로드리게스의 5구 패스트볼을 밀어쳐 유격수의 키를 살짝 넘기는 안타를 만들었다. 2루주자 버나디나가 들어오기에 충분한 타구였다.

두 팀의 균형이 깨진 것은 6회말이었다. 1사 1, 2루서 팔라시오스가 2루수 옆을 빠져나가는 안타를 때려내며 2루주자 그레고리우스가 홈을 밟았다. 역전에 성공한 네덜란드는 이어진 2사 2, 3루서 트롬프의 2타점 적시타까지 터지며 3점 차까지 달아났다.

쿠바는 7회초 1사 3루서 무히카의 2루 땅볼 때 3루주자 길버트가 홈으로 들어오며 한 점을 따라붙었다. 그러나 8회초 1사 2루의 기회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특히 2사 2루서 포수 트롬프가 바운드된 공을 처리하는 사이 3루로 가려고 했던 2루주자 로버트가 2루로 돌아오다가 태그아웃된 것이 뼈아팠다.

추격을 허용할 뻔했던 네덜란드는 트롬프의 송구 덕분에 승기를 굳혔고, 9회초에 등판한 6번째 투수 웬델 플로라너스가 세 타자를 상대로 삼진-3루 땅볼-유격수 땅볼로 아웃카운트 3개를 잡으며 경기를 끝냈다.

빅리거 출신 다수 포진... 역시나 쉽지 않은 네덜란드

많은 점수가 나온 경기는 아니었다. 결국 마운드의 힘, 타자들의 집중력이 팀 승리를 이끌었다.

마운드에서는 톰 더 블럭이 3이닝만 던지고 내려갔으나 데릭 웨스트를 시작으로 5명의 구원투수가 6이닝을 단 1점으로 막았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뛰고 있는 로버트, 몬카다를 앞세운 쿠바 타선의 흐름은 경기 내내 꽉 막혔다.

타선이 뽑아낸 안타는 7개에 불과했다. 홈런도 없었다. 그러나 루상에 주자가 나갔을 때 집중력을 발휘한 것이 득점으로, 또 승리로 이어졌다. 2017~2018년 KIA 타이거즈 외국인 타자로 KBO리그에서 뛰었던 버나디나(3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는 3출루 경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서 가장 두드러진 네덜란드의 장점은 수비다. 내야, 외야 곳곳에서 물 샐 틈 없는 수비로 쿠바 타자들의 타구를 건져냈다. 특히 9회초 2사에서 길버트의 빠른 타구를 낚아챈 이후 송구까지 깔끔했던 유격수 보가츠는 '빅리거'의 자격을 입증해 보였다.

2라운드(8강)에 올라가게 되면 A조 1위-B조 2위, A조 2위-B조 1위 팀이 맞붙는다. 첫 경기서 승리를 차지한 네덜란드도 강력한 2라운드 진출 후보로, 한국이 2라운드에 올라간다면 두 팀의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다. 2013년, 2017년 한국에게 패배를 안겼던 팀이기에 네덜란드를 만나게 된다면 철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쿠바-네덜란드전을 시작으로 A조 일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8일 오후 8시(이하 한국시간 기준)에는 파나마-대만전이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다. A조 5개 팀 중에서 유일하게 8일에 경기 일정이 없는 이탈리아는 9일 오후 8시 쿠바와 첫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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