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의 귀환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안락하던 패키지 여형객에서 '초보 배낭러'로 돌아온 안정환, 김용만, 김성주, 안정환, 정형돈의 중년 F4가 티격태격하면서도 유쾌한 아재 케미스트리로 변함없는 호흡을 과시했다.
 
3월 7일 방송된 JTBC의 새 여행예능 <패키지 말고 배낭여행-뭉뜬 리턴즈>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패키지 여행이 아닌 생애 첫 배낭여행에 도전한 4인방의 우여곡절 여행담이 펼쳐졌다.
 
제작진의 섭외로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4인방은 "'뭉쳐야 뜬다'를 다시 하려고 한다"는 제안을 듣고 처음엔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김용만은 "여행 프로그램이 포화상태다. 예전에 했던 것을 똑같이 다시 한다면 우리도 크게 당기지 않는다"고 밝혔고 멤버들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이에 제작진이 이번엔 '중년의 배낭여행'이라고 콘셉트 차이를 설명하자 막상 멤버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김용만은 "우리가 배낭여행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냐?"며 떨떠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안정환은 "배낭메고 계속 걸어다니면 죽는다. 힘들어서"라고 난색을 표시했다. 멤버들은 재빠르게 서로 손절하며 어떻게든 여행에서 발을 빼려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김용만은 안정환과 한번 꼭 가고 싶은 곳으로 이탈리아를 꼽았다. 안정환은 이탈리아 세리에A 페루자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경험이 있지만, 2002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이탈리아에게 골든골을 기록한 이후 이탈리아인들의 비난과 살해 협박까지 받으며 마음고생을 해야했다. 그때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긴 안정환은 이탈리아를 한번도 가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멤버들은 "20년이 지났다. 아무도 안정환을 몰라볼 거다. 마피아도 세대교체가 됐을 것"이라며 설득했다.
 
우여곡절 끝에 멤버들은 첫 배낭여행을 위하여 인천공항에 집결했다. 김성주는 유일하게 배낭없이 캐리어만 2개를 끌고 들뜬 얼굴로 등장하여 멤버들의 구박을 받았다. 안정환은 시작부터 계속해서 투덜거렸지만 김성주는 "표정은 이래도 여행에 가장 설레어하고 있다.고 속마음을 파악하며 찐친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첫 여행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결정됐다. 크로아티아 여행에 관심을 보이는 동생들을 설득하여 스페인행을 성사시킨 맏형 김용만은, 그 대가로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여행계획을 직접 짜야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동생들은 맏형의 못미더운 가이드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금으로 받은 여행 비용을 공평하게 분담하자는 동생들의 제안에, 김용만은 지폐 몇장으로 입막음을 시도하려다가 면박만 당했다. 결국 공금을 관리하는 총무로는 김성주가 낙점됐다.
 
14시 간의 비행 끝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멤버들은 시즌1의 패키지 여행때와 달리 가이드없이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홀로서기 상황에 낯설어했다. 멤버들은 두 명씩 나뉘어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유럽생활을 오래하여 익숙하고 여유로운 안정환과 달리 나머지 멤버들은 우왕좌왕하며 초보 배낭여행러다운 모습을 드러냈다. 멤버들은 숙소 앞에 도착하고도 입구를 찾지 못해 한참동안 헤맨 끝에 한참 후에야 간신히 입성했다. 유럽식의 옛날 승강기가 비치된 숙소는 공용주택으로 방 3개와 거실이 있는 구조였다. 동생들은 생각보다 비좁은 방과 불편한 구조에 불만을 토로했고, 예약을 담당한 김용만은 사진으로 본 것과 다른 모습에 "속았네"라며 한숨을 내쉬며 동생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방 배정을 마친 네 사람은 간단한 장보기에 이어 다음날 여행 계획을 상의했다. 시차 적응에 실패한 멤버들은 밀려드는 피곤과 여행 계획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일정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동생들의 컴플레인과 구박에 김용만은 쩔쩔매며 "나한테 왜 그러냐"며 서운한 기색을 드러냈다. 결국 막내인 정형돈이 대신 나서서 형들의 성화속에 휴대폰 앱으로 티켓 결제까지 마쳤다. 하지만 막상 결제를 하고나니 생각보다 높은 가격과 너무 이른 예약시간을 확인하고 단체로 멘붕에 빠졌다. 정형돈은 형들의 구박세례에 "예약하라고 해놓고 지금 비싸다고 하면 어떡하냐"며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간신히 회의를 마친 네 사람은 잠자리에 들었지만 시차 적응이 덜 된 탓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새벽에 단체로 다시 기상했다. 멤버들은 안정환이 요리한 한식으로 바르셀로나에서의 첫 끼를 해결했다.
 
둘째날 아침을 맞이하여 멤버들은 지하철을 타고 첫 여행코스 '가우디 투어'를 시작했다. 스페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제작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1883년에 착공하여 1926년 가우디 사후에서 현재까지, 무려 140년이 넘는 시간을 거쳐 2026년 이후 완공을 목표로 지금도 진행중이다. 가우디 사후 그의 유지를 이어받은 후대 건축가들은 십자가를 진 예수의 고난과 영광을 상징하는 '고난의 파사드' '영광의 파사드' 등을 제작중이다.
 
가우디 성당을 찾은 멤버들은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웅장한 자태를 목도하고 큰 감동에 빠졌다. 무뚝뚝하던 안정환도 "아름답다"며 탄성을 내질렀다. 김성주는 성당 안으로 들어서기전에 밑을 보다가 중심부로 들어간 이후 천장 정중앙을 올려다보자고 제안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어진 다음주 예고편에서는 여행을 진행될수록 "서로 갈라서자"며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보여 여행이 험난할 것이란 것을 예고했다. 
 
<뭉뜬 리턴즈>는 패키지 여행을 소재로 한 <뭉쳐야 뜬다>의 후속작이다. 주인공 4인방은 이 시리즈의 원년멤버들로, 시즌1 종영 이후 5년 만의 재결합이었다. 코로나19로 지난 2~3년간 야외 프로그램 제작에도 어려움을 겪었던 방송가는, 최근들어 <서진이네>, <텐트밖은 유럽>, <배틀트립> 등 다시 여행 예능 제작이 활기를 띄고 있다.
 
여기서 <뭉뜬> 시리즈는 철없는 '한국형 아재들(중년 남성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해외여행이라는 콘셉트로 차별화에 성공했고, 그 핵심은 서로 물고물리는 절친 4인방의 절묘한 호흡에서 나왔다. 나이에 따라 형과 동생으로 구분되는 한국식 선후배 서열관계, 어른과 악동의 경계에 있는 철없는 성인 남성의 세계, 해외라는 낯선 공간에서 기존의 사회적 관계가 때로는 전복되고 재구성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웃픈 상황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실제 여행에서 '사회 친구'과 함께 여행을 해봤거나 한국식 형-동생 관계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수 있는 자연스러운 대중성이 이 시리즈의 최대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4인방과 '뭉쳐야' 시리즈는 이후 스포츠 예능인 <뭉쳐야 찬다> 시즌 1,2(축구)와 <뭉쳐야 쏜다>(농구)로 이어지며 꾸준히 호흡을 이어갔다. 반면 4인방이 빠지고 새로운 출연진을 내세운 <뭉뜬> 시즌2는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고 2019년 혹평속에 조용히 종영한 바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원년멤버들만의 아기자기한 케미를 보여주지 못한 데 있었다.
 
패키지에서 수동적인 여행을 했다면,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하는 자유 여행을 해야하는 <뭉뜬 리턴즈>에서는 멤버들의 성향과 캐릭터 차이가 좀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출연자들은 제작발표회에서 "서열의 폐해와 성악설을 믿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며 개성이 강한 네 사람의 여행이 쉽지만은 않았음을 토로한 바 있다.
 
비록 출연자들은 불편하고 고통받을 지언정, 그래서 여행은 그 사람의 진정성과 우정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네 아재가 여행을 다니면서 서로 때문에 쌓였던 서운한 상황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과정은, 앞으로 이들의 여행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뭉뜬리턴즈 여행예능 스페인 안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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