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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생물들에겐 보금자리가 되고 어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 되어주었던 다시마. 그 푸르고 무성하던 다시마가 사라지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바다를 꽉 채웠던 다시마는 한 뿌리도 찾아볼 수가 없다. 바닥을 가득 채워야 할 해초들이 듬성듬성 있을 뿐이고 허옇게 민낯을 드러낸 바위 위에는 속 빈 성게와 불가사리만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강원 고성 문암해변 앞의 모습이다.

2017년(아래 첫 번째 사진)과 2023년(두 번째 사진)을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2023년 3월 5일에 만난 수중촬영전문가 이성우(64세)는 "이곳은 동해안 북단이라서 다시마가 가끔씩 보였는데 올해는 바닷속이 더 좋지 않다. 다시마는 전혀 보이지 않고 다른 해조류들도 겨우 한두 뿌리만 보인다. 백화 현상 지역만 늘어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발에 걸리는 게 다시마였는데 지금은..."
 
2016년 고성 문암해변 앞
▲ 다시마숲 2016년 고성 문암해변 앞
ⓒ 이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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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문암해변 앞, 2023년3월5일
▲ 다시마가 사라진 해안 고성 문암해변 앞, 2023년3월5일
ⓒ 이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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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마에는 10~20여 종의 생물들이 기대어 산다. 생장이 빠른 다시마는 어류의 서식처요 전복, 성게 등 수산생물의 먹이원이다. 생계를 위해 다시마에 의존해 살았던 해녀와 어부들에게는 희망과 생계의 원천이기도 했다.
 
전복,성게, 등 10-20여종의 생물들의 집터
▲ 다시마에 기대어사는 생물 전복,성게, 등 10-20여종의 생물들의 집터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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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까지만 해도 동해안에는 다시마 생산량이 1000여 톤을 웃돌았다. 다시마 수확철이면 어촌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동원되었다. 해안 경계를 위해 설치했던 철조망은 다시마를 말리는 건조대 역할을 했다. 해안가 도로는 다시마를 말리는 마을 주민들의 자리였다.

5일 어구를 손질하고 있는 강원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 1리 정상록(77) 어촌계장을 만났다. 그는 "바닷가에 가면 발에 걸리는 게 다시마였는데 지금은 찾으려야 찾을 수도 없고 먹으려야 먹을 수도 없는 다시마가 되었습니다. 다 잃고 나서야 다시마의 소중한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라고 아쉬워했다.
 
정동진1리에서 다시마 줍는 주민들,1995년
▲ 다시마 수확현장 정동진1리에서 다시마 줍는 주민들,1995년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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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위에서 말리는 주민들 1995년
▲ 다시마 건조 도로위에서 말리는 주민들 1995년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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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에는 두 종류의 다시마가 있다. 토종 다시마(아래 젓 번째 사진)와 참 다시마(두 번째 사진)다. 20~30m 깊은 수심에서 자라는 토종 다시마는 강릉 사근진 앞바다에만 자생한다. 토종 다시마는 옆이 두껍고 키가 작아 건강보조식품으로 많이 활용되었다.

참 다시마는 얕은 수심에서 자란다. 해안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종이다. 참 다시마는 감칠맛을 품어 식재료뿐만 아니라 우리들 식탁에 밑반찬으로 자주 오르는 식품이다.
 
강릉 사근진 앞바다에서 자생,1995년
▲ 토종다시마(학명:게다시마) 강릉 사근진 앞바다에서 자생,1995년
ⓒ 이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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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전해역에서 자라는 다시마
▲ 참 다시마 동해안 전해역에서 자라는 다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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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마를 사라지게 한 요인은 복합적이었다. 2002-2003년 강릉에 연거푸 몰아닥친 태풍 때문에 육지의 토사들이 바다로 유입되어 포자 생성을 막았다. 이때부터 토종 다시마는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참 다시마는 풍요로웠다. 토종 다시마에 비해 자연의 악영향을 덜 받은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수온상승과 각종 해안 공사, 매년 반복되는 동해안 산불은 물을 탁하게 만들면서 햇빛을 차단했다. 광합성을 해야 할 다시마들이 서야 할 자리를 뺏은 것이다. 가뜩이나 수온이 상승하고 있는 데다 연안 오염까지 더해지면서 2017년부터 참 다시마마저 동해안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각종 토사가 바다로 유입되는 현장
▲ 태풍 루사 각종 토사가 바다로 유입되는 현장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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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유입되는 오염물질
▲ 각종 해안공사 바다로 유입되는 오염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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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마가 점점 사라진다는 언론 보도 이후 동해안 다시마 복원을 위한 활동이 시작되었다. 2017년 1월, 강릉원주대학교 다시마협의체를 중심으로 수협중앙회, 수산자원공단 등과 함께 다시마 복원을 위한 각종 세미나 및 포럼 등을 개최했고 해조류를 복원하기 위한 남북해조자원교류원설립으로 꾸준한 활동을 전개했다. 

이런 사정을 뒤늦게 파악한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다시마를 살리기 위한 예산을 마련했다. 그러나 시의성 없고, 나눠주기식 예산 배정은 다시마를 복원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명태자원회복 등을 위한 예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도 했다.
 
강릉원주대 링크플러스 2017년
▲ 다시마협의체 강릉원주대 링크플러스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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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마복원을 위해서 설립, 강릉원주대,2018년8월
▲ 남북해조자원교류원 다시마복원을 위해서 설립, 강릉원주대,2018년8월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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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마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자연에 의지하기 보다는 양식업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에서 다시마 양식을 처음 시작해 전국 다시마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섬이 완도 금일도다. 다시마 수확철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섬이 된다.

2000년 양양 앞바다에서 전복과 다시마 양식을 했던 전 어민 후계자 김영화(74세 )씨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명태자원회복 예산 10/1만 투자해 줘도 동해안에는 다시마로 풍어를 이룰 텐데 정부에서 관심이 없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양양 앞바다에서 포자를 이식해서 자란 다시마 2018년12월
▲ 양식으로 자란 다시마 양양 앞바다에서 포자를 이식해서 자란 다시마 2018년12월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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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동해안 바다는 죽어가고 있다. 50cm 이상 자라서 푸르른 바다숲으로 가득 채워야 할 다시마는 보이지 않는다. 어민들의 절망만 짙어갈 뿐이다.

바다가 인류에게 준 최고의 식자재, 다시마. 우리는 동해안에서 다시마 숲을 복원, 새로운 희망을 건져야 한다.
 
해양생물의 먹이원인 해조류
▲ 바다숲 해양생물의 먹이원인 해조류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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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다시마 숲, #해양생물의 먹이원, #해녀들의 보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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