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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2일 오후 무강 하중도에서 희생자들을 수습하는 주민들의 모습.
 2023년 3월 2일 오후 무강 하중도에서 희생자들을 수습하는 주민들의 모습.
ⓒ BBC Burm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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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병력이 중부 사가잉주(Sagaing region)에서 민간인 17명과 시민군 1명을 학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얀마 소식을 전하는 RFA(Radio Free Asia: 자유아시아방송)의 3월 3일자 버마어 보도와 미얀마 중부 사가잉주 현지 시민단체 활동가·주민 2명 등의 목격담에 따르면, 군부 병력은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삼기 위해 납치했으며 납치한 이들을 살해하기 전 고문과 학대, 강간 등 끔찍한 전쟁범죄를 자행했다.

따다잉 마을 학살... 현지 시민단체 활동가 "군부가 습격해 살해"  
 
미얀마 군사정권을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 사령관이 지난 1월 31일 네피토에서 열린 국가방위안보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있다.
 미얀마 군사정권을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 사령관이 지난 1월 31일 네피토에서 열린 국가방위안보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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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주장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 33사단 병력 70여 명은 지난 3월 1일 정오 무렵 사가잉주 사가잉면(面) 서부에 있는 따다잉(Tartaing) 마을을 습격했다고 한다. 따다잉 마을은 에야와디강(Ayeyarwaddy 江)과 무강(Mu 江)이 만나는 지점에 있으며 78가구가 사는 작은 강안(江岸)마을이다. 

보트를 이용해 마을로 진입한 군부 병력은 시민방위군(People's Defense Force: 미얀마 시민들이 군부에 저항하기 위해 결성한 무장조직-기자 말) 지도자로 활동하는 남성 1명을 붙잡았다. 이후 '쩌저'라는 이름으로 신원이 확인된 47세 시민방위군 지도자를 잔혹하게 살해했다고 한다.

마을에서 하룻밤을 지낸 군부 병력은 다음날(3월 2일) 오전 따다잉 마을 서쪽의 민무면(Myinmu 面)으로 이동하며 마을 주민 17명(여성 3명, 남성 14명)을 인간방패 삼아 끌고 갔다고 한다. 그리고 납치된 주민 17명 모두가 납치 수 시간 만에 길 위에서 순차적으로 군부에 살해당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군부 병력이 떠난 직후, 지역의 다른 주민들과 시민방위군은 희생자 수색에 나섰다. 이후 2일 정오 무렵 민무면으로 이어지는 도로 옆 망고나무 숲에서 남성 시신 5구가 발견되었으며, 오후에는 따다인 마을 인근을 따라 흐르는 무강에 있는 하중도에서 시신 10구가 수습됐다. 당시 행방이 묘연했던 나머지 2명의 시신은 다음날(3일) 오후가 되어서야 발견됐다고 한다.

"양손 결박한 채 총상" "군부의 치졸한 보복"... 군부 측은 '모르쇠' 일관
   
"이건 제노사이드(Genocide: 인종학살)이다. 군부가 저지른 일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만행이다."  

지역 주민이 격앙된 말투로 전한 소식은 참혹했다. 이 주민 주장에 따르면, 발견된 시신에는 각종 고문과 학대의 증거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고 한다. 납치과정에서 각종 가혹행위가 이뤄졌다는 의심을 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해당 주민은, 군부 병력이 끌고간 주민 전원을 처형했다면서 희생자 모두는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로 머리, 가슴, 등에 지근거리에서 발사한 총탄을 맞았다고 전했다. 일부 시신에서는 차후 수습하는 이를 해치기 위해 설치한 부비트랩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살해당한 여성 3명에게서는 끔찍한 성범죄의 흔적도 발견됐다. 현장에서 시신을 수습한 한 시민방위군 여성대원은 "여성들은 철사로 양손을 결박 당한 상태에서 머리와 가슴에 총상을 입고 숨졌다. 목숨을 잃기 전에 성폭행을 당한 흔적이 남아있었고, 몸에는 불로 지진 화상자국으로 가득했다"라고 말하며 수습 상황을 전했다.

이번 민간인 학살과 관련해 주민들은 이것이 군부가 저지른 '치졸한 보복'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르면 따다잉 마을 일대에서는 지난달(2월) 말 시민방위군과 군부 병력이 치열한 교전을 벌였고, 당시 시민방위군은 육로를 따라 행군하던 군부 병력을 수 차례에 걸쳐 게릴라 전술로 공격하여 다수에게 중상을 입혔다고 한다.

이번 공격은 교전 피해에 대한 보복이라는 게 이들 설명이다. 즉 군부 병력이 육상이 아닌 보트를 타고 에야와디강을 건너 마을로 바로 진입한 것, 진군 과정에서 주민을 '인간방패' 삼아 앞세운 일과 시민방위군 지도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이유들이 모두 보복의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군부통치에 저항하는 미얀마 민주진영의 임시정부 민족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 of Myanmar)는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군부가 민간인을 표적으로 저지른 반인도적 학살, 전쟁범죄, 인권침해를 좌시하지 않고 사법적 절차를 통해 학살 관련자 모두를 처벌할 것"이라며 이번 따다잉 마을 학살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미얀마 현지 자유언론은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면서, 사가잉주 행정부와 군부가 임명한 내무부 대변인에 접촉을 시도했다. 그러나 군부 측은 취재에 불응하거나 따다잉 마을 학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며, 군부가 장악한 어용언론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한편 미얀마 시민단체인 정치범 지원협회(Assistance Association for Political Prisoners)에 따르면 2023년 3월 3일 기준 최소 3085명의 미얀마 시민이 쿠데타 이후 군부의 폭력으로 목숨을 잃었다.
 
2023년 3월 3일 정치범 지원협회 집계
 2023년 3월 3일 정치범 지원협회 집계
ⓒ A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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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 최진배는 페이스북 뉴스그룹이자 비영리단체인 '미얀마 투데이' 대표입니다(https://www.facebook.com/groups/1603092429887617/).


태그:#미얀마, #군부, #쿠데타, #학살, #인간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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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화 운동 소식을 국내에 전하는 한국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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