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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8개월 넘게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 있던 '간호법 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기로 했습니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조항을 떼어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대한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단체 등은 다른 의료 직군의 업무 범위를 침범하는 특혜라며 2월 26일 대규모 반대 집회를 벌였습니다. 간호법 통과를 두고 의사협회와 간호사단체는 파업까지 예고하며 찬반으로 대립하고 있는데요.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의료계 갈등에 대한 언론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간호사 처우개선과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간호법

현재 국회에 발의된 간호법(국민의힘 발의안·더불어민주당 발의안)은 간호사의 처우 개선과 전문 간호인력 양성으로 간호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한다는 목표로 추진됐습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공공보건의료의 안정성은 더욱 강조됐고, 고령화에 진입한 우리 사회에 우수한 간호 서비스도 요구되고 있는데요. 1951년 제정된 현행 의료법이 시대 변화를 담아내지 못해 다양한 간호 역할을 포괄하지 못하게 되자 간호법의 필요성이 대두됐습니다.

중앙일보 <70년만에 간호법 제정될까...여야 의원 93명 법 제정 참여>(2021/3/29 이에스더 기자)는 간호법 제정으로 ▲간호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복지부는 3년마다 실태조사 ▲간호사의 업무범위 명확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 근로조건, 임금 등에 관한 기본 지침 제정과 재원 확보방안 마련 ▲간호사의 신체적·정신적 고통 등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사와 교육 의무 부과 등이 이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간호법 제정을 통해 평균 근속 연수가 7년 8개월에 그치는 간호사의 열악한 처우가 개선된다면, 숙련된 간호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되고 결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공공 이익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름이 '간호사법'이 아닌 '간호법'인 이유이기도 하죠.

간호법의 필요성은 지난 대선에서도 확인됐는데요. 뉴스톱 <팩트체크/'간호법 제정'은 윤석열 공약?>(2월 27일 송영훈 팩트체커)에서 짚었듯, "간호법 제정은 지난 대선 당시 여야 공통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간호법은 정치권이 한마음으로 지지했던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법안인 것이죠.

본회의 직회부 관심, '거야 독주' 강조

그러나 발의 당시 중요성과 달리 간호법 논의는 지지부진했습니다. 2년 가까이 흐른 지난 2월 9일이 돼서야 간호법의 본회의 직회부가 결정됐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월 한 달간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과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의 저녁종합뉴스의 간호법 관련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기사 전체가 간호법 보도가 아니어도 간호법에 대한 설명이 있는 경우 보도량에 포함했고, 간호법이 단순 언급된 경우는 제외했습니다.
 
 간호법 보도한 방송사 저녁 종합뉴스와 신문 지면 보도량(2/1~2/28)
  간호법 보도한 방송사 저녁 종합뉴스와 신문 지면 보도량(2/1~2/28)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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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는 조선일보·중앙일보가 각 5건씩 보도를 내놨고, 동아일보는 1건만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을 직접 인터뷰해 보도했으며, 중앙일보·한국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는 관련 사설을 냈습니다. 신문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 있던 간호법이 본회의로 직행한 2월 9일을 전후해 보도량이 많았는데요. 간호법에 대한 설명보다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됐다며 국회 상임위원회 안건통과에 집중했습니다.

다음날인 2월 10일엔 중앙일보 <의료계 논란 많은 간호법, 거야 주도로 본회의 직행>(이우림·성지원 기자)처럼 '민주당 주도', '거야 주도'를 제목에 쓰며 더불어민주당 일방으로 간호법이 본회의로 직행했다고 전했습니다. 동아일보 <간호법-의사면허취소법 본회의직행...의협 "의료체계 붕괴" 반발>(이윤태·김소영 기자)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9일 간호법 제정안"을 "법제사법위원회를 건너뛰고 본회의로 직회부해 처리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며 "의사들이 반대해온 법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구성은 "더불어민주당 14명, 국민의힘 9명, 정의당 1명"으로, "소속 위원 전원 표결에서 찬성 16명, 반대 7명, 무효 1명"으로 의결됐습니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도 최소 2명 이상의 이탈표가 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논의 없이 8개월이나 미뤄온 법제사법위원회 책임은 뒷전인 채 조선일보·한국경제 등은 '또 거야 폭거' '민주당 의회 폭거'라며 간호법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웠습니다.

간호법 무관심하더니 '의협 집회'에 보도량 급증

간호법에 대해 저녁종합뉴스는 TV조선이 2건을 보도했고, SBS와 채널A는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저녁종합뉴스의 한 달간 보도량이 방송사별로 1~2건에 그쳐 간호법 개정과 관련된 내용을 알기엔 턱없이 부족했는데요.

방송은 대한의사협회가 대규모 집회에 나선 2월 26일을 전후해 관련 보도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간호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대한의사협회가 간호법 제정에 반발해 도심 궐기를 벌였으며 의사 파업 논의가 나온다며 갈등을 부각했습니다.
  
 ‘간호법’를 보도한 방송사 저녁 종합뉴스와 신문 지면 보도량 추이(2/1~2/28)
  ‘간호법’를 보도한 방송사 저녁 종합뉴스와 신문 지면 보도량 추이(2/1~2/28)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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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간호법' 처리 앞두고 갈등 격화>(2월 26일 전현우 기자)는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13개 보건 의료단체 연대가 거리"로 나와 "간호법의 폐기를 촉구하며 민주당의 강행처리를 규탄"했다며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의 반대 의견을 전하고, 대한간호협회의 반박 의견도 실었습니다.

그러나 간호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이 각 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을 전달하는 데 그쳐 양측 갈등만 부각됐습니다. 다른 방송사의 저녁종합뉴스 역시 마찬가지였는데요. 간호법에 대한 이해가 없는 시청자에겐 양측의 충돌만 강조된 보도였습니다.

본회의 직회부가 '이재명 검찰 출석' 때문이라는 매일경제

간호법의 본회의 직회부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연결 지은 보도도 나왔습니다. 매일경제 <이재명 검출석 맞춰…야, 간호법 등 본회의 직회부>(2월 10일 서동철 기자)는 "이재명 당대표의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두고 민주당이 '민생이슈'를 고리로 윤석열 정부와 여당을 향한 공세에 나선 모습"이라며 민주당이 "복지위에서 해당 법안의 직회부를 밀어붙"였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한겨레 <법사위 묶여있던 의사면허취소법·간호법 '본회의 직행'>(2월 10일 엄지원·천호성 기자)에 따르면, 간호법은 "지난해 5월 여야 합의로 보건복지위에서 의결"됐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가 8개월이나 지연됐습니다.

결국,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사위가 이유 없이 60일 이내에 체계 자구심사를 마치지 않은 법안은 소관 상임위 위원장이 간사 협의나 무기명투표 이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할 때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국회법 제86조(체계·자구의 심사)에 따라 본회의 직회부를 선택했는데요.

매일경제는 "민주당 주도로 수적 우위를 통해 직회부를 결정한 것"이라며 1년 가까이 지연시킨 국회의 무책임은 지적하지 않은 채, 이재명 대표의 검찰 출석과 연결 지어 더불어민주당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갈라치기', '입법 폭주' 정치적 셈법으로 전한 간호법

대다수 언론은 간호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직능단체 간 갈등을 강조하며 정쟁화에 나섰습니다. 중앙일보 <사설/시위로 번진 간호법 갈등...야당 일방 강행 멈추라>(2월 27일)는 "국회 상임위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도 없이 "민주당이 그냥 '패스트트랙'에 태워버렸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꽃놀이패라고 여"기겠지만, "정략적 입법 폭주"를 지켜보는 국민들로 인해 "다수당의 횡포는 결국 민심의 심판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는데요. 민주당에 "정략적 '입법 폭주' 멈추고 필요성 설명부터"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조선일보 <야 입법폭주 법안들, 포장은 '민생'…실상은 '총선용 갈라치기'>(2월 24일 주형식 기자)는 "거대 야당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특정 계층의 다수표를 겨냥한 이른바 '갈라치기' 전략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며 간호법은 "'편 가르기' 우려가 있는 법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간호법을 정쟁화하며 편 가르기에 앞장서는 것은 조선일보가 아닌가 의구심이 드는데요. 조선일보 <동서남북/'다수 영합' 습관 못 버린 민주당>(2월 14일 안용현 정치부 차장)은 더불어민주당이 "간호 단체 요구엔 귀 기울이면서 의사협회 반대는 무시했"는데 "의사가 40만, 간호사가 13만이었어도 이랬"겠냐며 "40만 간호사(면허증)의 박수를 받는 게 선거 득표에 유리하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편 가르기 하지 말고 간호법 바로 전해야

물론 적은 보도량이지만, 정부에 역할을 촉구하며 간호법의 중요성을 지적한 언론도 있습니다. 한겨레 <의료연대 "파업불사" 간호법 갈등 격화…뒷짐진 복지부>(2월 14일 천호성 기자)는 "직역 갈등이 격화되는 만큼 주무 부처인 복지부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며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이후 복지부가 직역 단체들을 모아 간호법 관련 내용을 설명하거나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은 없었다"며 정부의 역할 부재를 지적했습니다.

한국일보 <사설/의사단체 이기주의 오죽하면 간호법 직회부했겠나>(2월 11일)도 "여당은 10일 '다수 의석을 확보한 야당의 폭거'라고 했지만, 일부 국민의힘 복지위원도 직회부에 찬성한 것을 보면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고 꼬집으며 "법제화를 가로막아 온 의사단체 이기주의가 오죽했으면 직회부 방법을 동원해야 했는지 돌이켜 볼 일"이라고 짚었는데요.

이어 "병원 밖 간호 서비스가 가능해야 고령화 시대에 지역사회 돌봄 체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거라는 간호단체의 호소"가 설득력이 있다며 "과중한 업무와 낮은 보수 때문에 현장을 떠나는 간호사들을 외면하는" 것은 "의료체계를 위태롭게 할 거란 국민적 공감대가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는 공공의료와 숙련된 간호 인력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런데도 언론이 간호법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찬반 논쟁이나 정치권 셈법으로만 보도한다면 법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간호법은 특정 직군을 위한 혜택이 아닌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공공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법안입니다. 언론은 정치 쟁점화하는 것을 멈추고, 간호법에 대해 국민이 바로 알 수 있도록 보도해야 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년 2월 1일~2023년 2월 2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7>(평일)/<뉴스센터>(주말)에서 '간호법' 관련 보도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간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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