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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 후보가 과거에 쓴 웹소설 내용이 논란이 됐다. 성관계를 통해 병을 치료한다는 외설스러운 내용인데다, 특정 여성 연예인을 연상시키는 인물을 연달아 등장시켜 그들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난이 인 것이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장예찬 후보가 내놓은 첫 반응은 이를 최초 단독 보도한 <오마이뉴스>를 탓하는 것이었다. '표현의 자유'가 있는데도 자신을 흠집 내기 위한 보도를 했다는 식이었다. 이후 이준석 전 대표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성 연예인의 실명을 언급하며 장 후보를 비판하자, 그는 이 전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꺼내 들며 이 전 대표가 자신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대응했다. 장 후보는 '남 탓'과 논점을 흐리는 '물타기'로 논란을 비껴가려 한 것이다.

특정 '연예인을 성적 대상화한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장 후보는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니었으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등장인물 이름 등을 수정했다고 답했다. 장 후보는 가장 크게 주목을 받은 특정 연예인 성적 대상화 논란을 서둘러 수습해 사태를 일단락시켜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 후보의 웹소설이 가진 문제점은 특정 연예인을 성적 대상화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성관계로 치료한다는 설정 자체가 성 착취 미화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2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2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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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웹소설은 한의사인 주인공이 여성의 몸에 양기를 불어넣는 '방중술'로 치료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여성의 몸에 남성의 양기가 필요하다는 식의 고리타분한 성차별적 성인식을 내포한 소설인데, 나아가 남성의 양기를 여성의 몸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성관계를 제시한다.

장 후보는 성관계로 치료한다는 설정에 대한 비판에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다. 하지만 그 설정 자체에 기시감과 함께 거북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외면한다. 최근 화제가 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스스로를 신과 동격화 하는 사이비 종교지도자가 '치료' 명목으로 젊은 이성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현실을 고발했다.

현실에서 '성관계 치료'란 이름을 내건 범죄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어 낯설지도 않은데, 성관계 치료를 해피엔딩으로 그리니 거북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성관계 치료라는 명분의 성 착취의 미화는 범죄 피해자를 두 번 아프게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범죄에 대한 경각심마저 약화시킨다.
  
장 후보의 웹소설을 두고 가장 많이 나온 비판은 특정 연예인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점이다. 특정 연예인을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가 주인공과 성적 관계를 맺는 것이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자 웹소설 속 특정 연예인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은 수정됐다. 하지만 이는 성적 대상화 문제를 매우 지엽적으로 바라본 해결책일 뿐이다.

성적 대상화는 타인을 성적 쾌락을 위한 도구로 취급하는 것을 뜻한다. 특정인을 떠올리게 하느냐의 여부보다 그 캐릭터가 존엄한 인간으로 그려지는지 혹은 성적 쾌락만을 위한 도구로만 그려지는지가 핵심이다. 특히, 수많은 국민이 쉽게 접하는 작품의 성적 대상화의 문제는 성차별적인 편견을 강화해 일상에서의 성차별도 만연하게 만든다는 문제가 있다. 캐릭터의 이름이 바뀌어도 성차별적 묘사와 설정이 그대로라면, 웹소설의 성적 대상화 논란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인 장예찬, 성인지 감수성 부족 사과해야

이번 장 후보 웹소설 논란의 핵심은 비단 특정 연예인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이미 활용되고 있는 범죄 수법을 범죄가 아닌 로맨스로 미화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고, 고리타분한 성적 편견이 고스란히 내재된 작품이라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논란에 대해 장 후보가 '표현의 자유'만을 내세우며 작품의 사회적 영향력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는 점이다. 그런 이가 웹소설 작가를 넘어 대한민국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여당의 정치인으로 나서겠다니, 우려가 앞설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웹소설에 대한 비판을 장 후보에 대한 공격으로만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그것은 곧 소설과 드라마 등 문화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도 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외면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작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지 않은 폭력적 묘사를 불편해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파트너의 폭력적 행위를 낭만처럼 그려내면 '데이트 폭력 미화 논란'이 생기고, 성범죄 가해자와 피해자를 연애 관계로 발전하는 것처럼 그리면 '성범죄를 피해자가 즐긴다'는 식의 편견을 강화한다는 논란이 불거진다.

국민의 성인지 감수성은 달라지고 있는데, 과거엔 문제없다가 정치인으로 나서니 문제가 된다는 식의 항변을 하는 건 공감을 얻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국민의 우려를 잠재울 방법은 하나다. 정치인 장예찬으로서 자신의 웹소설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작품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정치에서는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약자의 편에 서겠다는 여당 정치인이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성 착취를 미화하고, 성범죄 가해자 편에 서겠다고 고집을 피워서 되겠는가. 장 후보가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 당선자가 결정되는 날이 3월 8일 여성의날이라는 것 역시 기억한다면, 웹소설 논란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필자 신지혜는 기본소득당 대변인입니다.


태그:#장예찬, #웹소설, #성적대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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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당의 새 이름, 새진보연합 대변인입니다. 2022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였습니다. 당신이 누구든 존엄한 삶을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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