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방영된 iHQ '맛있는 녀석들'의 한 장면.

지난 3일 방영된 iHQ '맛있는 녀석들'의 한 장면. ⓒ iHQ

 
먹방 예능의 대명사 iHQ <맛있는 녀석들>에 큰 변화가 생겼다. 지난 3일 방영된 419회를 끝으로 원년 멤버 문세윤이 하차한 데 이어 김민경, 홍윤화도 3월말 프로그램을 떠난다. 이로써 기존 멤버 중 유민상 1인만 남게 되면서 <맛있는 녀석들>로선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2015년 1월 iHQ채널의 전신 코미디TV에서 첫 방영된 <맛있는 녀석들>은 유민상-김준현-김민경-문세윤 조합의 이른바 '뚱4' 멤버들로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시청자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줬다. 그런데 지난 2021년 7월 김준현이 하차를 하면서 출연진에 변화가 생겼다. 이후 김태원-홍윤화의 합류로 5인 체제로 변신했지만 올해 1월 김태원이 갑작스레 하차한 데 이어 남은 멤버들도 순차적으로 떠나게 되었다.  

​최근 2년 사이 프로그램의 침체와 맞물려 제작진 및 출연진의 변화가 발생한 <맛있는 녀석들>로선 8년여 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한 셈이다. "채널만 돌리면 나온다" 할 만큼 수년간 케이블 TV의 단골 방영 프로로서 확실하게 시청자들을 사로 잡았던 원조 먹방 예능은 이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맛있는 녀석들>도 피하지 못한 장수 예능 딜레마
 
 지난 3일 방영된 iHQ '맛있는 녀석들'의 한 장면.

지난 3일 방영된 iHQ '맛있는 녀석들'의 한 장면. ⓒ iHQ

 
오랜 기간 매주 방영되는 프로그램의 경우 연차가 쌓이면 어느 순간 정체기를 맞이하는 게 다반사다. 비슷한 구성의 내용이 수년에 걸쳐 소개되면서 더 이상 새로움을 발견하기 어려워지고 그에 따른 화제성 마련도 쉽지 않기 마련이다. 공교롭게도 <맛있는 녀석들> 역시 코로나19가 한창 진행되던 2021년부터 묘한 상황을 맞이했다.  

​프로그램 인기에 큰 역할을 담당했던 이영식 PD가 퇴사와 더불어 E채널로 자리를 옮겨 또 다른 먹방 예능 <토요일은 밥이 좋아>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 후 김준현의 하차 → 게스트 체제 → 김태원+홍윤화 합류로 재정비에 돌입했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예전 같지 않았다.  

​정규 방송과 별개로 꾸준히 제작되어 왔던 <운동뚱> <댄스뚱> 등 유튜브 콘텐츠물 역시 막을 내리거나 과거 대비 낮아진 조회수 등 방영 초기에 비해 기세는 한풀 꺾이고 말았다. 새 멤버의 규합으로 분위기 전환을 꾀했지만 이렇다한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맛있는 녀석들>은 최근 담당 PD 교체와 맞물려 기존 멤버들의 하차 또한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먹방 예능의 흐름이 달라졌다... 타 예능들의 약진​
 
 지난 3일 방영된 iHQ '맛있는 녀석들'의 한 장면.

지난 3일 방영된 iHQ '맛있는 녀석들'의 한 장면. ⓒ IHQ

 
<맛있는 녀석들>의 부진은 최근 달라진 방송가의 먹방 예능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E채널 <토요일은 밥이 좋아>에선 평소 입이 짧고 잘 먹는 것과는 거리가 먼 박명수를 적극 활용하는 등 대식가 위주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면서 쏠쏠한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에선 많이 먹는 것 대신 박소현+산다라박의 <밥맛없는 언니들>처럼 소식가들의 웹 예능이 역으로 관심을 모으며 순항중이다.  

여전히 대식가 먹방 채널이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적게 먹거나 미식 위주의 내용이 점차 주목을 받고 구독자 수를 늘려가고 있다. <토요일은 밥이 좋아>의 주역 박명수는 자신의 웹예능 <할명수>를 통해 과자, 케이크, 라면, 치킨 등 다양한 음식 소재 내용을 부정기적으로 방영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선하기도 한다.  

​기존 채널들 역시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먹방을 활용한다. 굳이 전문 먹방 예능을 만들 필요 없이 기존 프로그램 안에서 적절히 녹여내는 것이다. MBC <나 혼자 산다>는 일명 '팜유라인(전현무, 박나래, 이장우)'을 간간히 활용하면서 슬랩스틱에 가까운 코미디와 웃음을 유발시킨다. 연예인들의 무인도 생활기를 다룬 <안싸우면 다행이야> 역시 3명 정도의 초대손님들이 각종 신선한 재료들을 활용해 저마다 개성 넘치는 요리를 직접 해 먹으면서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먹방 예능도 변화만이 살 길
 
 지난 3일 방영된 iHQ '맛있는 녀석들'의 한 장면.

지난 3일 방영된 iHQ '맛있는 녀석들'의 한 장면. ⓒ iHQ

 
불과 3개월이 채 되지 않는 사이 5명 고정 멤버 중 4명이 하차했거나 떠날 처지에 놓였다는 점은 <맛있는 녀석들>의 위태로운 현 상황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단순히 식당 찾아가서 많이 먹는 것만으로는 급격히 달라진 시청자들의 취향을 맞추는 데 한계가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자급자족으로 만들거나 조금 덜 먹더라도 즐겁게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이전과는 180도 다른 방향의 제작이 <맛있는 녀석들>로선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이와 더불어 탄탄한 케미 및 저마다 확실한 캐릭터 마련이 뒤따를 수 있는 멤버들의 영입 또한 이 프로그램으로선 빠른 시일 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해를 거듭할 수록 OTT 및 유튜브 예능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요즘,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인 비 CJ 계열 케이블 채널의 대표 주자였던 <맛있는 녀석들>의 돌파구는 '변화' 뿐이다. 출연자 몇 명 새로 영입하는 차원이 아닌, 맛의 즐거움과 웃음을 함께 선사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만의 비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는 요즘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맛있는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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