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충무로 한국의집에서 열린 한국영화감독협회 정기총회에서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된 김종진 감독이 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지난 28일 충무로 한국의집에서 열린 한국영화감독협회 정기총회에서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된 김종진 감독이 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 성하훈

 
보수 원로세대들이 중심이 됐던 충무로 영화단체가 젊어지고 있다. 1970년대~1990년대 초반까지 한국영화를 이끌었던 60대~70대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충무로 영화단체들에게 개혁과 세대교체의 바람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한국영화감독협회는 지난 2월 28일 총회를 열고 새 이사장에 김종진 감독을 선출했다. 단독으로 입후보하면서 경선 없이 추대되는 형식을 취했다.
 
제주 출신 1975년생으로 올해 49세인 김종진 감독은 중앙대학교 영화학과를 나왔고, <조폭 마누라1> 연출부, <해안선> 조감독, <위대한 유산> 조감독을 거쳤다. 2007년 임창정, 박진희, 류승범이 주연한 <만남의 광장>(121만 관객)을 연출했다. 현재는 영화 드라마 제작사인 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맡고 있다. <과속스캔들> <써니>를 연출한 제주 출신 강형철 감독과 고교 동창으로 알려져 있다.
 
김종진 감독은 "선배 감독들이 물려주신 유산과 가르침을 토대 삼아서 여러 협회와 조합을 아우르는 맏형으로서 역할을 해내겠다"며 "영화인총연합회와 함께 산업적 부흥과 복지적 토대를 마련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영화감독들이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2007년 8월 개봉한 <만남의 광장> 감독과 배우들. 오른쪽 김종진 감독

2007년 8월 개봉한 <만남의 광장> 감독과 배우들. 오른쪽 김종진 감독 ⓒ ㈜쇼박스

 
40대 젊은 감독이 이끌면서 세대교체의 가속도가 붙게 됐다. 전임 양윤호 감독(영화인총연합회 이사장)에 이어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활동했다는 점도 특별하다. 지난 2010년 젊은 영화감독들이 영화감독협회 안에서 개혁을 시도하다 좌절된 후 영화감독조합을 구체화 시켰는데, 이들이 중년 세대가 되면서 두 단체의 경계가 약화하는 모양새가 됐다.
 
그간 영화감독협회는 현역보다는 주로 은퇴한 영화인들의 사랑방으로 인식됐다. 현역 감독들은 주로 영화감독조합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감독협회의 비중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전임 양윤호 감독의 경우도 감독협회 이사장을 발판으로 지난해 영화인총연합회 이사장에 선출됐고, 이후 고질적인 대종상 비리 문제 등에 단호하게 대응하며 영화계 안팎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감독협회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인총연합회 개혁작업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화인총연합회 산하 단체인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도 지난 2020년 40대 여성 이사장을 선출해 지난 60년간 남성 작가들이 대표를 독차지했던 구조를 무너뜨렸다. 방순정 이사장은 각종 공모사업에서 성과를 내면서 원로 작가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던 작가협회를 변화시켰다. 여기도 11월 총회를 예정하고 있어 세대교체의 바람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젊은 세대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영화계 현안에 대한 대응에서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단체들의 소통도 원활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정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영화단체들이 힘을 합쳐 영진위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예산을 추가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영화감독협회 소속의 한 감독은 "시대가 변화는 만큼 세대교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원로감독님들 역시 감독협회의 체질 개선에 이견이 없었다"며 "젊은 감독이 대표가 됐으니 활기찬 모습으로 한국영화에도 좋은 역할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영화감독협회 김종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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