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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시민단체들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국회에서 '론스타 ISDS 판정문 분석 대국민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시민단체들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국회에서 '론스타 ISDS 판정문 분석 대국민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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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론스타 판정문 중) 1440개 부분을 삭제하고 공개했다. 협정 위반 관련자들을 특정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분석에 장애를 초래했다."

정부가 앞서 론스타 사건의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판정문을 공개했지만, 협정 위반자가 특정될 수 있는 정보를 상당량 삭제 처리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ISDS에 사실상 패소하면서 국민 세금으로 약 3000억 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지만, 책임자 처벌을 방해하기 위해 시간 끌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시민단체들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은 국회에서 '론스타 ISDS 판정문 분석 대국민 보고대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고발했다.

이날 토론에 나선 송기호 변호사(전 민변 국제통상위원장)는 "론스타 판정문이 나온 뒤 지금도 여전히 많은 게 감춰져 있다. 판정문의 1440개 부분이 검은색으로 지워져있다"며 "이 중 1300여개는 '주어'인데, 통째로 지운 부분도 있다. 누가 잘못한 것인지를 모르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론스타 판정문 1440개 부분 검은색으로 지워" 

이어 "결국 국민이 돈을 내야 하는 것인데, 왜 돈을 내야 하는지가 판정문에 들어있다. 누가 잘못을 저질렀는지 막연히 짐작하는 것과 판정문에 특정인이 명시된 것은 전혀 다르다"며 "(이는) 지난 20년 동안의 (정부 실책을) 감추기 위한 것이다. 한 장관은 지운 것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9월 법무부는 론스타 판정문을 영문본 그대로 공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심상정 의원은 국회도서관에 판정문 번역을 의뢰했고, 지난 1월 말 최종 번역본을 받아 이를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이후 각계에서 512쪽에 달하는 론스타 판정문 분석에 나섰고, 이날 그 결과를 공개한 것. 

판정문에는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넘겨야 한다는 한국 금융 관료들의 인식이 드러나는 정황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론스타 사건의 근본적인 폭탄은 (론스타는 은행을 인수할 수 없는) 산업자본이었다는 이슈였다"며 "지금에는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지만, 국민은 모르고 있었다. 학계도 2007년에야 그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산업자본 이슈를 다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판정문에서 론스타 관련 중재판정부는 다수 의견을 통해 "금융위는 자신의 법적 임무를 이행하는 것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함으로써 자신의 규제 재량권을 남용했다"며 "금융위는 이해상충에 굴복한 것이다"라고 명확히 했다. 

이와 함께 전 교수는 이른바 '변양호 사건' 1심 판결문을 통해 당시 금융 관료들과 외환은행의 관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해당 판결문에는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과 이달용 당시 외환은행(현 하나은행) 부행장의 2003년 7월 7일 통화 내용이 담겨있다. 'Qualification(자격요건)에 대해 KEB(외환은행)는 신경쓰지 않아도 됨. 정부가 알아서 할 것임. (극단적으로는) 부실금융기관 지정까지도 가능. 어떻게든 Deal(거래)이 돼야 할 것임'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지난해 8월 3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장관.
  지난해 8월 3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장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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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이창용 한은 총재 등 조사해야"

그러면서 전 교수는 진실 규명을 위한 우선 조사 대상으로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이창용 전 금융위 부위원장(현 한국은행 총재)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신제윤 전 금융위 부위원장 ▲최종구 전 금융위 상임위원 ▲추경호 전 금융위 부위원장(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꼽았다. 

또 이날 보고대회에서는 한동훈 장관이 론스타 판정문 영문본을 공개하면서 한국 정부가 큰 손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발언을 남겨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판정문이 나왔을 때 한 장관이 '95.4% 승소'로 얘기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언론에서 우리가 대단한 승소를 한 것처럼 보도했다"며 "하지만 실상은 승소가 아니라 잘 봐줘야 반쪽짜리 (승소)"라고 말했다.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2012년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모두 4조7000억 원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그런데도 마치 (판정) 취소 신청을 하면 이길 수 있을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해 시간 끌기를 하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며 "관련자 대부분이 현직에 있다. 추 (경제)부총리와 이 (한국은행) 총재는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이었고, 현 (이석준) NH농협 회장도 연루돼 있다. 국회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그:#론스타, #민변, #심상정, #추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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