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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과 입학식에는 꽃다발이 필수
 졸업식과 입학식에는 꽃다발이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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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을 잘 보내고 출근길이었다. 해마다 3.1절 다음날은 입학식의 날 아니던가. 꽃값이 가파르게 비싸진다는 것이 뉴스에도 나올 정도이니 말이다. '어라? 그런데 저 분은 아이가 올해 고등학교 간다고 하셨는데 출근을 하셨네?' 싶어 인사 겸 안부 겸 물어보았다.

"아이가 고등학교 간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입학식 안 가셨어요?"

그런데 오히려 "아이 고등학교 입학식을 가는 거예요?"하고 되물으셨다. 때마침 다른 분도 대화에 참여하시며 말씀하셨다. "저도 아이 고등학교 입학식 안 갔던 것 같아요."

엉겁결에 알게 된 중·고등학교 입학식의 정설

모름지기 입학식이란 엄마 아빠랑 어색하게 꽃다발 든 사진을 찍고 짜장면 먹는 날이 아니었나? 나만 이제 알았다. 중·고등학생쯤 되면 입학식에 부모가 참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하긴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이 언제이던가. 강산이 바뀌어도 두세 번은 족히 바뀌었을 것이다. '라떼는 말이지' 집에 앨범이 당연히 있고, 거기에 엄마·아빠와 함께 찍은 중학교 입학 사진이 꽂혀있단 말이다. 가족사진이 일반적이지 않던 시절이라 그런 사진이 겨우 남아있는 가족사진이 되었다.

출근하고서 마침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이가 있는 친구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내 친구는 아이들에게 엄청 관심이 많은 아이라서 당연히 입학식에 갔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이 친구도 회사에서 근무 중이라고 했다.

"요즘엔 중학교 졸업식에 잘 안가. 야~ 이제 내 손을 떠났다."

이미 큰 아이가 있는 친구라서인지 중학교 입학식을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니, 고등학교만 그런 것이 아니라니, 중학생만 돼도 엄마가 입학식에 안 가도 되는 거였다니. 이럴 수가. 사실 나는 이미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내년 달력에서 3월 2일을 찾아보고는 그때 업무 일정이 어떨지 예측해보고, 꽃다발은 어떤 것으로 사야 할지 디자인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중학생만 되어도 엄마 손을 떠난다는데

친구의 아이들은 내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를 올해 졸업했다. 새 학기 첫날이라 아이의 담임 선생님을 아는지도 물어보고 여러 가지를 물어보려고 했다. "반에 아는 엄마도 없고 걱정되어서. 잘 모르는 담임 선생님이라서. 넌 혹시 아는 분이니?"하고 물었더니 현명하기 이를 데 없는 나의 친구는 이렇게 답해주었다.

"걱정하지 말고 아이를 믿어!!! 아이는 잘해 낼 거야." 그 한마디에 갑자기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베스트셀러 제목에도 그런 게 있지 않았던가.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어쩌면 이렇게 걱정을 하는 것 자체가 내 욕심인지도 모른다. 예측된 결과 안에서 아이가 편안했으면 하는 욕심. 사실 아이도 새로운 환경과 상황, 사람들을 경험해봐야 아이도 성장하고 스스로 해나가는 발전이 있을 텐데 아직 내 마음속에는 '어렵고 힘든 환경 속으로 보내고 싶지 않은 부모의 욕심'이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나 보다.

걱정을 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는 것도 달라지는 것도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아이 일이라면 나도 모르게 사서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마음의 깊은 속을 들여다보면 아이를 통제하고 싶은 마음은 아닐까? 여러모로 나를 반성하게 되며 소심 대신 대심을 택하기로 결심했다. "그래~!!! 담임 선생님이고 입학식이고 뭐고 난 쿨해지겠다!"라고 결심했다.

아니 그런데 또 다 그런 건 아닌 것 같기도 한데

반면에 블로그 이웃분은 따님의 요청으로 올해 고등학교 입학식을 다녀오셨다고. 아~ 입학식도 모두 다르군. 다 안 가고 그런 건 아니었구나. 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아이가 행복하면 그만인 것을. 새롭게 학년을 시작하는 모든 아이가 즐겁게 새학기를 시작하면 그만인 것을. 그래, 아이는 아이대로 잘하겠지. 철석같이 믿고, 나도 오늘 입학한 것처럼 새 마음 새 뜻으로 즐겁게 보내보기로 결심했다.

태그:#입학식,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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