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2 새내기 팀 천안 시티 FC가 펠레 스코어까지 따라붙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기대하던 동점골이 나오지 않자, 3299명 천안 홈팬들의 탄식이 나왔다. 상대 팀 부산 아이파크가 2020년에 K리그2로 강등되어 아직까지 승격 기운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팀이라고 하지만 뛰어넘기 까다로운 벽이 느껴진 게임이었다. 

박남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천안 시티 FC가 1일 오후 1시 30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2023 K리그2 부산 아이파크와의 첫 라운드 홈 게임을 2-3 펠레 스코어로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시작 10분 만에 2골 내주며 무너진 홈팀

104주년 3.1절 독립운동의 성지 천안에서 열리는 K리그2 첫 게임이기 때문에 더 뜻깊은 첫걸음이었다. 그런데 프로축구리그 공식 첫 게임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험난했다. 지난해까지 K3리그에서 뛴 천안시 축구단이 공식 프로무대 진출을 선언하며 K리그2에 천안 시티 FC라는 이름으로 도전했지만 10분 만에 두 골을 먼저 내주며 크게 흔들렸다.

올해 K리그2 시즌 첫 골은 부산 아이파크가 터뜨렸다. 게임 시작 후 6분 39초 만에 K리그2 공식 첫 골이 브라질 출신 멀티 플레이어 라마스의 오른발에서 나왔다. 부산 아이파크 부동의 오른쪽 풀백 최준이 오른쪽 측면에서 정확하게 보내준 얼리 크로스를 잡아놓고 반 박자 빠른 오른발 슛을 홈 팀 골문 오른쪽 톱 코너에 꽂아넣은 것이다. 라마스가 2021년 대구 FC 유니폼을 입고 K리그1에 데뷔하면서 날카로운 왼발 킥 실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천안 시티 FC 골키퍼 김효준이 오른발 슛 타이밍을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박진섭 감독이 이끌고 있는 부산 아이파크는 내친김에 추가골을 보태며 승격 의지를 담은 힘찬 출발을 알렸다. 첫 골을 넣고 4분도 지나지 않아서 공격형 미드필더 페신이 홈 팀 수비수 차오연의 공을 가로채 왼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굴려넣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천안 시티 FC는 193cm 키다리 골잡이 모따 덕분에 겨우 추격 의지를 세울 수 있었다. 29분에 김주환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받은 모따가 부산 아이파크 수비수 조위제와의 몸싸움을 이겨내며 헤더로 기념비적인 첫 골을 터뜨린 것이다.

"다시 시작되는 천안의 K리그" 펼침막을 걸고 응원하던 천안 시티 FC 서포터즈가 대형 깃발을 들어올리며 K리그2 도전 첫 골의 감격을 널리 알렸다. 오래 전 일이지만 지금 시민구단 성남 FC(K리그2)가 기업 구단(일화) 시절인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천안을 연고지로 삼았기 때문에 펼침막 문구와 이 첫 골의 의미는 홈팬들에게 남다르게 다가온 셈이다. 더구나 모따라는 등록명의 K리그 선수가 성남 일화의 전성기 일부라고 말할 수 있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활약했기 때문에 천안 시티 FC '모따'의 이 첫 골은 더 특별하게 보였다. 

하지만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부산 아이파크는 40분에 놀라운 코너킥 세트 피스를 펼치며 결정적인 추가골을 넣었다. 첫 골의 주인공 라마스가 오른쪽 코너킥을 짧게 연결하면서 두 번의 패스로 엇박자 왼발 크로스를 반대쪽으로 크게 넘겨준 것이다. 이 세트 피스 크로스 타이밍을 예상하지 못한 천안 시티 FC 수비수들은 부산 아이파크 수비수 이한도를 놓치는 바람에 골문 바로 앞에서 왼발 발리 골을 내주고 말았다.

천안 시티 FC가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시작한 후반전 초반에 놀라운 골을 터뜨리며 다시 따라붙었다. 후반전 시작 후 2분이 지나자마자 얻은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세컨드 볼 상황에서 모따가 오른쪽으로 90도 돌면서 믿기 힘든 오른발 인사이드 로빙슛을 넣은 것이다. 동료 오윤석의 왼발 슛이 빗맞은 것, 상대 골키퍼 구상민이 골 라인 앞으로 나와 있는 것을 완벽하게 읽어내고 대응한 최고의 장면이었다. 지난 해 6월 천안시 축구단 유니폼을 입고 한국 생활을 시작한 브라질 출신 27살 모따의 K리그2 도전기가 본격적으로 열렸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다.

그래도 부산 아이파크는 주장 이한도가 센터백에서 중심을 잡고 더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끝내 동점골을 내주지 않았다. 79분에 페신을 빼고 베테랑 미드필더 박종우를 들여보내 중원 싸움을 끈질기게 펼친 박진섭 감독의 선택이 주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천안 시티 FC는 오는 일요일(5일) 오후 1시 30분 김포 FC와의 어웨이 게임을 뛰기 위해 김포 솔터구장으로 찾아가며, 부산 아이파크는 2라운드를 느긋하게 쉬고 11일(토) 오후 4시 청주종합운동장으로 가서 K리그2 또 하나의 새내기 팀 충북 청주 FC를 만나게 된다.

2023 K리그2 결과(3월 1일 오후 1시 30분, 천안종합운동장)

천안 시티 FC 2-3 부산 아이파크 [득점 : 모따(29분,도움-김주환), 모따(48분,도움-오윤석) / 라마스(6분 39초,도움-최준), 페신(10분), 이한도(40분,도움-라마스)]

천안 시티 FC 선수들(4-2-3-1 포메이션)
FW : 모따
AMF : 장백규, 윤용호(77분↔이민수), 최상헌(31분↔오현교/77분↔허승우)
DMF : 김주헌, 김현중(46분↔신원호)
DF : 오윤석, 차오연, 이광준(60분↔김종민), 김주환
GK : 김효준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4-1-4-1 포메이션)
FW : 라마스(82분↔박정인)
AMF : 이상헌(46분↔최건주), 정원진, 페신(79분↔박종우), 성호영(60분↔최기윤)
DMF : 권혁규
DF : 어정원, 이한도, 조위제, 최준
GK : 구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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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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