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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생활 딱 두 달째 하고 있는 50대 주부이다. 두 달 전만 해도, 워킹맘으로 분주하게 대학생, 고등학생, 초등학생, 자녀와 전쟁 같은 아침 준비를 하면서 직장을 다니던 싱글맘이었다.

바쁘게 직장 다닐 때는 가볍게 지나갈 수 있었던 문제도 이제는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남들은 여유가 생기면 아이들을 더 이해하고 포용해 준다고 하던데... 맞다, 나에게도 사춘기보다 더 무서운 50대 갱년기가 찾아온 것이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누가 말만 하면 예민해지고 우울해지고, 아직 열이 오르지는 않지만, 10대 딸에게 시작된 생리가 이제 50대인 나에게서는 곧 사라지겠지, 그런 것들을 생각해도 슬퍼진다. 요즘은 초경이 올 때 꽃과 향수 케이크로 축하를 해준다. 폐경할 때는 나도 40년 동안 애썼다고 축하를 해줘야지.

요즘 퉁퉁거리는 딸에게,

"너 사춘기야 엄마 갱년기야, 건들지 마라."
"엄마는 뭔 갱년기가 10년이나 해."


옆에서 듣고 있던 큰딸의 말이다. 큰딸과 막내딸과 10년 차이다. 큰딸이 사춘기 시절 퉁퉁거릴 때도 써먹던 말이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그냥 안 넘어간다. 그때는 말만 이었는데, 지금은 갱년기가 진짜 왔다.
 
군산 월명산 산책, 산새소리와 청솔모와 바람소리 등 신선한 공기 등을 마시면서 심신의 안정을 취한다.
▲ 월명산 산책 군산 월명산 산책, 산새소리와 청솔모와 바람소리 등 신선한 공기 등을 마시면서 심신의 안정을 취한다.
ⓒ 서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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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읽고 있고 핸드폰만 보고 있으니 더 우울해졌다. 공원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꾸준히 하기로 했다. 가벼운 산책은 심신의 안정을 주었다. 아직은 추웠지만, 찬바람 속에서도 가슴을 뻥 뚫어주는 상쾌함이 있었다. 먹이를 찾아 내려오는 청솔모와 이야기도 나누고, 알아듣기라도 하는지 한 번씩 쳐다보고 간다.

한 번은 고라니가 우리 앞에 가로질러 달려가기도 했다. 그렇게 포동포동 살찐 고라니를 바로 코앞에서 본 것이다. 월명산에 고라니가 살다니 역신 산은 우리에게 신선함을 준다.
 
10주년 파격세일 골프연습장
▲ 골프연습장 10주년 파격세일 골프연습장
ⓒ 서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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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가다가 플랜카드에 '10주년 기념 3개월 파격 세일 골프 선착순 20명'이 써진 것을 보았다. 골프는 나와 거리가 먼 세계라고 생각했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같이 산책하는 동생은 10년 전부터 골프를 쳤다. 3개월 가격이 1달 가격 밖에 안 된다고 해서 망설이다 등록했다. 남들도 다 하고 이번 기회에 폼이라도 한 번 잡아보자. 일주일에 4번 레슨 가서 오전 두 시간씩 연습하고 온다.

처음에는 똑딱도 못하고 자세도 구부정 어색했지만 이제는 제법 자세도 나오고 '퍽' 치는 소리도 난다. 운동하는 것처럼 옆구리도 아프고 치는 폼도 난다. 배드민턴을 해서 그런지 다른 여자분들보다 두 달 정도 빠르다고 듣기 좋은 말을 해 주신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많은 돈 안 들이고 골프를 배우고 있다. 친구가 안 쓴다고 물려주눈 것과 골프 신발, 골프가방은 중고 마켓 이용하면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배드민턴 팀을 이루워서 운동을 하면 탐을 많이 흘릴수있음. 늦게 배우면 다리에 무리가 갈수 있어요.
▲ 배드민턴 배드민턴 팀을 이루워서 운동을 하면 탐을 많이 흘릴수있음. 늦게 배우면 다리에 무리가 갈수 있어요.
ⓒ 서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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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2년 쉬었던 배드민턴을 월,수,금 저녁에 다시 시작했다. 골프는 혼자서 집중하는 운동이지만 배드민턴은 둘 혹은 네 명이 팀을 맞춰서 역동적으로 하는 운동이라 땀이 뻘뻘 난다. 7시~9시 사이 운동을 서너 게임하고 집에 돌아오면 몸은 노곤노곤해진다.

낮에 산에 안 가는 날이나 틈이 나면 아파트 안에 주민들이 만 원으로 이용하는 헬스장에 가서 근력 운동과 러닝으로 한 시간 정도 땀을 흘리고 온다. 이러고 오면 나의 갱년기 증상이 나타날 수가 없다.
 
아파스 지하 주민 만원 헬스장은 기본적인 운동기구들만 있지만, 땀 흘리기는 괜찮다.
▲ 아파트 헬스장 아파스 지하 주민 만원 헬스장은 기본적인 운동기구들만 있지만, 땀 흘리기는 괜찮다.
ⓒ 서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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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불규칙한 생리이다. 여성 호르몬의 결핍에 의한 증상도 나타난다. 우리나라 여성 중 50% 정도는 안면 홍조, 빈맥, 발한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함께 나타나는 피로감, 불안감, 우울감, 기억력 감퇴, 질 건조증, 수면장애 등이 많이 나타난다.

나에게 나타난 것은 불안감과 우울, 기억력 감퇴, 수면장애, 피로감 등이 나타났던 것 같다. 짜증이 동반하였다. 두 달 운동을 온종일 하면서 우선 잡생각을 안 나게 하였다. 내 몸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지쳐 쓰러져 잘 수 있게 하였고, 운동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어내니 밤에 나쁜 생각들이 덜 나서 그런지,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갱년기 운동으로 이길 수 있어요. 돈 많이 안 들고 할 수 있어요. 갱년기로 불어난 살이 빠지면서 중년 여성의 자신감도 살아났습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 등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태그:#갱년기, #운동,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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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좋아서 아이들과 그림책 속에서 살다가 지금은 현실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현실 속에서는 영화처럼 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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