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랫동안 지역을 지켜온 점포는 그 지역의 역사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유통구조의 변화와 프랜차이즈가 성행하면서 골목상권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용인에는 수십 년 동안 또는 대를 이어가며 꿋꿋하게 하나의 길을 가고 있는 점포가 적지 않다. 오래가게 이른바 '노포'다. 용인시민신문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노포가 지역 브랜드로 오래도록 남길 바라며 오래가게를 연중기획으로 마련했다. - 기자 말
 
백암순대.
 백암순대.
ⓒ 용인시민신문

관련사진보기


용인을 대표하는 먹거리를 꼽으라면 단연 백암순대다. 그만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미식가들이 전국에서 찾고 있다.

백암순대는 1일과 6일에만 열리는 민속 오일장인 백암장과 깊은 관계가 있다. 과거나 지금이나 그리 넉넉하지 못한 장꾼들을 상대로 생겨난 것이 순댓국이다.

한때 하루 400~500마리씩 소가 거래되던 우시장이 있었다곤 하나 장꾼들에게 소고기국밥은 값비싼 음식일 수밖에 없었다.

반면 돼지 부산물을 주재료로 한 순댓국은 저렴한 가격에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으니 일찌감치 서민들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전국 최대 돼지사육 두수를 자랑하던 백암에서 순대가 대표 먹거리가 된 것은 자연스러웠다.

백암순대의 역사는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암에서 중앙식당이라는 순대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미정(65) 대표의 조부모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돼지 부산물을 처리하기 위해 시작된 게 시작이다.
 
백암순대가 들어간 순댓국.
 백암순대가 들어간 순댓국.
ⓒ 용인시민신문

관련사진보기


이후 김 대표의 어머니가 식당(당시 중앙옥)을 물려받아 운영하다 1972년 장남인 김재관 전 백암신협 이사장이 물려받았다. 김 전 이사장이 1990년대 말까지 운영하다가 지금의 김미정 대표가 물려받아 남편 김건수(69)씨와 운영해 온 지 20여 년까지 합하면 70여 년 역사를 지닌 곳이다.

백암에는 중앙식당 외에도 풍성식당이나 백암식당, 제일식당 등 짧게는 40여 년, 길게는 60여 년 역사를 지닌 순대 전문점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긴 식당이 적지 않다. 백암순대는 1940년대 시작된 중앙옥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을 만큼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순대는 지역마다 속을 채우는 방법이 다르다. 중앙식당 김미정 대표는 "백암순대는 식당마다 각자 만들어 맛이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양배추와 부추 등 채소가 많이 들어가고, 과거와 달리 돼지 선지 대신 소 선지를 사용하는 것이 백암순대의 특징이다.

특히 중앙식당은 12시간 돼지 뼈를 우려된 국물에 양배추와 부추를 기본으로, 호박 등 제철에 나는 채소를 사용하고 있어 맛이 담백하다.
 
백암 중앙식당 김미정·김건수 씨 부부
 백암 중앙식당 김미정·김건수 씨 부부
ⓒ 용인시민신문

관련사진보기


중앙식당은 코로나19 이전까지 긴 줄에 밀려오는 손님을 받기 위해 종업원을 두고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씩 가게 문을 열 정도로 바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손님 발길이 줄면서 김미정·김건수 부부가 재료 준비부터 음식 조리, 홀 서빙까지 모든 걸 다하고 있다. 그 사이 두 부부는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음식과 식당 영업에 관심이 많은 아들이 가업을 이어가려고 해 중앙식당의 백암순대를 더 오랫동안 맛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미정 대표가 태어났을 때부터 온 60년 이상의 오랜 단골손님이 찾는 중앙식당. "맛있게 먹었다는 말 외에는 바랄 게 없다"는 김미정 대표. 손님들에게 맛있는 식당으로 남고 싶은 중앙식당이 100년 가게로 이어질 그날이 기다려진다.
 

 
ⓒ 용인시민신문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용인시민신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치와 참여시대의 동반자 용인시민신문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