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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군이 자랑하는 은어를 형상화한 다리. 다리 가운데는 가족, 연인들이 물고기 모양 나무에 써놓은 소원이 있다.
▲ 은어다리 울진군이 자랑하는 은어를 형상화한 다리. 다리 가운데는 가족, 연인들이 물고기 모양 나무에 써놓은 소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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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을 걷고 싶었다. 2월 18일,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수치가 가장 낮은 곳. 청정 하늘을 자랑하는 경북 울진으로 갔다. 흐린 날씨가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울진항에 도착하니 곳곳에 눈이 쌓여 있다. 지난 밤 많은 양의 눈이 왔음을 짐작해본다. 차를 세우고 방파제를 따라 걷는다. 한적하고 아늑한 울진항은 맑고 깨끗한 바닷물과 갯바위가 그림 같은 곳이다.

무작정 걷다 해파랑길 안내판을 발견하였다. 갈피잡지 못한 발길을 인도한다. 경사진 오르막 도로를 오른다. 해신당, 지진해일 대피소를 지나자 숲길과 연결된다. 울창한 소나무 숲길에 하얀 눈이 소복하다.

눈길에 난 발자국을 따라간다. 솔가리가 무성한 길은 스펀지처럼 푹신하다. 눈이 녹은 양지 바른 자리마다 산소(山所)가 있다.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명당이다. 길이 아리송할 때면 각종 산악회의 리본이 길잡이다. 
 
길을 걷다보면 방향을 잃는 경우가 있다. 이때 리본을 발견하면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대구 비실이부부' 등 꼬리표에 있는 별명도 재미있다.
▲ 산꾼들이 매달아놓은 꼬리표 길을 걷다보면 방향을 잃는 경우가 있다. 이때 리본을 발견하면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대구 비실이부부' 등 꼬리표에 있는 별명도 재미있다.
ⓒ 이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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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을 오르니 머리 위의 바다와 발 아래의 바다가 만났다. 검푸른 바다는 바람 한점없고 먹구름이 지나간 회색빛 하늘은 한가하다. 해변 솔숲의 야영장을 보니 여름이 기다려진다.

바다와 점점 가까워지자 방공초소가 나타났다. 한참 전 울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떠올랐다. 위기에 놓인 금강송 군락지를 보호하는데 큰 활약을 한 군인들의 노고가 떠올랐다.

나무 계단을 내려오니 모래사장이 펼쳐졌다. 낚시꾼의 연두색 텐트는 무채색 바다를 다채롭게 한다. 끝없는 바다를 보고 있으니 생각이 멈춘다. 맑은 정신으로 다시 걷는다. 입을 크게 벌리고 마주보고 있는 물고기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궁금증에 걸음이 빨라진다. 

은어 다리. 맑고 깨끗한 울진의 상징물 은어를 조형물로 만들어 교량 양쪽에 설치하였다. 왕피천을 지나 동해바다와 만나는 곳으로 산란철 회귀하는 은어떼들을 구경할 수 있는 일출 명소다.

다리에 서서 아래를 내려보니 바닥이 훤히 보인다. 헤엄치는 생물체의 형태가 의아해 갸우뚱하는 순간 물밖으로 고개를 들어 올라온다. 물고기가 아니라 오리였다. 오리가 빠른 속도로 잠수해서 물고기를 잡는 광경이다. 

왕피천 생태공원에 도착했다. 강과 바다가 이웃한 살아 숨쉬는 자연생태계다. 계절 따라 특색 있는 꽃들이 가득한 우리나라 친환경 농업의 중심지다. 공원 안에는 유전자 보호림으로 지정된 200년 이상의 소나무 1천여 그루가 산다.

위세와 명성에 걸맞게 규모가 엄청나다. 전시관ㆍ영상관으로 구성된 친환경농업관과 아열대식물관, 허브체험관, 주공연장 등의 실내공간이 있다. 유기농경작지, 야생화관찰원, 자연예술동산, 생태터널 등의 야외공간도 갖췄다.

왕피천공원내에 왕피천 케이블카, 아쿠아리움, 피크닉공원, 동물농장, 곤충박물관, 안전체험관, 빙상장(스케이트장) 등 시설이 다양하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가족 나들이할 때 최적이다. 취향에 맞게 골라 다닐 수 있는 재미가 있겠다.

해파랑길의 한 코스인 울진항~공석항~왕피천생태공원 길은 바다와 산, 들녁이 어우러진 곳이다. 따라서 돌아올 때 들판길을 지나는 울진읍 마을길을 택했다. 시골 2차선 도로 인도를 씩씩하게 걷는다. 길 중간중간 화장실이 잘 마련되어 낭패 볼 일도 없다. 개울 옆 데크 산책로에는 운동 나온 주민들이 많다.  

현내리 마을로 들어서니 지대가 높은 곳곳에 집들이 빼곡하다. 바닷가 사람들의 애환을 간직한 듯하다. 오늘처럼 파도 없이 잔잔한 바다를 기원하는 그들의 마음이 전해진다. 

걷고나니 급격히 배가 고프다. 칼국수와 회국수, 회비빔밥이 유명하다는 곳을 찾았다. 멸치국물에 된장을 풀어넣은 뜨끈한 칼국수, 울진 앞바다에서 갓잡은 회를 넣은 비빔밥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군침이 돈다. 나오자 마자 흡입한다. 얇은 면발이 부드러워 훌훌 넘어간다.   

'바지게' 시장은 울진시장을 드나들었던 일꾼들에서 유래됐다. 싸리나무로 만든 지게를 메고 험한 산길을 다니며 곳곳의 특산물과 쌀, 소금 등을 맞바꿨다. '바지게꾼'이라 불리게 되었고 현재 시장 이름의 유래가 됐다고 한다. 봄기운 가득한 울진 바닷길. 걷고 보는 재미에 먹는 기분까지 느낀 하루였다. 
 
예전 엑스포를 하던 공간이다. 다양한 시설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방문하면 좋은 곳이다
▲ 왕피천 생태공원 예전 엑스포를 하던 공간이다. 다양한 시설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방문하면 좋은 곳이다
ⓒ 이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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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에 실립니다


태그:#제천단양뉴스, #이보환, #울진, #단양, #걷기좋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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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신문에서 25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2020년 12월부터 인터넷신문 '제천단양뉴스'를 운영합니다.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다짐합니다. 언론-시민사회-의회가 함께 지역자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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