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4대강 국민연합의 고발 건에 대해서 '혐의 없음'으로 각하처분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대구수성경찰서의 공문
ⓒ 대구수성경찰서	관련사진보기

 

큰사진보기
▲  4대강 국민연합의 고발 건에 대해서 '혐의 없음'으로 각하처분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대구수성경찰서의 공문
ⓒ 대구수성경찰서	관련사진보기

 
지난 2월 15일 대구 수성경찰서로부터 공문이 왔습니다. 혐의가 없어 피고발인의 고발 건을 각하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4대강 국민연합(대표 이재오) 회원인 대구‧부산지역 주민 25명으로부터 지난해 11월 11일 고발을 당했습니다.

고발인들은 저를 포함해 대학교수 2명(부경대 이승준 교수, 경북대 신재호 교수), 언론인 2명(대구MBC 심병철, 양관희 기자) 등 총 5명을 고발했습니다. 고발 사유(피의사실)는 "대구MBC 방송, 기사를 통해 낙동강에서 취수한 수돗물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내용의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대구광역시 등 일반수도사업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2월 9일자로 최종 '혐의 없음(불송치)' 결론을 내리고, 그 결과를 피고발인들에게 통보했습니다. 

공권력이 증명해준, 4대강 진실 규명 활동
 

큰사진보기
▲  지난해 8월 대구 수돗물에 녹조 독이 검출됐다는 필자의 오마이뉴스 기사 화면 갈무리
ⓒ 화면캡처	관련사진보기

 
이는 여러 가지로 의미있는 무혐의 처분입니다. 피고발인들에게 혐의가 없다는 것을 알리는 동시에, 그간의 활동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해주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즉 지난해 대구MBC와 오마이뉴스를 통해 대구 수돗물에서 녹조 독성물질이 나왔다는 사실을 보도한 것이 허위 사실이 아니라는 걸 입증해준 것입니다(관련 기사 - 경찰 "대구MBC 수돗물 보도, 명백한 무혐의로 각하").

사실 4대강 국민연합 측의 고발 건은 말도 안 되는 것이어지만, 적지 않은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고발 사실 자체에 사람들을 위축시키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지요. 말을 조심하게 되고, 스스로 검열이란 것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아주 악질적이고 저열한 공격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공법이 아닌 뒤통수를 후려치는 격이랄까요?

일종의 재갈을 물리기 위한 기법인 것이지요. 그러나 그 수법은 이번엔 실패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대학교수와 언론인 그리고 환경단체 활동가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였으나 확실히 실패했습니다. 

4대강 국민연합을 역고발하려는 이유

그래서 4대강 국민연합 측을 무고죄로 역고발하려 합니다. 국립대 교수들이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학자적 양심으로 연구한 결과를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공신력 있는 언론을 통해 공표한 것을 고발한 건 이들의 행동을 위축시키고 위해를 가하려는 불순한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불순한 행위는 철저히 실패했고 그 실패에는 교훈이 따라야 합니다. 즉 타인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양심에 따라 행동하려는 학자와 활동가와 언론인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불순한 의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남겨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4대강 국민연합과 그 회원 25인을 무고죄로 역고발하려는 이유입니다. 그 25인은 사실 이용당한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고발해야겠습니다. 4대강 국민연합의 이런 치졸한 행동에 이용당하지 말라는 경종의 의미도 있기 때문입니다. 
 

큰사진보기
▲  사진 설명은 2018년 10월 낙동강시민조사단을 이끌고 영풍석포제련소 현장에 가서 주민들과 대치한 후 막아서는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는 필자의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사실 필자는 이런 고발을 여러 차례 당했고, 그 고발이 상당한 성과(?)를 가져온 바도 있습니다. 낙동강 최악의 공해공장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영풍석포제련소 폐쇄운동을 열심히 진행할 2018년 당시, 필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서 시민에게 영풍석포제련소의 실상을 보여주는 현장 탐방을 여러 차례 진행했습니다.

영풍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최상류 청정 계곡에 1970년 느닷없이 등장했습니다. 그 공장을 보기만 해도, 그리고 공장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를 비롯한 오염물질로 초토화 된 주변 산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공장의 실체를 명확히 알 수 있기에 대구시민을 비롯한 전국의 시민을 모아 현장 탐장을 진행했습니다. 

한 참가자는 그 충격적인 현장을 보고 짧은 시를 썼는데, 그 시에는 우리 일행을 막아서는 일부 주민들(영풍석포제련소 협력업체 주민들로 영풍제련소와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의 난데없는 행동을 비하하는 표현이 담겼습니다. 이후 필자는 그 시를 페이스북에 인용했는데, 그것을 이유로 영풍석포제련소 협력업체 일부 주민들로부터 고발을 당하게 됩니다.

정부나 업체로부터 고발을 당한 적은 있지만 주민들로부터 고발을 당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고 당시 나름 주민들과 공익을 위해 싸워왔다고 자부해 왔던 터라,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 사건 이후 심적으로 위축됐고, 이 사건을 계기로 다른 사건들과 연동되면서 활동을 쉬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2018년 12월의 일입니다. 그로부터 저는 2년 동안 현장에 돌아오지 못한 채 긴 휴식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고발은 성공한 셈입니다. 왕성히 활동하던 한 활동가를 2년간이나 긴 침묵의 늪으로 빠지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4년 후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엔 번지수를 아주 잘못 짚었습니다. 지금의 필자는 지난 4년 전의 당시보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더 단단해졌고, 함께 고발당한 동지들이 있고, 뒤에서 묵묵히 지지하고 성원해주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수많은 회원들이 있기에 쉽게 무너질 수 없습니다. 

4대강 국민연합은 이런 사실을 간과한 것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오늘 4대강 국민연합과 그 회원 25명을 무고죄로 역고발할 것을 결심하는 바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을 벌이지 말 것을 그리고 이런 치졸한 행위에 동원되지도 말 것을 교훈으로 삼길 바라며 이들을 고발하려 합니다. 
  

큰사진보기
▲  지난해 8월 녹조가 극심한 낙동강에서 뜬 물로 만든 녹조라떼를 들어보이고 있는 필자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그리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은 건 낙동강의 녹조는 심각하고, 그 심각한 녹조는 낙동강에 청산가리 6600배(미국 오하이오대 이지영 교수)의 맹독을 만들고 그 독이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에서 검출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녹조가 심한 여름철에는 무조건 말입니다.

낙동강 유역 주민들은 정말 조심해야 하고, 녹조을 막아내기 위한 활동에 함께해주셔야 합니다. 그 방법은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여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낙동강의 녹조는 보의 수문을 열어 낙동강을 흐르는 강으로 만들어주면 해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