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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 정동진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암반 절벽으로 이뤄진 바닷가가 있다. 일반인들은 군 시설물이 있어 접근할 수가 없고, 해안도로에선 보이지 않는 요새다. 등명해변이다.

등명해변은 수심이 얕고 암반이 많아 미역, 다시마, 톳, 등 해조류의 천국이다. 바위가 많아 일반 어선은 작업하기 어렵고 해녀들은 거리가 멀어 갈 엄두가 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창경바리 어업만이 미역을 채취하기 용이하다(창경바리 어업은 '창경'이라는 어구로 물 속을 들여다보며 미역 등을 채취하는 전통 어법). 뗏배를 타고 창경을 보면서 닷대를 이용해 미역을 채취한다.
 
등명해변이다. 암반이 형성돼 있어 해조류가 자라기 최적인 장소다. 2023.3.20.
▲ 등명해변 등명해변이다. 암반이 형성돼 있어 해조류가 자라기 최적인 장소다. 2023.3.20.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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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일은 올해 들어 첫 돌미역을 수확하는 날이었다. 돌미역 채취는 통상 4월 초에서 5월 중순까지 한다. 올해는 바다 사정이 좋아 3월 20일부터 작업이 시작된다. 미역채취 일정은 군부대와의 협의 하에 정해진다. 일부 철조망을 개방해 어민들이 접근하기 용이하게 해 주는 것이다.
 
바위틈에서 잘 자란 미역, 예년에 비해 작황이 좋다. 2023.3.20
▲ 미역 바위틈에서 잘 자란 미역, 예년에 비해 작황이 좋다. 2023.3.20
ⓒ 이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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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은 미역 채취를 하는 철이 1년 중 가장 바쁘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인근 안인항으로 달려간다. 안인항에 정박해 놓은 뗏목을 타고 30여 분 정도가면 미역 채취 장소가 나온다. 2시간 정도 일하면 땟목에 미역이 가득 찬다. 이곳에서 창경을 이용해 미역을 채취하는 사람은 단 두 명뿐이다. 
 
해뜨기전에 바닷가로 나가는 똇배. 2023.3.20
▲ 새벽 출어 해뜨기전에 바닷가로 나가는 똇배. 2023.3.20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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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날씨가 좋으면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비가 오거나 파도가 크게 치는 날이면 작업을 할 수가 없다.

3월에서 5월까지 정상적으로 미역을 채취할 수 있는 기간은 20일 정도밖에 안 된다. 등명해변에서 평생 미역을 채취한 정상록씨(77)는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미역을 수확하는 시기가 되면 바람이 심하게 불기 때문에 바다에 나가는 날이 3일에 한 번 정도입니다. 육지에 기상이 좋아도 바다는 파도가 치는 날이 많습니다. 오늘처럼  파도가 잔잔한 날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뗏배와 창경을 이용해 미역을 채취한다. 2023.3.20.
▲ 창경바리 전통어법 뗏배와 창경을 이용해 미역을 채취한다. 2023.3.20.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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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수확한 미역은 바로 건조대로 이동한다. 정상록씨의 건조대는 바다가 보이는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집 앞마당에 있었다. 집 앞마당에 마련된 자연 건조대는 해풍을 한 몸에 앉은 천혜의 장소다. 

미역은 오로지 햇빛을 이용해서 말린다. 미역은 건조되는 과정에서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상품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건조가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 이렇게 이틀에서 사흘 정도 말리면 상품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다. 

평생을 미역 말리기를 한 김석조(78)씨는 "미역 말리는 시기가 되면 눈코 뜰 새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헛눈질 하면 상품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햇볕이 있는 날은 미역과 함께삽니다"라고 말했다. 
 
산중턱에 자리잡은 건조대, 바다바람을 직접 맞으며 건조할 수 있는 장소다. 2023.3.20
▲ 미역 말리기 산중턱에 자리잡은 건조대, 바다바람을 직접 맞으며 건조할 수 있는 장소다. 2023.3.20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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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반과 파도가 센 지역에서 자란 등명 돌미역은 옛날부터 맛 좋기로 소문이 나 임금님 상에도 올랐단다. 

올해도 등명 돌미역은 작황이 좋아 최고의 상품이라고 한다.
 
임금님 상에 올랐다는 등명 돌미역. 2023.3.20
▲ 건조된 미역 임금님 상에 올랐다는 등명 돌미역. 2023.3.20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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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돌미역, #수확한창, #창경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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