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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시민기자들이 쓰는 달콤살벌한 순도 99.9%의 현실 직장인 이야기.[편집자말]
직장인 식대는 2006년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10만 원이었다. 이유가 궁금해 찾아봤더니 현행법상 10만 원까지 비과세였다. 직원 식당 이용 혜택 등으로 조금 더 지원하는 회사도 있지만, 식대가 월급에서 공제되다 보니 실제 체감온도는 낮다.

직장인 식대 비과세 한도 10만 원은 2003년 법 개정 이후부터 19년째 동결 상태였다. 20년째가 되는 올해 비로소 비과세 한도가 20만 원으로 늘었다. 하루 1만 원 기준 약 20일간 소진할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이는 가능성이지 비과세 한도가 늘었다고 기업이 바로 적용하지는 않는다. 2023년 식대도 여전히 10만 원에 머무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원재료 값이 오르니 식당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린다. 감당은 오롯이 소비자 몫이다. 밀려드는 부담스러움에 한탄만 할 것인지, 전략적인 소비자가 될 것인지 결정해야 할 때다.

이직하고 달라진 점심시간 문화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 올해 3분기 가구주의 종사상 지위가 상용근로자인 가구의 실질소득은 전년대비 5.0% 감소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5.9% 올랐는데 명목소득은 0.5%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사진은 12일 점심시간 서울의 한 식당가. 2022.12.12
▲ 가파르게 오른 물가…월급은 그대로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 올해 3분기 가구주의 종사상 지위가 상용근로자인 가구의 실질소득은 전년대비 5.0% 감소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5.9% 올랐는데 명목소득은 0.5%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사진은 12일 점심시간 서울의 한 식당가. 2022.12.12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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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사에서 2006년부터 15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다. 주니어 시절에는 점심값 걱정을 해본 적 없다. 식대도 4천~5천원 수준이었고 상대적으로 월급이 조금 더 많은 선배들이 점심을 사줬다. 미안한 마음에 가끔 계산하려고 하면 "나중에 후배들한테 사줘"라는 게 당시 회사 문화였다. 같은 식당에서 만난 임원이나 다른 팀 팀장이 대신 계산해 주는 게 미덕인 시대였다.

점심은 선후배와 동료 간 만남의 장이자 꿀 같은 휴식,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돈보다 중요한 사람 간의 교류였다. 어느덧 선배가 되고 앞선 고참들처럼 후배들에게 베풀어 왔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집합 가능 인원에 맞춰 점심을 먹었다. 이때만 해도 점심값은 보통 5천 원에서 7천 원 선이었다. 점심값이 시나브로 오르면서 조금씩 부담으로 다가왔다. 사람도 중요하지만, 절약도 필수인 시대와 마주했다.

2021년 이직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점심 문화를 만났다. 이전 회사는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실제로 회사에서 자주 언급한 'OO 가족'이라는 표현에도 거부감이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회사 사람들은 개별 문화에 익숙했다.

가끔은 임원도 자리에서 혼자 식사를 했다. 직원들도 자리나 휴게실, 회의실 등에서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혼자 밥을 먹었다. 코로나19로 시작된 혼밥 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되었다고 한다.

직원들은 도시락을 싸오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의점이나 회사 자판기 도시락을 이용한다. 요즘에는 4천 원대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고, 3천 원대부터 5천 원대의 도시락 정기 배송을 이용하는 직장인도 많다. 입사 후 5개월 정도 점심에 도시락 정기배송을 이용한 적이 있다.

간단하게 사무실에서 끼니를 해결하면 점심값뿐만 아니라 시간도 자동으로 아낄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이동하고 식사 대기하는 시간이 사라지니 여유가 생긴다. 이전 회사에서 왜 우르르 몰려다녔나 싶을 만큼 색다른 점심 문화가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신속하게 점심을 먹고 남는 시간에 일도 하고, 음악도 듣고, 웹서핑도 하고, 유튜브도 보고, 넷플릭스도 감상했다. 비슷한 활동을 반복하니 여유로운 점심시간이 속절없이 흐르는 게 아쉬웠다. 조금은 생산적인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

혼자 보내는 점심시간, 좀 더 밀도 있게
 
점심시간을 활용한 자기계발
▲ 직장인 자기계발 점심시간을 활용한 자기계발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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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을 읽었다. 회사 교육사이트에서 책을 신청하면 무료로 보내준다. 단, 다 읽고 객관식 시험을 통과해야 교육비가 월급에서 공제되지 않는다. 시험은 쉽고 재미있다. 일종의 게임처럼 임한다. 지금까지 약 15권의 책을 공짜로 득템했다. 다 읽은 책은 중고로 판매해 또 다른 책을 구매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다.

틈틈이 온라인 강의도 듣는다. 재무회계, 주식 공부, 초단편 소설 쓰기, 뇌과학으로 알아보는 자기계발 등 업무에 도움이 되거나 일상에 활력을 주는 강의를 선택했다. 강의 한 편당 10~15분 정도로 구성돼 있어 점심시간에 듣기 안성맞춤이다.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기 보다 재미있게 뭐라도 배울 수 있어서 좋다. 최근의 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약 17.1%가 점심시간에 자기계발을 한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한 30대 직장인은 블로그에 <점심값 아끼며 자기계발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라는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일주일 동안 최대 5번까지 도시락을 싼다고 했다.

점심 한 끼를 최소 8천 원으로 잡으면 20일 동안 16만 원을 아낄 수 있고, 집에 남는 밥으로 싸서 크게 부담도 없다고 했다. 남는 시간에 자격증 공부를 해서 최근 자격증도 하나 취득했고, 현재는 부동산과 영어를 공부한다고. 마지막에는 돈도 아끼고 자기계발도 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도시락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자기계발에 심취해 매일 혼자 밥을 먹으며 점심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일주일에 2~3번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나머지는 팀원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이직한 회사는 강남에 있고, 이곳에서는 1만 원 이하의 점심은 찾아볼 수 없다. 밖에서 먹는 시간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식대가 절약된다.

한 달에 회사에서 점심을 20번 먹으면 약 23만 원(커피 포함) 정도의 비용이 든다. 횟수를 반으로 줄이고 도시락과 회사 커피 머신을 이용하면 최대 7.5만 원 정도 절약할 수 있다.

월급 빼고 다 오른 시기, 현명한 소비가 절실
 
인생 최대 규모의 관리비 폭탄이다. 따듯하게 살지도 않았는데 몸보다 마음이 더욱더 춥다.
 인생 최대 규모의 관리비 폭탄이다. 따듯하게 살지도 않았는데 몸보다 마음이 더욱더 춥다.
ⓒ 장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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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을 제외하고 모든 게 오르는 속도가 빨라졌다. 작년부터 물가는 급등하고 근로자의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서민을 압박하는 대출 금리, 가스비, 전기료, 교통비 인상에 가계 부담이 하루가 다르게 커졌다. 

최근 두 달 관리비가 134만 원이다. 전년에 비해 43%가 넘게 올랐다. 인생 최대 규모의 관리비 폭탄이다. 따듯하게 살지도 않았는데 몸보다 마음이 더욱더 춥다. 40대 가장인지라 MZ세대처럼 무지출 챌린지를 실천할 수는 없지만, 효율적인 소비가 절실한 때다.

직장인 점심시간 활용은 식대와 시간 절약을 자기계발과 연계해 밀도 있는 삶을 설계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급변하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시대 흐름에 넋 놓고 나를 맡기면 제 자리조차 지키기 어렵다.

조금이라도 더 경쟁력 있는 나를 만들지 않으면 도태된다. 직장생활을 당분간이라도 계속 이어갈 심산이고, 좀 더 나은 회사로 옮기고 싶다면 자투리 시간에라도 수시로 자신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효율적인 소비와 더불어 꾸준히 나를 위한 시간을 축적하자. 점심시간만이라도 직장인 자기계발자 상위 17.1%가 되는 자부심도 십분 느낄 수 있을 테니.

3040시민기자들이 쓰는 달콤살벌한 순도 99.9%의 현실 직장인 이야기.
태그:#직장인이야기, #고물가시대, #직장인점심시간, #점심시간활용, #점심시간자기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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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직장인,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아빠, 매 순간을 글로 즐기는 기록자. 글 속에 나를 담아 내면을 가꾸는 어쩌다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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