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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활짝 핀 홍매화. 지난 2월 23일 순천에서 만났다.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활짝 핀 홍매화. 지난 2월 23일 순천에서 만났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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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의 기운이 완연하다. 봄꽃도 여기저기서 피고 있다. 하지만 봄꽃을 보러 가자고 호들갑을 떨기엔 아직 이르다.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봄꽃을 나 몰라라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일찍 핀 홍매화를 찾아간다.
 
목적지는 순천만습지로 널리 알려진 전라남도 순천이다. 발길이 자연스레 원도심의 주택가로 향한다. 순천 매곡동의 오래된 집 마당에 홍매화가 활짝 피었다. 집 이름도 '홍매가헌(紅梅佳軒)'이란 현판을 달고 있다. 붉은 매화가 아름다운 집이다.
 
몇 해 전 퇴직한 김준선 순천대 교수의 집이다. 김 교수가 3대를 이어 살고 있다. 순천시 개방정원으로 지정돼 있다. 개인의 집이지만, 마당만큼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도록 열어둔다.
  
순천 매곡동의 오래된 집 마당에 활짝 핀 홍매화. 김준선 전 순천대 교수의 집이다. 지난 2월 23일 풍경이다.
 순천 매곡동의 오래된 집 마당에 활짝 핀 홍매화. 김준선 전 순천대 교수의 집이다. 지난 2월 23일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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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매곡동에 활짝 핀 홍매화. 겨울을 이겨내고 일찍 꽃을 피웠다. 지난 2월 23일 풍경이다.
 순천 매곡동에 활짝 핀 홍매화. 겨울을 이겨내고 일찍 꽃을 피웠다. 지난 2월 23일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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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가헌의 매실나무 두 그루는 해마다 일찍 꽃을 피운다. 올해도 가장 먼저 활짝 피웠다. 만개(滿開)다. 나무의 나이도 80살이 넘었다. 50여 년 전 김 교수의 아버지가 수령 30년 된 매실나무를 심었다고 전한다. 나무가 훤칠하다. 가지도 두 팔을 양쪽으로 벌려 멋스럽다.
 
매곡동 탐매(探梅)마을도 이 집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홍매가헌뿐 아니라 매곡동 일대의 매화가 다른 데보다 일찍 핀다. 거리마다 매화를 주제로 한 타일벽화가 만들어져 있다. 장독대와 어우러지는 매화도 눈길을 끈다. 군데군데 쉼터와 정원도 있다.
  
매산등에서 내려다 본 순천 매곡동 전경. 해마다 홍매화가 일찍 피어 '탐매마을'로 이름 붙여져 있다.
 매산등에서 내려다 본 순천 매곡동 전경. 해마다 홍매화가 일찍 피어 '탐매마을'로 이름 붙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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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턴 선교사의 사택. 1910년대 초에 지어졌다. 순천 매산여고에 있다.
 프레스턴 선교사의 사택. 1910년대 초에 지어졌다. 순천 매산여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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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곡동은 조선 중기 학자인 배숙(1516∼1589)에서 유래됐다고 전한다. 홍매화 핀 선생의 집이 '매곡당'으로 불렸다. 매곡은 선생의 호로 쓰였다. 매곡동은 '매산등'으로도 불렸다.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등성이라는 의미다.
 
근대건축도 매곡동의 매력이다. 활짝 핀 홍매화가 근대건축과 어우러진다. 이 일대에 초창기 선교사들이 살았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1913년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이 순천에 선교부를 세우면서 함께 지은 병원과 학교, 기숙사, 사택들이다.
 
건물이 많이 사라졌지만 지금도 일부 남아있다. 기념관으로 꾸며진 안력산(알렉산더)병원의 격리병동이 대표적이다. 병원으로 쓰고 있는 순천기독진료소(조지와츠기념관)도 있다. 선교사 사택도 있다. 당시 선교사들의 활동상을 보여주는 순천기독교역사박물관도 들어서 있다.
 
매곡동에서 3월 4일 탐매축제도 열린다. 해설이 있는 마을 골목길 투어, 홍매화를 소재로 한 쿠키와 인절미 만들기, 홍매화 공예품 전시 등이 마련된다. 작은 공연과 이벤트도 버무려진다.
  
순천 매곡동 거리. 홍매화가 활짝 피어 완연한 봄을 노래하고 있다. 지난 2월 23일 오후다.
 순천 매곡동 거리. 홍매화가 활짝 피어 완연한 봄을 노래하고 있다. 지난 2월 23일 오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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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복음교회의 매화정원. 홍매화가 활짝 피어 교회 건물과 어우러져 있다. 지난 2월 21일 모습이다.
 순천복음교회의 매화정원. 홍매화가 활짝 피어 교회 건물과 어우러져 있다. 지난 2월 21일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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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에서 홍매화가 활짝 핀 곳이 또 있다. 왕지동에 있는 한 교회의 매화정원에 홍매화가 활짝 피었다. 조례호수공원에서 멀지 않는 순천복음교회다. 교회는 지난 2012년 새로 지어졌다.
 
교회 앞 넓은 마당이 매화정원이다. 다양한 모양의 매실나무가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다. 청매, 홍매, 백매는 물론 겹홍매, 능수매까지 10종이 넘는 매화가 피고 있다. 수령도 100년, 200년 넘은 고매까지 다양하다. 정원에 만들어진 연못도 멋스럽다.
 
매화의 은은한 향이 교회 건물과 정원을 둘러싸고 있다. 고즈넉한 절집과 어울리는 매화가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와도 잘 어울린다. 새로운 매화라도 만난 것처럼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순천복음교회에 핀 홍매화. 교회 앞 매화정원 풍경이다. 지난 2월 21일이다.
 순천복음교회에 핀 홍매화. 교회 앞 매화정원 풍경이다. 지난 2월 2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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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월홍매가 피고 있는 금둔사. 낙안읍성민속마을과 연계해 봄마중을 하려는 사람들이 찾고 있는 절집이다.
 납월홍매가 피고 있는 금둔사. 낙안읍성민속마을과 연계해 봄마중을 하려는 사람들이 찾고 있는 절집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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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의 매화를 이야기하면서 금둔사도 빼놓을 수 없다. 낙안면에 있는 금둔사는 해마다 먼저 꽃소식을 전해주는 절집이다. 지금 납월홍매가 많이 피었다. 새봄의 기운을 먼저 느끼려는 사람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금둔사의 납월홍매는 엄동설한인 납월(臘月)에 핀다. 불가에서는 음력 섣달, 12월을 납월이라 부른다. 납월홍매의 향이 일반매의 그것보다도 한결 더 짙고 매혹적이다. 홍매와 백매, 청매도 꽃망울을 터뜨렸다. 코끝을 간질이는 매향이 가슴 속까지 설레게 한다.
 
야생의 차밭도 금둔사의 자랑이다. 비료나 퇴비를 따로 주지 않고, 잡풀을 베어두는 것이 관리의 전부인 차밭이다. 보물로 지정된 3층 석탑과 석불비상도 금둔사의 격을 높여준다. 선방과 선방을 이어주는 돌담과 오솔길도 단아하다.
  
낙안읍성 민속마을 전경. 옛 마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정겹다.
 낙안읍성 민속마을 전경. 옛 마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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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마을에서 만난 감꼭지꽃. 감을 다 떨구고 남은 꼭지도 예쁘게 꽃으로 피었다.
 낙안마을에서 만난 감꼭지꽃. 감을 다 떨구고 남은 꼭지도 예쁘게 꽃으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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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둔사에서 가까운 낙안읍성 민속마을도 정겹다. 초가도, 고샅도, 돌담도 옛 마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았고, 지금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살고 있는 마을이다.
 
하나씩 피는 매화도 초가와 어우러져서 더 아름답다. 감을 다 떨구고 남은 꼭지도 예쁘게 꽃으로 피었다. 이름하여 '감꼭지꽃'이다. 옛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모두 지켜봤을 고목에서도 세월의 더께가 묻어난다.
 
낙안 돌탑공원과 낙안향교도 지척이다. 돌탑공원에는 돌로 쌓은 탑과 대형 건축물 110여 점이 모여 있다. 교촌마을에 있는 낙안향교도 고즈넉하다. 지어진 지 350년이 넘었다. 수령 400년 된 은행나무도 향교의 기품을 높여준다.
 
수령 400년 된 은행나무와 어우러지는 낙안향교. 분위기가 고즈넉하다.
 수령 400년 된 은행나무와 어우러지는 낙안향교. 분위기가 고즈넉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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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홍매화, #순천매화, #탐매마을, #순천매곡동, #순천복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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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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