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MBC 표준FM 라디오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제작진인 강다미 작가, 박혜지 작가, 박정언 연출, 이윤용 작가, 김동현 연출.

▲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MBC 표준FM 라디오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제작진인 강다미 작가, 박혜지 작가, 박정언 연출, 이윤용 작가, 김동현 연출. ⓒ 이정민

 
"<지금은 라디오 시대>만큼 청취자의 생활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방송이 있었던가. 이건 매체라기 보다, 이웃이라고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옆에 있는 사람. 그게 <지금은 라디오 시대>라고 생각한다."(이윤용 작가)

1995년 첫 방송된 MBC의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아래 <라디오 시대>)는 올해로 29년째 청취자의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이 프로그램에 합류했다는 박정언 PD는 <라디오 시대>를 MBC 라디오의 또 다른 간판 프로그램 <여성시대>에 비유하며, "예를 들어 <여성시대>가 함께 울어주는 친구라면 <라디오 시대>는 옆에서 같이 웃어주는 친구같다"고 표현했다.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에서 진행된 <라디오 시대> 녹음 현장에 다녀왔다. 매일 오후 4시 5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라디오 시대>는 요일에 따라 코너별로 나누어서 미리 녹음을 할 때도 있다. 이날 진행된 녹음은 '사랑극장, 어느날 사랑이...' 코너였다. "함께 웃어주는 친구"답게 녹음 현장 역시 웃음이 가득했다.

오후 3시쯤 스튜디오에 도착한 DJ들은 간단하게 제작진과 대화를 나눈 뒤 익숙하게 대본을 건네받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대본 사이에 DJ들이 던진 농담 한 마디에 갑자기 웃음꽃이 피기도 하고, 효과음 삽입을 위해 녹음을 수정하기도 하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한 시간여 동안 녹음을 마친 뒤 4시부터는 곧바로 스튜디오를 이동해 생방송이 이어진다. 녹음을 마무리 하자마자 제작진과 DJ들은 일사불란하게 생방송 준비에 돌입했다.

"늘 고증의 작업 필요하다"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정선희 DJ, 문천식 DJ, 김영선 성우, 남유정 성우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MBC 표준FM 라디오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금요일 코너인 '사랑극장, 어느날 사랑이..'를 녹음하고 있다.

▲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정선희 DJ, 문천식 DJ, 김영선 성우, 남유정 성우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MBC 표준FM 라디오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금요일 코너인 '사랑극장, 어느날 사랑이..'를 녹음하고 있다. ⓒ 이정민

 
'사랑극장, 어느날 사랑이...'는 1995년 시작된 <라디오 시대>와 함께 긴 세월을 달려 온 간판 코너다. 청취자가 보내는 절절한 러브 스토리 사연을 제작진이 각색하고 DJ와 성우 김영선, 남유정씨가 리얼하고 맛깔나게 재연하는 것. 이날도 제작진들은 인터뷰에 앞서 '사연 속 주인공이 시티폰을 사용했을 법한 나이인가'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정언 PD는 "보내주신 사연을 어떻게 각색하면 재미있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 시대적인 설정을 어떻게 하면 들으시기에 편할까에 대한 논의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윤용 작가도 "사연은 보통 짧기 때문에 라디오에서 (DJ들과 성우들이) 재연하기 위해서는 살을 붙일 수밖에 없다. 가장 합리적으로 시대 상황을 표현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시티폰 소리가 그때 들어가도 되나. 늘 고증의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PD 2명, 작가 3명, 엔지니어 1명. 총 6명이 <라디오 시대> 제작진의 전부다. 엔지니어는 스케줄에 따라 매번 바뀐다는 점을 감안하면 <라디오 시대>에만 전념하는 스태프는 5명 뿐이라는 이야기다. 100명도 넘는 스태프가 모이는 TV 프로그램과는 비교도 안 되는 규모이지만, 이들은 매일 머리를 맞대고 더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박정언 PD는 "MBC 라디오는 역사가 긴 프로그램들이 많다. 오래된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전통이나 명성을 지키면서 새로운 청취자 분들에게 어필을 해야 하는 이중적인 과제가 앞에 놓여있어, 늘 어렵다"라며 말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그날 (방송에 대한) 아이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편이다. 작가님들은 10시부터 저녁 7시~8시까지 원고를 쓰시는데 늦어질 때는 새벽 3시, 4시까지 쓰실 때도 있다. 작가님들이 쓰신 글을 저도 그때그때 확인해야 하니까, (스태프들은) 깨어있는 시간 거의 대부분을 (라디오에) 쓰는 것 같다. 방송으로는 15분 정도 나가는 코너지만 그걸 결정하기 위한 회의에 1시간을 쓰기도 한다. 이번주에는 문자 사연 주제를 뭘로 정할지, 어떻게 각색할지 (정해야 한다.) 생방송 2시간 빼고는 거의 다 (제작에) 들어가는 셈이다." (박정언 PD)

라디오는 매일 생방송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되다 보니, 하루 종일 준비한 코너와 대본이 있더라도 그날 생방송 분위기에 따라 정해진 게 완전히 뒤바뀌기도 한다고. 이윤용 작가는 "있는 코너를 아예 날려버릴 때도 있고 없는 코너를 급하게 만들 때도 있다. 모든 것은 그날 방송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바뀐다. 저희는 청취자들의 문자 반응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니까 모든 방송은 청취자가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전날이었던 20일에는 코미디언 배연정이 출연했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배연정 선생님과 방송 전에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말씀을 잘하시고 (이야기가) 풍부하시더라. 그래서 선생님 출연 전에 작은 코너가 있었는데, 그걸 없애고 바로 선생님과 이야기를 시작했다"라고 귀띔했다. 

언제나 청취자들과 함께 호흡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MBC 표준FM 라디오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제작진들이 금요일에 방송되는 코너인 '사랑극장, 어느날 사랑이..'를 녹음하고 있다.

▲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MBC 표준FM 라디오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제작진들이 금요일에 방송되는 코너인 '사랑극장, 어느날 사랑이..'를 녹음하고 있다. ⓒ 이정민

 
청취자 반응이 좋을 때뿐만 아니라, 이태원 참사와 같이 사회적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에도 생방송은 갑작스럽게 바뀔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던 이태원 참사 당시에는 피해자 애도를 위해 준비한 코너들을 모두 바꾸어야 했다. 박정언 PD는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다운되어 있을 때 우리가 어떻게 청취자와 깔깔 웃을 수 있겠나. 그럴 땐 준비한 대본을 날리고 즉석에서 문자를 받고 신청곡을 들려드리기도 한다"라며 "'웃음은 묻어나는 편지'는 저희 시그니처 코너이지만 의도도 웃음이고 결과도 웃음이어야 한다. 그런 시기에 차마 그런 코너들을 방송할 수 없었다. 정규 코너를 한동안 중단하고 사연과 신청곡으로만 진행했다"라고 털어놨다.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라디오 시대>는 코로나 최전선에 있는 청취자들과 함께 호흡했다. 

"코로나 때는 '자영업자를 돕자'라거나, '마스크를 나눠주자' 등의 이벤트성 코너를 준비하기도 했다. 자영업자 돕기 코너를 할 때는 자영업을 하시는 분이 사연을 보내고, 그 사연을 들으신 청취자 분이 '제가 지금 근처를 지나고 있다. 직접 가보겠다'라고 하기도 했다. 그럼 청취자 분들이 직접 가서 영수증 인증샷을 찍어 보내주시면 저희는 선물로 보내드리는 식이었다. '마스크를 나눠주자' 할 때도, 마스크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이 '마스크 만든 거 보내드릴게요'라고 해서 (MBC로) 보내주시면 저희가 청취자 분들에게 나눠드리기도 했다. 청취자와 함께 고난을 겪었고 더불어 같이 지내왔다. 라디오랑 더불어 산다는 느낌을 (청취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이윤용 작가)

<라디오 시대>가 긴 시간 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데는 DJ들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7년째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정선희, 문천식 DJ는 때론 배꼽 잡고 웃게 만드는 콩트 연기로, 때로는 위로와 공감이 담긴 목소리로 청취자들의 곁을 지키고 있다. 이윤용 작가는 두 DJ에 대해 "두 분 다 정말 솔직하시다. 그래서 라디오를 오래할 수 있는 것 같다. (방송에서) '티격태격' 하는 남매처럼 보이지 않나. 그게 연기가 아니라 진짜다. 정말 가족같은 느낌으로 솔직하게 대해 주신다. 라디오에는 가식이 엿보이면 오래 갈 수 없거든. 그런 면에서 정말 훌륭한 DJ다. 제작진에겐 이런 DJ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엄청난 행운"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박정언 PD도 "희한하게도 라디오는 (매스미디어지만) 일대일 매체같은 느낌이다. 이 사람의 목소리를 계속 듣다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선한 분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가슴 아픈 사연을 읽을 때, 분노할 때 그 감정이 듣는 분들에게도 뚜렷하게 전달이 되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데도 가감 없이 끌어 당겨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시는 재능이 있다"라고 말했다.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박정언 연출 MBC 표준FM 라디오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의 박정언 연출.

▲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박정언 연출 MBC 표준FM 라디오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의 박정언 연출. ⓒ 이정민

 
1979년 영국 밴드 더 버글스가 '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를 발표한 지도 40년이 훌쩍 지났다. OTT, 유튜브 등 콘텐츠의 흐름은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라디오는 변함없이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28년째 매일 같은 시간 청취자와 만나고 있는 <라디오 시대>의 미래는 어떨까. 박정언 PD와 이윤용 작가는 "가장 착한 친구"로 "가장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가 27년 전에 방송을 시작했는데 그때 다들 제게 라디오는 하지 말라고 했다. 곧 없어질 것이라고. 그런데 여전히 라디오는 존재하지 않나(웃음). 라디오는 강자와 약자가 있다면, 늘 약자 편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자와 가난한 자가 있다면, 가난한 자의 편에 서야 한다. 그들이 상처받지 않게 하는 게 라디오의 가장 필수 덕목이자 우리의 가장 어려운 과제가 아닌가 싶다. 정의로운 방송을 하고 싶다. 정의란 무엇인가, 그 기준은 다르겠지만 착한 친구로서 30년 뒤에도 머물러 있고 싶다."(이윤용 작가)

"라디오는 OTT 콘텐츠처럼 몇백억 원을 투자하는 대작도 아니고 화려한 매체도 아니다. 그렇기에 더 부침 없이 장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플랫폼 자체의 하락세는 있을 수 있어도 분명한 것은 사라지지 않을 매체라는 것이다. 누구나 비용을 내지 않고 전파만 잡힌다면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통신필수매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라디오 시대> 역시 제작진이 바뀌고 진행자가 바뀔지언정, 사람들은 미래에도 누군가와 일대일로 소통하고 싶어 할 것이고 그런 느낌을 받고 싶어 할 것이다. 아마 영원히 그렇지 않을까. 가장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느낌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다." (박정언 PD)

지금은라디오시대 정선희 문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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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PD "예전에는 경쟁, 지금은 '1박2일'에 전우애 느껴"

[장수프로]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최형인 PD

SBS 대표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이 어느덧 13년째를 맞았다. 지난해 8월부터 새롭게 연출을 맡은 최형인 PD를 지난 26일 서울 상암동 SBS 사옥에서 만났다. PD가 되고 첫 인터뷰라며 쑥스러워하던 그는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은 SBS의 모든 PD들이 한 번쯤 맡고 싶어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최 PD는 2015년 SBS에 입사한 9년 차 PD로 <런닝맨> 연출을 맡은 첫 여성 PD이기도 하다. 2020년부터 약 2년여간의 조연출 생활 끝에 메인 PD가 된 최형인 PD는 "생각보다 빨리 기회를 얻게 돼서 설레는 마음 반, 걱정 반이었다. 이전에 최보필 선배가 워낙 잘해줬으니까 그에 대한 부담감도 컸지만 저한테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고민 없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이어 최 PD는 메인 PD가 되고 나니 조연출 시절과 달라진 것도 많다고 고백했다. 매주 월요일 촬영하고 일요일에 방송되는 <런닝맨>의 일주일 스케줄은 매우 바쁘게 돌아간다. 지난해 연말 < SBS 연예대상 >에서 올해의 프로그램상을 수상한 최형인 PD는 당시 수상소감을 밝히며 "<런닝맨>은 그동안 쉬지 않고 12년간 달려왔다. 이제 4개월째인 저는 앞으로 12년은 못할 것 같다"고 장난스러운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보내는 일주일을 들어보니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동고동락 하는 스태프들도 이젠 가족 같은 사이가 됐다. <런닝맨>은 PD 7명, 작가 11명, 외주 연출팀 8명, 카메라 감독과 조명, 오디오, 의상 등 많은 숫자의 스태프들이 모두 힘을 합쳐 제작한다. 매주 월요일 촬영장에 모이는 인원만 해도 100명에서 150명이 될 정도라고. 최 PD는 "카메라 감독님들, 오디오팀 등 워낙 오래 함께한 팀들이라 출연자들과도 모두 친하다. 12년을 함께한 사이니까. 처음으로 메인 PD를 맡게 된 저를 많이 도와주셔서 늘 힘이 되는 존재"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강찬희 촬영감독이나 류권열 VJ 등 오랜 기간 함께한 스태프들 중에는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얼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최근 뉴진스의 '하이프 보이(Hype boy)' 커버 댄스로 유명해진 윤종서 조연출 PD는 유튜브 조회수 370만 회를 넘기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최형인 PD는 "<연예대상> 끝나고 회식을 할 때, 분위기가 무르익어서 노래도 틀고 춤을 췄다. 윤종서 PD가 뉴진스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연예대상> 날에 뉴진스가 왔는데 열심히 보고 있길래 춤을 출 수도 있겠다 싶어서 장난으로 '종서도 잘 추는데?' 이렇게 (놀렸더니) 정말 나가서 추더라. 그걸 (김)종국 오빠가 보고, 다음에 언젠가 방송에서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더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이어 최 PD는 윤종서 PD가 유튜브 댓글을 모두 확인하며 갑자기 쏟아진 세간의 관심을 즐기고 있다는 후문도 덧붙였다. 최근 <런닝맨> '순박 그룹 상속 전쟁'편에서 윤종서 PD는 변호사 역할로 특별출연하기도 했다. 최 PD는 "다른 춤도 연습 중이다. 뉴진스의 신곡 'OMG'도 연습한다. 언제든 카메라 앞에 나갈 수 있게. 얼마 전 방송에 나왔을 때도 많은 분들이 반가워해 주시더라. 앞으로도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이름표 뜯기' 대신 다양한 콘셉트 고민 <런닝맨>이 12년간 열심히 달리는 동안 프로그램의 포맷도 조금씩 변화해 왔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이름표 뜯기'와 '달리기'는 멤버들의 건강상 이유 등으로 사라진 지 오래고, 대신 다양한 콘셉트의 게임이 자리하고 있다. 최형인 PD는 매주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것은 물론 어렵지만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준다고 말했다. 그는 "유재석, 지석진씨가 특히 적극적이고 1월이라 그런지 모든 멤버들이 다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준다.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방송을 보니 이렇더라' 등 많이 얘기해 주는 편이다"라며 "인터넷, SNS에서 재밌는 게임을 보면 보내기도 한다. 하하씨도 많이 보낸다. '이거 우리 스타일이지 않냐', TV를 보다가도 '이거 응용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연락해 준다"고 설명했다. 또 어떤 게임, 콘셉트를 가져가더라도 멤버들이 부정적이거나 거부하는 경우도 잘 없다고. <런닝맨>은 오는 3월부터 국내 및 해외여행 형식의 특집을 기획하고 있다. 지난 1월 방송됐던 '런닝맨이 떴다' 편의 힘이 컸다. 과거 SBS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패밀리가 떴다>를 떠올리게 만든 이날 방송은 시청률 5.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최형인 PD는 "그때처럼 멤버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먹는 형식까지는 아니겠지만, 멤버들이 원하는 여행을 해볼 생각이다. 서울 근교가 아니라 먼 지역도 상관없고 해외도 갈 것이다. 3월부터 장기 프로젝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멤버들에 쏟아진 비난... "편집 더 조절"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이니 만큼, <런닝맨>은 때론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지난 11월 '가을을 찾습니다' 편이 방송된 이후 일부 멤버들에게 비난이 쏟아진 일이 있었다. 멤버들 중 가장 연장자인 지석진을 과도하게 놀리는 모습이 무례해 보인다는 이유였다. 최형인 PD는 당시를 회상하며 "지석진씨는 오히려 시청자 분들이 자신을 이렇게까지 생각해 주시는 줄 몰랐다며 기분 좋게 받아들이셨다.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네'라고 하시더라"며 "저희 입장에선 무조건 제작진이 잘못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편집으로 더 조절했어야 하는데 안일했던 것 같다. 멤버들에게도 사과하며 앞으로 더 조심하겠다고 했다. 멤버들도 앞으로는 선을 잘 맞춰가보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형인 PD는 "(방송에서는) 멤버들이 놀리는 것만 보일 수 있지만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는) 멤버들이 조잘조잘 지석진씨 옆에 가서 떠들고 있다. 워낙 말씀을 잘하시고 웃기게 얘기를 받아주신다. 같이 얘기하고 싶은 형이자 오빠라서 더 멤버들이 편하게 장난치는 것 같다"고 멤버들을 두둔했다. 이어 가까이에서 함께 일하면서 느낀 지석진에 대해서는 "나 역시 닮고 싶은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저렇게 후배들과 재밌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하하 오빠도 롤모델이라고 그러더라. 석진 오빠처럼 살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평소 아이디어 회의를 하거나, 방송을 편집하고 자막을 수정할 때도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예능계 골든 타임'으로 돌아온 '런닝맨' 한편 <런닝맨>은 지난 1월 1일부터 오후 4시 50분에서 6시 20분으로 방송시간을 변경했다. 2017년 방송 시간을 옮긴 이후 6년 만에 다시 6시 '예능계 골든 타임'으로 돌아온 것. 최형인 PD는 "앞 시간대에 2049 타깃 시청률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6시 타임으로 옮겼을 때도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며 "솔직히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재석을 비롯한 멤버들은 정작 시간대 변경을 반겼단다. 최 PD는 "방송시간을 바꾼 이후로 (멤버들이) 더 적극적이고 분위기도 좋아졌다. 멤버들은 6시 시간대가 <런닝맨>의 원래 방송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더 열심히 해서 결과를 만들어보자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유재석씨가 늘 하는 말인데 '쫓기는 놈은 불안해도 쫓는 놈은 안 불안하다'이다. 쫓아가면 된다고 다같이 으쌰으쌰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형인 PD는 이제 < 1박2일 > <놀면 뭐하니> 등 타 방송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제작진들에게도 전우애를 느낀다며 응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최 PD는 요즘 제작진의 최대 고민으로 자연스러운 웃음을 꼽았다. <런닝맨>의 상징과도 같은 게임과 최근 팬들이 좋아하는 멤버들의 소소한 대화 사이에서 적정 선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런닝맨>이 12년 동안 변함없이 사랑받아온 비결 역시 제작진의 이러한 끊임없는 고민 덕분이 아닐까.

"아이들 자면 카메라도 꺼" '슈돌' PD가 들려주는 촬영 노하우

[장수프로]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손자연 PD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어느덧 방송 10주년을 맞았다. 2013년 9월 추석 파일럿으로 첫 선을 보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아래 <슈돌>)는 '일에만 매진해 온 아빠들의 좌충우돌 육아 도전기'로 화제를 모았고 그해 11월 정규 편성되어 지금까지 사랑 받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슈돌>에 출연했던 아이들만 해도 103명에 달한다. 10년 전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타블로의 자녀 이하루는 어느덧 중학교에 입학했고, 추성훈의 자녀 추사랑도 훌쩍 커버린 모습의 근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 온 <슈돌>의 역사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지난 8월 24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 사옥에서 <슈돌> 연출을 맡은 손자연 PD를 만났다. 그는 <슈돌>이 대한민국 대표 육아 예능으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사랑받아 온 비결로 '무해한 힐링'을 꼽았다. 그러나 10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특히 아빠의 육아라는 게 낯설고 신기했던 당시에 비하면, 지금은 아빠도 육아에 참여하는 게 당연해진 시대가 됐다. 이 역시 그동안 아빠의 육아를 계속해서 담아온 <슈돌>의 힘이 컸지만, 그런 반면 계속해서 새로움을 찾아나가야 하는 방송으로서의 고민도 많다. 손자연 PD는 "10년 동안 저희 프로그램의 주제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24시간인데 아빠가 아이를 육아하는 형태가 많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아이를 한번도 돌보지 않았던 아빠가 엄마 없이 아이와 함께 하루를 보내는 좌충우돌 24시간'이었다면 지금은 실제로 육아를 잘하는 아빠들이 많다. 요즘은 엄마 아빠가 같이 육아를 하는 시대"라며 "옛날과 똑같은 이야기로는 (시청자의) 공감대를 얻기 쉽지 않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한다. 어떻게 하면 지금의 시대상을 반영하면서도 시청자들이 10년 동안 사랑해주신 부분을 유지하고 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고 털어놓았다. <슈돌>에 합류하고 1년 7개월 가량을 보냈다는 손자연 PD는 이 프로그램에 합류하는 제작진들은 다들 처음엔 깜짝 놀란다고 고백했다. 여타 예능 프로그램과는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여기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아이들이 먼저다.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이면 모든 스태프가 하던 일을 멈추고 카메라 다 끄고 집을 비워준다. 모든 게 아이 중심이다. 처음 온 PD든, 작가든, 스태프들도 다 '여긴 다른 프로그램이구나'라고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아이들의 스케줄에 따라 촬영 일정이 정해지다 보니, 가족마다 촬영 날짜도 모두 제 각각이다. 방송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촬영하기 어려운 대상이 동물, 아기'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슈돌>의 아이들 역시 제작진이 아무리 열심히 사전 조사를 하고 준비하더라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뜻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 가끔 떼를 쓰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아이들과 함께 촬영하면서도 손자연 PD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오해받지 않고, 예쁘게 보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편집과 자막을 여러 번 확인하며 신경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손 PD는 "TV 영상매체가 그렇겠지만 이 아이들의 모든 부분을 (시청자들이) 아실 수는 없다. 이런 부분도 있고 저런 부분도 있지만, 최대한 아이들을 긍정적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다"며 "당연히 아이들이니까 울 때도 있고 떼를 쓸 때도 있다. 아빠 말을 안 듣기도 하고 도망가기도 한다. (시청자들도) 다들 그렇게 자라셨을 것이다. 영상으로 봤을 때 혹시라도 아이들이 오해받지 않을까 그런 부분을 가장 고민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활로 찾아 '코로나 19'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때에는 촬영이 더욱 힘들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촬영 때문에 전염병에 걸리는 불상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철저한 사전 확인을 해야 했다. 의심 증상만 있어도 촬영을 접었던 적도 많다. 손 PD는 "촬영 전에 무조건 자가 키트 검사를 했다. 촬영 전날 출연자 집에 카메라를 세탕하러 가는 날에 한 번, 촬영일에 한 번, 이렇게 두 번 하는데 스태프들에게 모두 차에서 내리지도 말라고 하고 검사했다. 한 줄인 걸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서 단체카톡방에 공유하고 난 뒤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집에서도 무조건 마스크를 끼고 있고 스태프든, 출연자든 열이 나거나 비슷한 증상이 있으면 촬영하다가도 접고 들어왔다"며 "당시엔 모든 게 어려웠다. 물론 저희도 욕심이 나고 촬영하고 싶지만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부모님도 걱정되니까 (촬영을) 접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0년 전 일요일의 최고 인기 예능이었던 KBS 2TV <해피 선데이>의 코너로 시작했던 <슈돌>은 금요일 오후 10시 자리를 거쳐 현재 화요일 오후 8시 30분에 방송된다. 평일, 8시 30분이라는 이른 저녁은 예능 프로그램에게는 다소 낯설고 이른 시간대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손자연 PD는 주 시청자층인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 편성이었다고 설명했다. TV 시청자 수가 줄어든 대신, <슈돌> 역시 여타 예능 콘텐츠들처럼 유튜브 등 온라인 포맷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지난 2021년 KBS 예능 유튜브 채널에서 독립해, 자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슈돌>은 현재 구독자수 47만 명을 기록하며 젊은 세대들과도 활발히 소통 중이다. 손자연 PD는 "지금 아이들의 모습도 올리고, 예전에 방송했던 것들도 아카이브 형식으로 올린다. 미방분(방송하지 않은 분량)을 공개하기도 한다. '아이클라우드'라는 코너로 아이돌 멤버들과 함께 하는 콘텐츠도 만든다. 저희도 TV 보다는 동영상 클립 콘텐츠로 (슈돌을) 많이 소비하신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TV는 TV대로, 동영상 클립은 동영상대로 '투 트랙 전략'으로 가보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시청률뿐만 아니라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까지 신경쓰게 된다는 손 PD는 "지난해 <슈돌>이 KBS 내에서 비드라마 부문 동영상 조회수 1위였다. 저희도 조회수를 많이 보게 된다. 온라인 콘텐츠를 위주로 보는 젊은 층도 우리 아이들을 많이 좋아해주시는 구나 체감하고 있다. 이제는 유튜브 콘텐츠 성격에 더 맞다 싶은 것들은 따로 유튜브 채널에 올리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슈돌>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10년이란 시간 동안, 반대로 출산율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통계청이 지난 8월 30일 발표한 '2023년 2분기 인구 동향'에 따르면 2분기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0까지 떨어져 전년 동기 대비 0.05명이 줄었다. 손자연 PD는 "예전과 달라진 결혼, 출산, 육아 등 현실을 반영하고 거부감 없이 보실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저희가 가야 할 방향인 것 같다. 이제 아이를 낳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 해서 저희가 '아이를 낳으세요, 아빠도 육아를 하세요'라는 캠페인처럼 방송을 만들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슈돌>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행복함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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