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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제4형사부 재판부가 불법파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사히글라스와 하청업체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하자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이 23일 대구지법 앞에서 이를 항의하는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구지법 제4형사부 재판부가 불법파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사히글라스와 하청업체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하자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이 23일 대구지법 앞에서 이를 항의하는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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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경북 구미 아사히글라스(AGC화인테크노한국) 한국법인과 사내 하청업체 전 대표 등에 대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자, 해고노동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은 무죄가 선고된 부분에 대해 법리 오해 등이 있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구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이영화)는 지난 17일 열린 항소심에서 파견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AGC화인테크노한국(AFK) 하청업체 정재윤 전 GTS 대표와 원·하청 법인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AFK는 지난 2015년 6월 하청업체인 GTS 소속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을 문제 삼아 GTS와 도급 계약을 해지했다. 그러자 GTS는 소속 노동자 178명을 해고했고 노동자들은 불법 파견과 부당노동행위 등의 혐의로 원청회사를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AFK와 GTS는 불법파견(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협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AFK 전 대표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GTS 전 대표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됐다. 또 두 회사 법인에 각각 벌금 1500만 원, 3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불법 파견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원심을 파기하고 항소한 GTS 전 대표와 두 회사 법인에 무죄를 선고했다.

"수많은 판례 반하는 선고"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검찰이 지난 22일 상고장을 제출했지만 노동자들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판결문을 보면 전문가가 아닌 우리들이 보더라도 판사가 작성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라며 "현장 조사와 검찰 대질신문 등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들을 모두 배척하고 사측의 일방적인 주장만 담았다"고 비판했다.

차 지회장은 "수십명의 증인 신문과 현장검증, 세 번의 공판으로 증거자료만 1만 페이지가 넘는다"면서 "증거자료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것인데 판사는 판결문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적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재판에 배석했던 김아영 판사가 법무법인 태평양에 재직했다는 점도 꼬집었다. 태평양은 아사히글라스를 변호하고 있기 때문에 김아영 판사가 변호사 시절 직접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이번 재판에서는 재판 기피 신청을 해야 하는 게 상식이라는 지적이다.
      
탁선호 민주노총 금속법률원 변호사는 "그동안 대법원과 수많은 하급심 법원에서 도급과 파견을 구분하기 위해 축적해온 수많은 판례에 반하는 판결을 선고했다"고 비판했다.

탁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가 부당판결을 했다는 이유로 3가지를 들었다. 우선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의 판단 기준을 적용하면 불법파견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비제조업 사례의 판단 기준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항소심 재판부가 사용자의 지위 명령에 관한 그동안의 대법원 판례 기준에 명백히 반하는 판결을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대법원 판례는 원청 사용자의 직간접적인 상당한 지휘 명령이 있으면 파견으로 봤지만 재판부는 원청 관리자가 직접 개별적으로 하청 노동자들에게 작업지시를 해야 파견으로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사사건 재판부에서는 5년에 걸쳐 15차례의 변론기일을 진행하고 세 차례나 현장검증을 했다"며 "그런데 형사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단 한 차례 현장도 보지 않고 파견이 아니라고 보았다. 정말 비겁한 판결"이라고 했다.

탁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이번 판결은 근로자 파견의 징표가 현저하게 나타나지 않으면 불법 파견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것은 지금까지 사용자들이 아주 오랫동안 말해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부정하고 채택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해고노동자들이 23일 대구지법 앞 도로에서 불법파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를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해고노동자들이 23일 대구지법 앞 도로에서 불법파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를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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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증된 사실관계 모두 부인... 노동자 희망 짓밟았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 구미지부와 아사히글라스지회는 23일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파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를 규탄했다.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었다고 길거리로 쫓겨나 9년째 투쟁하고 있는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을 짓밟고 가슴에 대못을 박는 판결이었다"며 "여태까지 항소심 재판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법파견으로 인정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4번의 재판에서 불법파견이 명백하다는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2심 재판부는 모든 증거자료와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관계를 모두 부인했다"며 "이러한 판결은 산업현장에 20년 넘게 만연되어 온 불법파견 범죄행위의 시정과 원상회복을 염원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을 짓밟는 노골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대구지검은 아사히글라스 파견법 사건과 관련해 무죄가 선고된 부분에 대해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지난 22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태그:#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해고노동자, #항소심, #검찰 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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