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021년 6월 17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고 홍정기 일병 사망사건 순직 유형 변경 기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군 인권센터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국방부가 유족 앞에 사죄하고 홍 일병의 사망 구분을 순직 2형으로 다시 심사할 것을 촉구했다.
▲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고 홍정기 일병 관련 기자회견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021년 6월 17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고 홍정기 일병 사망사건 순직 유형 변경 기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군 인권센터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국방부가 유족 앞에 사죄하고 홍 일병의 사망 구분을 순직 2형으로 다시 심사할 것을 촉구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법원이 고 홍정기 일병 사망의 국가 책임을 인정하도록 화해권고를 결정한 가운데, 군인권센터가 피고(대한민국)의 법률상 대표자인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이를 수용해달라고 요청했다(관련기사 : [단독] 의료과실 사망 군인, '국가책임' 인정 화해권고... 법무부 판단만 남았다).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는 22일 한 장관을 수신인으로 하는 공문을 통해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을 수용하는 소송지휘를 하여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라고 밝혔다.

센터는 "고 홍정기 일병 사망 사건은 군의 고질적인 진료권 미보장 문제에 경종을 울린 계기로 많이 알려진 사건"이라며 "법원은 피고 대한민국이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들에게 애도와 위로를 전할 것과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하란 취지의 화해권고결정을 하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10대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에서 제때 병원을 가지 못해 건강하게 입대한 20대 청년이 급사했다"라며 "유가족들은 망인의 사건과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군인 인권 보장, 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마땅히 국가의 몫이 되어야 할 일을 유가족들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망인의 사망 이후 유가족은 군의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 인정을 요구하였으나 군이 이에 응하지 않아 국가배상 소송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며 "늦었지만 법원의 권고에 따라 이제라도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일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원, 배상뿐 아니라 애도 및 재발 방지 약속 권고
 
고 홍정기 일병의 유품.
 고 홍정기 일병의 유품.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부장판사 김태균)은 홍 일병 유족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화해권고 결정문을 지난 10일 양측에 전달했다. 결정문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겼다.

피고 대한민국은 망인의 사망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유족인 원고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한다. 대한민국은 향후 망인의 사망과 같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원고에게 약속한다.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인 유족에게 2500만 원을 2023년 3월 31일까지 지급한다.

법원은 '소송 청구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사건의 공평한 해결을 위해(민사소송법 225조)' 화해권고를 결정할 수 있다. 법원이 쓴 화해권고결정문에 대해 양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재판상 화해(합의로 재판 종결) 및 확정판결의 효력을 갖는다.

법원이 판결 대신 화해권고를 이끌었다는 점은 의미가 깊다. 판결의 경우 항소·상고의 가능성 때문에 소송이 매우 길어질 수 있는 데 반해, 화해권고는 양측이 받아들이는 즉시 소송이 마무리된다. 공판 과정에서 재판부는 '소송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배가될 유족의 고통'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화해가 성립되더라도 이미 홍 일병이 숨진 때(2016년 3월)로부터 7년, 유족의 소송 제기 시점(2019년 3월)으로부터 4년이 지난 상황이다.

지난 13일 화해권고결정문을 받아든 원고(유족)는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피고(대한민국) 측엔 지난 21일 화해권고결정문이 도달했다. 피고 측이 3월 7일까지 이의를 신청하지 않으면 화해가 성립된다(이의 신청 가능 기간 2주). 피고 측 법률상 대표자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다.

홍 일병은 2015년 8월 입대해 2016년 3월 24일 급성 뇌출혈로 목숨을 잃었다. 그는 건강한 상태로 입대했을 뿐만 아니라 2015년 11월 체력검정에서 '특급'을 받을 정도로 신체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던 중 홍 일병은 구토, 두통, 어지럼증, 목과 입안의 통증, 몸의 멍과 반점 등 급성 골수성 백혈병 증세를 보였다. 하지만 각급 의무대는 응급 후송은커녕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홍 일병을 부대로 돌려보내거나 두통약만 처방하는 등 제대로 진단·치료하지 않았다. 심지어 민간 병원에서의 '혈액암 가능성' 소견에도 홍 일병은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했다.

고통을 호소하던 중에도 단독군장을 한 채 부대에서 사단작계전술훈련에 임하던 홍 일병은 결국 상태가 심각해져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치료의 때를 놓쳐버렸다.

태그:#홍정기, #일병, #한동훈, #법무부장관, #군인권센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