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2.23 11:20최종 업데이트 23.02.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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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강점 118주년을 기념하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경찰 병력 약 800명의 삼엄한 경비 속에 시마네현에서 거행됐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차관급인 나카노 히데유키 내각부 정무관을 현장에 파견했다.

22일 자 인터넷판 <NHK 뉴스> 기사 '다케시마의 날 회의장 주변의 경계 강해져(竹島の日 会場周辺の警戒強まる)'는 한국인들의 항의에 대비해 경찰 병력을 대거 배치했다면서, "한국이 주장하는 영유권과 관련해 조기 해결을 나라에 요구하기로" 하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NHK는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영토를 둘러싼 긴박한 정세가 이어지는 속에서" 이날 행사가 열린 점을 강조했다. 경찰 병력 800명 배치는 그런 긴박감을 한층 실감 나게 하는 장치였다고 할 수 있다.

'다케시마의 날', 독도 부근에서는

일본이 독도를 겨냥해 그처럼 긴장감을 조성한 날, 한국군은 동해상에서 일본군과 연합군사훈련을 펼쳤다. 이날 한·미 양국 군대가 자위대와 함께 해상에서 미사일 방어훈련을 벌인 장소는 독도와 멀지 않은 곳이다.

한국군이 자위대와 함께한 작년 9월 30일의 대잠수함 훈련은 독도와 150킬로미터 거리에서, 10월 30일의 미사일 방어훈련은 185킬로미터 지점에서 거행됐다. 이달 22일의 훈련은 작년 10월 30일과 같은 장소에서 벌어졌다고 보도됐다.

9월 말과 10월 말에 연이어 벌어진 일들로 인해 우리 국민 상당수는 하필이면 독도 부근에서 일본과 합동훈련을 하느냐며 분노하거나 우려했다. 하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윤석열 정부는 11월 6일 한국 해군이 자위대 관함식에서 욱일기에 경례하도록 조치했다.

그런 일들이 있고 난 뒤에, 이번에는 하필이면 다케시마의 날에 또다시 일이 벌어졌다. 독도 안보에 관한 한국인들의 염려를 정면으로, 노골적으로 거스르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가 22일 한국, 미국, 일본이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약 4개월 만에 독도에서 먼 거리의 동해 공해상에서 미사일 방어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앞쪽부터 한국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DDG·7천600t급),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이지스구축함 배리함(DDG 52·6천900t급), 일본 해상자위대 아타고급 이지스구축함 아타고함(DDG 177·7천700t급). 2023.2.22 [합참 제공] ⓒ 연합뉴스


양국 군대가 독도 부근에서 함께 훈련한 이날, 양국 외교부는 외형상으로 충돌했다. 한국 외교부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통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항의의 뜻을 표했다.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그런 뜻을 전달했다. 또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독도는 한국 땅임을 재차 강조했다.

언뜻 보면 이날 양국 외교부는 양국 국방부와 달리 상호 충돌한 것처럼 비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보기 힘들다. 한국 외교부가 발표한 대변인 성명은 독도와 관련된 대일 메시지에 변화가 발생했음을 보여준다. 작년 2월 22일과 올해 2월 22일의 외교부 대변인 성명은 각각 이렇다.

2022년
1. 정부는 일본 시마네현의 소위 '독도의 날' 행사(2.22.수) 개최 및 동(同) 행사 시 중앙정부 고위급 인사 참석과 관련하여 일본이 독도에 대한 부질없는 도발을 반복하고 있는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동 행사를 즉각 폐지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2.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 영토인 바,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한 부당한 억지 주장을 즉각 중단하고, 겸허한 자세로 역사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2023년
1. 정부는 일본 시마네현의 소위 '독도의 날' 행사(2.22.수) 개최 및 일본 정부 고위급 인사의 동 행사 참석과 관련하여 일본이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동 행사를 즉각 폐지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2.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바,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즉각 중단하고, 겸허한 자세로 역사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작년에는 제1항에서 일본의 행동을 "부질없는 도발"로 표현했지만, 올해에는 "부당한 주장"으로 낮춰 표현했다. 작년에는 제2항에서 "부당한 억지 주장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반면, 올해에는 "부당한 주장을 즉각 중단"하라며 '억지'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이런 차이가 일본인들에게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은 22일 오후의 <산케이뉴스>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산케이신문>의 온라인판인 이 매체에 실린 '다케시마의 날에 한국 외교부가 공사 불러 항의··· 윤 정권은 억제 반응도, 강해진 독도 교육(竹島の日に韓国外務省が公使呼び抗議 尹政権は抑制反応も、強まる独島教育)'이라는 기사에서 한국 외교부 대변인 성명이 달라진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소 억제했다"는 평을 내놓았다.

이 기사는 "대일관계 개선을 진행하는 윤석열 정권이 억제적으로 대응"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윤 정권이 독도 방어훈련인 동해영토 수호 훈련을 축소해서 진행한 일을 상기시켰다. 기사는 "작년 5월에 발족한 윤 정권에서는 정례 군사훈련의 규모를 축소했다"면서 "작년 7월과 12월의 훈련은 모두 비공개 속에서 상륙 훈련도 하지 않는 등, 대일 배려를 보였다"라고 평했다.

독도에 대한 최대 위협의 진원지는 일본이다. 바로 그 일본에서 '다케시마를 되찾자'는 목소리가 가장 크게 울려 퍼지는 날이 매년 2월 22일이다. 그런 2월 22일에 윤 정부는 독도 부근 해상에서 자위대와 연합훈련을 벌이는 한편, 외교부를 통한 대응 수위를 낮춤으로써 '대일 배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정부의 독도 수호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따져보게 만드는 일이다.

윤 정부는 왜

독도 부근에서 벌어지는 그런 일들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은데도, 윤 정부가 계속 강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반발하거나 염려할 게 뻔한데도 그렇게 하는 데는 나름의 생각이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한·일 간의 가장 민감한 지역이 독도다. 바로 그 독도에서 한·일 연합군사훈련을 연거푸 벌이고 있다. 한국인들의 대일 경계심 또는 반일 감정에 대해 정공법으로 대처하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크다.

윤 정권은 안보 위기를 내세우며 그런 훈련을 벌이고 있다. 북한과 중국·러시아의 위협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하필이면 독도 부근에서 자위대와 합동훈련을 벌이고 있다. 독도 수호보다 안보가 더 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독도 영유권 역시 안보 문제다. 독도가 외국에 강점되면 울릉도 안보와 동해안 안보가 위태해지고 한국 바다 상당 부분이 넘어간다. 안보의 목적은 국민과 영토를 지키는 것인데, 독도 영토의 수호를 게을리하면서 안보에 신경을 쓴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그것도, 독도를 자국 땅으로 주장하는 나라와 그런 합동훈련을 하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일인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2일 일본이 정한 '다케시마의 날'을 규탄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옛터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2.22 ⓒ 연합뉴스

 
1905년 2월 22일은 대한제국 주권이 일본제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날이다. 러일전쟁 중인 이때, 일본은 독도를 군사기지로 만들 목적으로 자국 땅으로 편입한 뒤 러시아군을 동해에서 격파하고 러일전쟁을 승리로 장식했다.

일본의 동해 제해권 확보는 러시아보다 대한제국에 직접적 위협이 됐다. 일본은 그해 11월 17일 을사늑약을 강요해 외교권을 빼앗고,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 전체를 강점했다. 대한제국에 대한 부분적 강점인 독도 침탈은 일본의 한국 침략이 막바지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1905년 2월 22일은 음력으로 1월 19일이다. 1872년 11월 이후로 일본에서 양력이 쓰였기 때문에 이 시기의 일본 대중이 음력 날짜에 둔감하기는 했지만, 일본 지도자들이 선택한 1905년 그날은 하필이면 임진일이었다. 일본군이 바다를 건너 조선 땅에 상륙한 임진왜란을 연상시키는 날에 일본이 독도를 강점했던 것이다.

그런 날을 기념하는 2023년 다케시마의 날에 벌어진 일들은 윤석열 정부의 독도 수호 의지에 대해 우려하도록 만든다. 다케시마의 날에 일본이 대규모 경찰병력까지 동원해 긴박감을 조성한 것과 대비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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