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낙동강 인근 공기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틴이 검출됐다는 결과 표다. 관련 연구가 활발한 미국 강에서 나온 수치의 최대 523배에 이른다.
 낙동강 인근 공기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틴이 검출됐다는 결과 표다. 관련 연구가 활발한 미국 강에서 나온 수치의 최대 523배에 이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위 자료를 잘 살펴봐주십시오. 낙동강에 매년 여름 심각한 녹조가 발생하고, 그 녹조에서 청산가리(시안화칼륨) 6600배(오하이오주립대 이지영 교수)의 마이크로시틴이란 독이 나오는데, 그 독이 공기 중에서도 검출되고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표입니다. 

녹조 독이 에어로졸 형태로 비산하면서 공기중에 포함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낙동강과 1.2km 떨어진 아파트에서도 검출될 정도로 녹조 독소 에어로졸은 강 주변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낙동강만 이럴까요? 녹조가 발생하는 곳 주변은 안심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낙동강보다 더 심각한 녹조가 발생하는 영주댐 주변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과연 괜찮은 걸까요? 아닙니다. 그들의 건강에 해를 끼칠 일이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영주댐에 녹조가 창궐한 가운데. 댐 주변엔 수몰민들이 마을을 이뤄서 살고 있다. 신 동호마을과 신 금강마을 이외에 신 평은마을도 있다. 이들은 일상적으로 녹조 독 에어로졸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영주댐에 녹조가 창궐한 가운데. 댐 주변엔 수몰민들이 마을을 이뤄서 살고 있다. 신 동호마을과 신 금강마을 이외에 신 평은마을도 있다. 이들은 일상적으로 녹조 독 에어로졸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영주댐 주변엔 수몰민들이 대체 부지를 불하받아 마을을 이뤄서 살고 있습니다. 신 평은마을과 신 동호마을 그리고 350년 역사를 가진 금강마을 이주민들이 살고 있는 신 금강마을이 그곳입니다. 이 외에도 적지 않은 민가가 산발적으로 영주댐 주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은 댐 바로 지척에서 살고 있어 녹조 독소 에어로졸에 일상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매년 초여름에서 늦가을까지, 심지어 이른 겨울까지 녹조가 지속되니 매년 5~6개월을 녹조 독소 에어로졸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주민들의 건강이 많이 염려되는 이유입니다. 이런데도 마냥 영주댐을 환영할 수 있을까요? 사실 걱정되는 건 이뿐만 아닙니다. 영주댐 물은 세 곳의 양수장을 통해서 농업용수로도 공급되고 있습니다. 녹조가 창궐한 영주댐 물로 농작물을 기르고 있는 겁니다.

녹조강 인근에서 기른 농작물, 안전하지 않다
  
저 양수 시설을 통해서 녹조가 심각하게 발생한 저 영주댐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해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저 양수 시설을 통해서 녹조가 심각하게 발생한 저 영주댐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해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지난 여름 대구MBC와 부산MBC 공동으로 제작한 빅벙커는 직접 낙동강의 여러 농작물과 물고기 조사를 실시한 결과, 녹조 독이 나왔다고 밝혔다.
 지난 여름 대구MBC와 부산MBC 공동으로 제작한 빅벙커는 직접 낙동강의 여러 농작물과 물고기 조사를 실시한 결과, 녹조 독이 나왔다고 밝혔다.
ⓒ 대구 MBC 빅벙커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2월 대구환경단체들은 낙동강 인근 노지에서 기른 배추, 무, 쌀, 옥수수, 상추 등에서 녹조의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녹조가 창궐한 강에서 살고 있는 물고기 몸에서도 녹조 독이 검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녹조가 가득한 영주댐에서 잡은 물고기는 절대로 먹어선 안됩니다. 그런데도 많은 낚시꾼들이 영주댐에 몰려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녹조 전문가인 이지영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지난해 9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녹조에 노출되면) 피부나 눈, 코가 자극되고 호흡 불편, 설사, 복통 등을 겪을 수 있다"라며 "특히 고농도로 노출돼 마이크로시스틴이 간에 쌓이면 간 수치가 올라가고, 간경화, 간암 등이 생길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해당 인터뷰에서 녹조 내 베타 메틸아미노 엘 알라닌(BMAA)에 대해서도 주의할 것을 이야기하며 "이 물질은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실이 이런데도 영주댐이 발전을 가져온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지난 21일, 영주댐 앞에서 영주시경제발전협의회 주관으로 '영주댐 조기준공 범시민 궐기대회'가 열렸습니다. 이 행사에는 주민과 영주시, 유관기관 등 3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남서 영주시장을 비롯한 영주시의회 의장 등 대부분의 연사들이 영주댐의 조기준공을 목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문화재단지가 완공 안 돼 6년째 준공을 못하고 있는 영주댐을 조기 준공하게 해달라고 촉구한 것입니다. 
 
21일 영주댐 앞에선 영주 주민들과 영주시, 의회, 유관 기관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주댐 준공 범시민 궐기대회가 열렸다.
 21일 영주댐 앞에선 영주 주민들과 영주시, 의회, 유관 기관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주댐 준공 범시민 궐기대회가 열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범시민 궐기대회 연사로 나선 박남서 영주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범시민 궐기대회 연사로 나선 박남서 영주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그 배경에는 영주댐이 경제 발전을 안겨준다는 철저한 믿음이 깔려 있는 듯합니다. 이 자리에서 박남서 영주시장은 영주댐 주변에서 "댐을 이용한 여러 가지 관광자원을 연구중에 있고 개발중에 있고 용역중에 있다"면서 "그런데도 불구하고 하지 못한 이유는 준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5년 동안 내성천을 오가며 영주댐을 지켜봐 온 필자는 이날 현장에서 조기준공을 외치는 연사들에게 정말 진지하게 묻고 싶어졌습니다. 과연 영주댐이 발전이냐는 것입니다. 과연 발전의 상징이 될 수 있냐는 겁니다. 

영주시장을 비롯한 각 단체장들은 영주시민과 이곳 주민들에게 발전이라는 환상을 심고 있지만 매년 심각한 녹조가 창궐하고 있는 이 엄중한 현실을 감안할 때 과연 영주댐을 경제 발전의 견인차로 여길 수 있겠냐는 것입니다. 
 
지난해 9월 녹조가 창궐한 영주댐의 모습.
 지난해 9월 녹조가 창궐한 영주댐의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댐으로 관광을 가는 시대는 이미 끝난 지 오래입니다. 21세기에 누가 댐 관광을 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그들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녹조 독소 에어로졸이 떠도는 영주댐에 과연 관광객들이 찾아올까요? 매 순간 녹조 독소 에오로졸에 노출되면서 영주댐에 관광을 올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이건 댐은 곧 발전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힌 이들의 무지몽매이거나 아니면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영주댐 건설을 주장해왔던 이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한 꼼수인 것입니다. 

영주댐을 철거하고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그래서입니다. '낙동강 수질개선용'이라는 용도를 완벽히 상실한 유령댐으로 전락한 영주댐을, 이곳 주민들에게 일상적 녹조 독소를 안겨주고 있는 영주댐을, 하루빨리 철거하고 국보급 하천 내성천을 되살려내야 합니다. 
 
이날 대구환경운동연합과 안동환경운동연합은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영주댐 철거하고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라는 내용의 피텟 시위를 벌였다.
 이날 대구환경운동연합과 안동환경운동연합은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영주댐 철거하고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라는 내용의 피텟 시위를 벌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이날 안동환경운동연합과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영주댐 철거하고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란 현수막을 들고 서서 피켓 시위를 벌인 이유입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오히려 녹조 독소 에어로졸이라는 심각한 해악을 가져오고 있는 영주댐을 과감히 포기하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내성천을 되살려 그것으로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자는 것입니다. 

상상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21세기는 자연과 환경의 시대입니다. 기후위기의 대안으로서 자연 환경의 보전과 강 습지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 국보급 내성천을 되살려내 정말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겁니다.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만든 뒤 정부가 관리하고 보호해서 영주의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겁니다. 
 
내성천 무섬마을. 아직 그래도 주민들의 노력이 가미되긴 했지만 이전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무섬마을의 모습이다. 이 무섬마을에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간다. 영주댐 철거하고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만들면 이런 무섬마을들이 내성천 곳곳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내성천 무섬마을. 아직 그래도 주민들의 노력이 가미되긴 했지만 이전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무섬마을의 모습이다. 이 무섬마을에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간다. 영주댐 철거하고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만들면 이런 무섬마을들이 내성천 곳곳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내성천 물길을 걷는 아이들. 내성천 모래톱과 물길 걷기 프로그램은 아주 중요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내성천 물길을 걷는 아이들. 내성천 모래톱과 물길 걷기 프로그램은 아주 중요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내성천 모래 걷기와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적극 홍보하면 제주 올레길 부럽지 않는 새로운 관광 명소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십 수년을 직접 내성천을 걸은 필자는 확신합니다. 

그러니 댐=발전이라는 맹목적 믿음에서 어서 탈출하기를 바랍니다. 내성천을 되살려내 아름다운 모래강 걷기 순례의 행렬이 수시로 일어나는 내성천의 진정한 '오래된 미래'를 힘차게 응원해봅니다. 

그것이 내성천을 살리고, 이곳 주민들을 살리고 영주를 살리는 길임을 확신합니다. 영주시민의 혜안을 촉구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과 내성천을 다니면서 4대강사업의 폐해를 알리면서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태그:#영주댐, #녹조 독소, #에어로졸, #내성천 국립공원, #영주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