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스틸컷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스틸컷

▲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스틸컷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스틸컷 ⓒ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스틸컷

 
* 이 기사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타노스에게 지구를 구한 앤트맨(폴 러드). 이전에 해고된 배스킨라빈스에서 이 세기의 우수사원상을 받고, 자서전까지 집필한 스캇은 유명 인사가 됐다. 행복한 삶을 살던 어느 날. 스캇은 딸 캐시가 유치장에 있다는 전화를 받는다. 노숙자를 도와 경찰을 골탕 먹였다는 것. 스캇은 캐시에게 평범한 삶을 살라고 당부하지만 캐시는 영웅적인 일을 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한편 캐시는 스캇 모르게 양자 영역을 연구하고 양자 영역을 스캔하는 지도를 만들게 되는데…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아래 앤트맨3)의 현재 로튼 토마토 지수는 48점으로 <이터널스>(47점)와 치열하게 MCU 최하위를 경쟁 중이다. <앤트맨3>는 과연 MCU에서 역대급 혹평을 받을 정도의 졸작인가. 당당하게 '그렇다'고 대답하기에 사실 영화만 놓고 봤을 때는 빠지는 부분이 별로 없다. 가족을 주제로 한 무리 없는 스토리, 양자 세계를 배경으로 한 눈요깃거리, 어벤져스 시리즈를 책임질 강력한 빌런의 본격적인 등장까지.

정리하자면 <앤트맨3>는 고만고만한 MCU다운 그런 영화 중 한 편이다. 만약 <앤트맨3>가 페이즈 1~3 사이에 개봉했다면 지금보다 30점은 높은 점수를 기록했으리라 장담할 수 있다. (반대로 페이즈1~3 영화 중 몇 편은 지금 개봉했다면 30점은 깎고 들어갈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참혹한 평가는 무엇을 의미할까. 아마도 페이즈4에서 누적돼온 불만이 페이즈5를 여는 <앤트맨3>에서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실망감의 표현에 가까울 것이다.
 
'언제든 커질 수 있다'면서 성장 않는 앤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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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스틸컷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스틸컷 ⓒ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스틸컷

 
앤트맨을 정의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확대와 축소를 맨 앞에 두는 것이 바른 선택일 듯하다. <앤트맨3>에서 스캇 랭(폴 러드)이 출간한 자서전 제목은 '작은 남자를 지켜라'이다. 앤트맨은 초능력, 초월적인 부, 뛰어난 지능, 압도적인 신체 능력 중 어느 것도 갖고 있지 못한 독특한 히어로다. 자서전의 제목처럼 앤트맨의 유일한 능력은 슈트를 입고 작아지거나 커지는 것뿐이다.

확대와 축소는 곧 성장의 테마로도 이어진다. 자서전 발표회에서 스캇 랭이 강조한 문장 또한 "언제든 커질 수 있다"였다. 이는 앤트맨의 거대화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정신적 성장과도 바로 연결이 된다. <앤트맨3>의 문제는 성장의 테마를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스캇을 비롯한 누구도 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캉이 타고 온 우주선의 엔진 코어를 원래 크기로 돌리기 위해 확률 폭풍에 진입한 순간을 제일 인상 깊은 장면으로 꼽는 사람이 많다. 그 공간에서 스캇은 다른 선택을 한 수많은 스캇들과 만난다. 서로 제각각인 스캇들은 확률 폭풍에서 탈출하기 위해 지리멸렬하며 실패하다가 캐시의 목소리를 듣고 하나로 뭉치기 시작한다. 스캇은 이전 시리즈에서 보여온 딸 캐시를 향한 사랑으로 양자 세계에서 겪는 위기도 극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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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스틸컷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스틸컷 ⓒ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스틸컷

 
그러나 이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 군집해 본능적으로 돌진하는 '개미(Ant)'의 행동양식이다. 얌전히 학업에 충실하길 바라는 스캇의 요구와 달리 캐시는 적극적으로 핌입자를 활용해 사회를 변화시키려고 한다. 결국 경찰을 방해하다가 유치장 신세를 지기도 하는데 이런 캐시의 행동이 어떤 마음에서 비롯됐는지 알아보지 않고 일단 아버지의 압도적인 사랑으로 문제가 봉합된다. 딸이라는 생물학적 관계가 아니라 캐시라는 개별 인격체를 이해하려는 주체성을 가진 '개미 인간(Ant-man)'은 셀 수 없는 스캇이 등장하는 확률 폭풍 안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

성장의 부재는 딸과의 관계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슈퍼히어로로서의 성장도 정체됐다. 앞서 말한 것처럼 캐시는 핌입자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사회의 부조리를 해결하려 한다. 어벤져스의 멤버로 타노스와 싸웠던 스캇은 느끼한 자서전을 출간하며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는 데 그친다. 양자 세계로 넘어와서도 마찬가지다. 캉에게 탄압당하는 반란군을 돕자는 캐시와 달리 스캇은 가족들과 지구로 돌아갈 생각뿐이다.

어쨌든 캉의 음모는 저지하게 되지만 반란군을 돕자는 의도가 아니라 캉을 막아야만 딸과 가족을 구할 수 있다는 지극히 사적인 이유가 스캇의 동기였다. 언제든 클 수 있다는 자서전의 끝맺음과 다르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스캇은 슈퍼히어로로서 자신의 편견이나 미숙함, 약점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캉과의 격투에서 '내가 이길 필요는 없어 둘 다 지면 돼'라고 말하는 스캇의 대사에서 '둘'은 캉이 아니라 딸바보가 아닌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이 되어버린다.

MCU가 도달하게 될 멀티버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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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스틸컷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스틸컷 ⓒ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스틸컷

 
개별성의 부재는 메인빌런 캉의 특징과도 연결되어 멀티버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MCU 페이즈 5, 6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캉은 <로키 시즌1>에서는 '계속 존재하는 자', <앤트맨3>에는 '정복자 캉'으로 두 차례 등장해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 이어진 쿠키에서 캉 의회(Kang's Counsil)이 나오지만, 그 위험성을 느끼기는 어렵다. 어벤져스에서도 약체로 평가되는 앤트맨이 직전에 상대한 캉이 가장 위협적인 캉으로 분류되어 아원자 차원으로 유배된 이후인 탓이다.

앤트맨과의 전투력 차이를 넘어서도 <앤트맨3>가 120분을 투자해 캉을 설명했지만, 멀티버스를 어떤 위기로 몰아넣을지는 아직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타노스는 헐크와 토르를 묵사발 내며 등장해 멜서스 트랩을 운운하며 우주의 절반을 없애겠다는 잘못된 신념으로 똘똘 뭉친 단일한 악당이었다. 반면 캉은 매 작품 등장해 사망하며 존재감이 희석될뿐더러 <로키 시즌1>의 캉, <앤트맨3>의 캉이 어떤 신념을 공유하는 빌런인지 아직은 충분히 이해되지 못하는 상황에 갇혀있다.

무한대의 캉이 셀 수 없이 어벤져스를 패배시키고 무한한 멀티버스를 파괴해봐야 우주적 규모로 펼쳐지는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또 다른 버전밖에 되지 않는다. 관객이 캉의 존재에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냉혹한 영화계에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라는 우주를 떠나는 멀티버스만이 존재하게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앤트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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