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2.21 18:22최종 업데이트 23.02.22 10:35
  • 본문듣기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안(2023년~2027년) 공청회에서 발표한 자료에서 “자살수단으로 빈번하게 사용되는 자살위해물건(번개탄, 농약 등) 관리 강화”를 위해 “산화형 착화제가 사용된 번개탄 생산금지 및 인체 유해성이 낮은 친환경 번개탄 대체제 개발?보급”이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 보건복지부

  
 
[검증 대상] "자살률 낮추려고 번개탄 생산 금지" 보건복지부 발표

정부가 자살률을 낮추려고 '번개탄(성형목탄)' 생산을 금지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안(2023년~2027년) 공청회에서 발표한 자료에서 "자살수단으로 빈번하게 사용되는 자살위해물건(번개탄·농약 등) 관리 강화"를 위해 "산화형 착화제가 사용된 번개탄 생산금지 및 인체 유해성이 낮은 친환경 번개탄 대체제 개발·보급"이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일부 언론에서 "자살률 낮추려고 번개탄 생산 금지한다"고 보도하자,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선 정부의 과잉 대응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일었다. 한 누리꾼은 지난 20일 "번개탄을 시작으로 칼처럼 날카로운 물건들, 노끈처럼 위험한 물건들도 판매 금지, 육교와 한강다리는 모두 부수고, 자동차도 판매 금지하고, 2층 높이 이상의 건물들도 모두 부수고, 또 어떻게 하면 자살률을 줄일 수 있는 거죠?"라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가 자살률을 낮추려고 번개탄 생산을 금지하는 게 사실인지 따져봤다. 사실 확인을 위해 자살위해물건과 번개탄(성형숯) 규제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보건복지부와 산림청(국립산림과학원), 한국성형목탄협회 등 관계 기관과 업계 의견을 들었다.
 
[검증 내용] 복지부 "번개탄 생산 금지 와전"... 산림과학원 "자살예방목적 아냐"
 

2015년 7월 22일 부산 사하구 '희망가게'에서 판매하는 번개탄에 '다 괜찮아요. 나에게 말해주세요"라는 위로 문구와 상담소 번호가 쓰인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 연합뉴스

 
먼저 정부에서 내년부터 번개탄 등 성형숯에 들어가는 산화형 착화제(질산바륨) 함량 기준을 낮춘 건 사실이지만, 번개탄 생산을 전면 금지한 건 아니었다.

이두리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과장은 21일 오전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산림청에서 산화형 착화제가 들어간 번개탄은 생산 금지하고 인체 유해성이 낮은 대체제를 보급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독성을 낮춘 번개탄으로 대체 가능한데, 착화제 부분을 빼고 전면적인 번개탄 생산 금지로 와전됐다"라고 밝혔다.
 
번개탄은 성형목탄(성형숯)의 한 종류로, 톱밥숯을 밀가루, 전분 같은 결합제나 착화제와 섞어 구멍탄 형태로 만들며 연탄에 불을 붙일 때 쓴다. 일산화탄소 중독 우려가 있어 배기가 잘 되는 곳에서 사용해야 하는데, 그동안 자살 수단으로 악용돼 정부에서 '자살위해물건'으로 지정해 관리해 왔다.
 
산림청에서 성형숯에 불을 잘 붙게 만드는 산화형 착화제(질산바륨) 함량 기준을 낮춘 건 번개탄보다는 고깃집이나 캠핑에서 주로 사용하는 구이용 성형숯의 유해성 논란 때문이었다.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2019년 10월 '목재제품의 규격과 품질기준 고시'를 개정해 질산바륨 함량 기준을 (숯 제품 질량의) '15.8% 이하'에서 '10.5% 이하'로 낮췄다. 다만 영세업자들이 대체제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시간 등을 감안해 올해 12월까지 5년간 유예했고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자살 줄이려면 '번개탄 대체제' 개발해야"
 
다만 국립산림과학원과 성형숯 업계에선 이번 산화형 착화제 기준 강화가 자살 예방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국립산림과학원 성형숯 연구 담당자는 21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산화형  착화제 사용 금지와 자살 예방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면서 "산화형 착화제를 친환경 제품으로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김현응 한국성형목탄협회 회장도 이날 <오마이뉴스>에 "산화형 착화제를 줄이는 것과 자살률은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사람이 사망하는 원인은 번개탄이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로 인한 산소 결핍 때문인데, 질산바륨 함량이 낮아지면 불도 잘 안 붙고 불완전연소로 인해 더 많은 매연과 냄새가 발생하고 탄소 배출량도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바뀐 기준대로 질산바륨 함량을 줄인 제품을 내놨지만, 불이 잘 안 붙고 냄새와 연기가 더 심해 이전까지 거의 0%였던 클레임(반품 등)이 40%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립산림과학원 담당자는 "번개탄 착화가 늦어지면 불완전연소가 이뤄지는 건 사실이지만, 탄소 배출량은 큰 차이가 없었다"라고 밝혔다.

실제 번개탄이 자살위해물건으로 지정된 건 일산화탄소 발생 때문이었다. 정부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에 따라 '자살 수단으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자살 수단으로 빈번하게 사용될 위험이 상당한 것'을 자살위해물건으로 지정해 관리해 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0년 1월 '자살위해물건에 관한 고시'에 '일산화탄소의 독성효과(T58)를 유발하는 물질'을 포함시켰다. 복지부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자살 사망이 2019년 1996명이었지만 2020년 1620명, 2021년 1763명으로 각각 줄었다고 밝혔다.

산림청과 한국성형목탄협회도 지난 2018년 6월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 예방을 위한 업무 협약을 통해 제품 포장지에 자살방지 문구 삽입하고 불량 제품 유통 차단을 위해 노력해 왔다. 당시 산림청도 "번개탄 자살의 주요인인 일산화탄소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기 위해 '일산화탄소 저감 번개탄 개발 등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림청과 한국성형목탄협회는 지난 2018년 6월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 예방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제품 포장지에 자살방지 문구 삽입하고 불량 제품 유통 차단을 위해 노력해 왔다 ⓒ 산림청

 
이에 이두리 보건복지부 과장은 "산화형 착화제 사용을 금지하고 대체제를 개발해 번개탄의 인체 유해성을 낮추면 자연스럽게 자살위해물건으로의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기대해 그런 내용이 들어간 것"이라면서 "공청회에서 발표한 건 계획안이고, 기본계획을 확정할 때는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보건복지부, 2월 21일 설명자료).

[검증 결과] "자살률 낮추려고 번개탄 생산 금지" 정부 발표는 '대체로 거짓'

정부에서 내년부터 번개탄에 들어가는 산화형 착화제 함량 기준을 강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 기준에 부합하는 번개탄은 계속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생산 금지 조치 역시 유해성 논란이 있는 질산바륨의 유해성 논란 때문이며, 일산화탄소 감소 등 자살 예방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따라서 '산화형 착화제가 들어간 번개탄 생산 금지'가 자살 예방 대책이라는 보건복지부 공청회 발표 내용을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한다.

"자살률 낮추려고 번개탄 생산 금지"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대체로 거짓
  • 주장일
    2023.02.13
  • 출처
    2월 13일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안' 공청회 발표 자료출처링크
  • 근거자료
    보건복지부 보도설명자료, 자살위해수단 관련(2023.2.21)자료링크 이두리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과장,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3.2.21)자료링크 국립산림과학원 목재산업연구과 연구관,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3.2.21)자료링크 김현응 한국성형목탄협회 회장,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3.2.21)자료링크 보건복지부, ‘자살위해물건에 관한 고시’자료링크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목재제품의 규격과 품질기준 고시'자료링크 산림청 설명자료, "캠핑의 계절 ‘숯의 역습’ 유해물질 34배 검출” 보도 관련(2017.3.24)자료링크 산림청 보도자료, '산림청-㈔한국성형목탄협회, 업무협약 체결'(2018.6.14)자료링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오마이팩트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