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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학생인권조례를 두고 때아닌 찬반 논쟁이 뜨겁다.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지난 2012년 서울시교육청이 공포한 조례다. 제정, 공포된 지 벌써 10여 년이 지났지만, 갑작스럽게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민 11만 4000여 명이 조례 청구에 동참해 그중 9만7702명의 유효 서명으로 주민 발의를 이끌어낸 서울학생인권조례는, 두발·복장 규제와 체벌 등 학교의 당연한 관행으로 여겼던 것들을 변화시켜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 이 서울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와 성전환을 조장하며 성혁명교육을 부추기고, 기초학력을 꼴찌로 만들기에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부 보수 종교단체와 학부모단체가 모인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범시민연대'(아래 폐지 범시민연대)는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고 성문란을 부추긴다'며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외치고 있다. 
   
폐지 범시민연대는 6만 4000여 명의 서명이 담긴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인 명부를 2022년 8월 18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서울시의회는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과 '서울시의회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조례'에 따른다며 지난 14일 이를 수리했다.

정부와 보수단체, 차별적 인식 높고 관련 정책 빈약
 
보수단체들은 서울학생인권조례가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의 인권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수단체들은 서울학생인권조례가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의 인권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이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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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두고, 보수 정권 탄생과 사회 보수화의 물결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2022 교육과정 개정안'에서 '성소수자,' '성평등,' 및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등의 용어를 삭제했다.

행정예고 기간에 각계의 비판 성명과 수정 의견서가 제출됐지만 12월 14일 국가교육위원회는 이에 대한 반영 없이 의결했다. 새 교육과정은 2024년부터 점차적으로 모든 초·중·고교 교육과정에 적용된다.
 
보수단체, 특히 일부 종교단체들은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에 근거한 차별적 목소리를 키워왔다. 이는 우리 정부에 청년 성소수자(young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intersex persons) 관련 정책이 빈약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
 
이처럼 보수화 물결이 일자,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9월 지방자치단체의 인권조례와 인권기구를 축소하려는 시도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인권적 가치 실현을 추구해 온 것에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서울학생인권조례를 지키기 위한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출범식이 지난 1월 26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열렸다.
 서울학생인권조례를 지키기 위한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출범식이 지난 1월 26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열렸다.
ⓒ 이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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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가 가시화되자 252개 시민사회, 인권, 교육, 청소년, 노동단체들은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를 출범시켰다.

보수단체 "인권조례 때문에 교권 무너지고 학습권 저해" 주장
 

이에 대해 이혜경 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대표는 서울학생인권조례가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의 인권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아이들에게 유익한 인권을 가르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서울학생인권조례를 보고 확인을 했다. 인권은 천부적인 것,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행복한 권리를 말하는 것인데 이 학생인권조례에서 말하는 인권은 쟁취하는 인권, 타도하는 인권이다. 아이들을 약자로 보고 교사나 학부모를 고발할 수 있고 조사할 수 있는 그런 권리를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혜경 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대표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무너지고 있고 학교수업 지도가 굉장히 곤란해서 오히려 아이들이 학습이 무너지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혜경 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대표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무너지고 있고 학교수업 지도가 굉장히 곤란해서 오히려 아이들이 학습이 무너지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 이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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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또 "시민들이 '학생인권'이라는 단어가 좋기 때문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고 생각을 하실 수도 있는데, 막상 교권이 무너지고 있고 학교수업 지도가 굉장히 곤란해 오히려 아이들이 학습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거듭 주장했다.
 
히자만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지난 10일, 서울시교육청 앞에 모여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해 당사자인 청소년들에게 물어는 봤냐"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찬반 논쟁 속 서울시의회 임시회 시작
 
이러한 논란 속에 서울시의회가 20일, 3월 10일까지 진행될 서울시의회 제316차 임시회를 열자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측과 이를 반대하는 측이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 모두 모였다.
 
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등 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이날 오후 1시부터 2시 30분까지 시의회 본관 앞에서 피켓 선전전을 벌였다. 

공대위 측도 오후 1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조례 폐지와 축소를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폐지 범시민연대는 거듭 학생인권조례 폐지의 당위성을 외치며 "청소년들에게 동성애, 성전환을 옹호하고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22일 수요일 11시 15분에 시의회 앞에서 다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며, 3월 10일까지 계속해서 시민을 대상으로 조례 폐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공대위 측은 "서울시의회가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안을 수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폐지안이 헌법과 국제법, 법령의 위반, 지방자치법과 주민조례발안법의 목적에 반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자신을 '경남에서 새벽에 올라온 K-고딩'이라고 소개한 김경훈 청소년특별회의 부의장은 "폐지를 외치는 사람들은 우리(청소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며 교묘히 폐지 주장을 공익적인 것처럼 끌고 들어간다"며 비판했다.
 
김경훈 청소년특별회의 부의장이 “폐지를 외치는 사람들은 우리(청소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며 교묘히 폐지 주장을 공익적인 것처럼 끌고 들어간다”며 비판했다.
 김경훈 청소년특별회의 부의장이 “폐지를 외치는 사람들은 우리(청소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며 교묘히 폐지 주장을 공익적인 것처럼 끌고 들어간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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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의장은 "그들이 외치는 것은 우리를 위한 것도 아니고 진짜 보호도 아니다.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추락한다는데, 가르치는 이들이 우리를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것은 교권도 교육권도 아니며 교육권이 침해된 몇 가지 사례를 키워 마치 학생 전체가 교사의 적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공멸만 낳을 뿐"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조민 아수나로 서울지부 회원은 "제가 초등학생 때 전북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다. 그러나 전북도 서울처럼 학생인권조례를 축소하려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조민 아수나로 활동가는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보수 기독교 세력을 등에 업고 조례 폐지를 시도한다면 그렇게 해 보시라. 지방선거가 3년이 남았다. 여러분의 일자리가 달린 문제다”고 비판했다.
 조민 아수나로 활동가는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보수 기독교 세력을 등에 업고 조례 폐지를 시도한다면 그렇게 해 보시라. 지방선거가 3년이 남았다. 여러분의 일자리가 달린 문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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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활동가는 "청소년인권을 말한 지가 100년이 넘었다. 청소년 선거권 연령 하향운동이 있을 때 그들은 학교가 정치판이 된다고 왜곡했지만 지금 그런 상황이 있느냐.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보수 기독교 세력을 등에 업고 조례 폐지를 시도한다면 그렇게 해 보시라. 지방선거가 3년이 남았다. 여러분의 일자리가 달린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서울에서 21년 차 교사로 재직 중이라는 중목초 장대진 교사는 "우리나라는 1923년 방정환 선생께서 세계 최초로 어린이날을 만든 나라다. 그런 우리나라의 현실이 참 안타깝다. 교사로서 확실히 말한다. 교권과 학생인권은 서로 상충되지 않는다. 교사들도 학생들도, 시민들도 모두 학생인권조례의 필요성을 느끼며 계속해서 존재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공대위, 서울시의회 의장에 유엔인권이사회 특별절차 서한 전달
 
공대위는 한국의 학생인권조례 폐지·축소 상황 반대 입장을 담은 유엔인권이사회 4개 특별절차의 서한을 시의회 의장에게 전달했다.
 공대위는 한국의 학생인권조례 폐지·축소 상황 반대 입장을 담은 유엔인권이사회 4개 특별절차의 서한을 시의회 의장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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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위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내내 바로 옆에서 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보수단체들이 "학생인권조례 폐지하라"며 고함을 외쳤지만, 조례 폐지 반대 주장은 계속됐다.

공대위는 이어 시의회 관계자를 통해 한국의 학생인권조례 폐지·축소 상황 반대 입장을 담은 유엔인권이사회 4개 특별절차의 서한을 의장에 전달했다.

서한에는 서울시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려 하고 있음을 유엔인권이사회가 우려하고 있고,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한 내용 등에 대해 우리 정부가 답변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12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가 공동으로 UN인권이사회의 특별 절차인 '교육권에 관한 특별보고관',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폭력 및 차별로부터의 보호에 관한 독립전문가', '여성차별 문제에 관한 실무그룹', '여성폭력 특별보고관'에 대해 긴급진정(Urgent Appeal)을 제기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 단체들은 "지자체의 학생인권조례 등 폐지 움직임과 교육부의 2022 교육과정 개정안이 성소수자 차별이며, 청소년의 성적 권리와 재생산권을 포함한 포괄적인 성교육을 받을 권리 및 사회구조의 불평등에 대해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조치"라고 강조하면서 신속한 관심과 대응을 촉구한 바 있다.
 
공대위는 서울시의회 임시회 기간 동안 서울시의회 앞 1인 시위를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대국민 서명 운동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대위 소속 한 청년활동가가 "어림없다"는 피켓을 들고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에 항의하고 있다.
 공대위 소속 한 청년활동가가 "어림없다"는 피켓을 들고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에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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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서울학생인권조례, #학생인권조례 폐지, #서울시의회, #성혁명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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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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