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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원들이 20일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김일성 지시로 4.3 사건 촉발됐다'고 발언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원들이 20일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김일성 지시로 4.3 사건 촉발됐다'고 발언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박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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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동안 '빨갱이'라는 소리, 색깔론에 예민해하고 있는데, 유족 가슴에 비수를 꽂는 일이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20일, 국회의사당 앞을 찾은 30여 명의 사람들은 분노를 참지 않았다. 제주 4.3 사건 유가족들이었다. 이들이 제주에서 서울까지 찾아온 이유는 '김일성 지시로 제주 4.3 사건이 촉발했다'고 주장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태영호씨를 다시 북한에 보내드려야죠."
"추방해야 한다, 추방!"
"태영호는 망언에 사과하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


유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태 의원의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 사퇴, 국민의힘 출당, 국회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그가 국민의힘 당내 '극우 표'를 받아 최고위원에 당선될 심산으로 '낡아빠진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고, 유가족은 규탄했다.

4.3 유족회 "태영호, 역사 왜곡의 선봉장 행세"

유가족을 분개하게 만든 태 의원의 발언은 지난 12일 나왔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후보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던 태 의원은 제주를 방문해 "제주 4.3 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말했다. 

"김씨 정권에 몸 담다 귀순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희생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를 하는 중에 나온 발언이었지만, 태 의원은 역사 인식 부재 혹은 의도적인 색깔론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대리 사과'하는 상황까지 나왔다. 하지만 당사자인 태 의원은 사과하지 않았고, 되레 "북한에서 배운 역사적 사실"이라며 "어떤 점을 사과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 "(태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될 일을 오히려 온갖 요설과 궤변을 며칠째 이어가면서 4.3 역사 왜곡의 선봉장 행세를 하고 있다"며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자가, 한국 사회에서 진작 사라져야 할 색깔론을 오히려 부추기는 행동을 하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어 "북한에서 잘못 배웠으면 대한민국 국민이자 국회의원으로서 이제라도 똑바로 배우면 되지 자신의 아집을 여전히 진실인 양 포장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회는 태영호 국회의원을 징계하라"고 촉구했다.

백경진 제주 4.3 범국민위원회 상임이사는 태 의원을 향해 "1999년 제주4.3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하고, 2003년 진상조사 보고서가 정부에 의해 작성됐다"며 "태영호 해당 발언은 특별법 취지를 깡그리 부정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일성 지시로 남로당 개입?... "전혀 사실과 달라"
 
제주 4·3 사건이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된 사건이라고 말해 논란을 야기한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주 4·3 사건이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된 사건이라고 말해 논란을 야기한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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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은 무엇보다 태영호 의원의 발언이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다는 점을 꼬집었다. 태 의원은 김일성 지시를 받은 남로당 중앙당이 제주도민을 선동했다는 게 역사적 사실이라는 취지로 주장을 펴왔다.

20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을)은 "태영호 의원이 논점을 흐리고 있는데, 남로당이 자생적으로 제주에서 일부 관여됐다고 진상 보고서에도 나와 있지만, 전혀 언급되지 않은 김일성 지시에 의해, 남로당 중앙당 지시에 의해서 (제주4.3이) 발생했다고 하고 있다"며 "전혀 사실과 다르다. 사실 왜곡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공산주의에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는 극우 세력 표를 얻으면 본인이 최고위원에 당선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계산된 정무적 판단 하에 나온 발언이라고 본다"며 "그렇기 때문에 유가족이 더욱 분노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창범 유족회장은 "(태 의원이) 해묵은 색깔론을 국민의힘 최고위원 레이스 과정 첫날에 들춰냈다"며 "이런 발언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높여서 최고위원직과 내년 공천을 받겠다는 권력 욕심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꼬집었다.

'북한 연계설'은 제주 4.3 사건을 왜곡하는 오래된 색깔론이다. 실제 4.3의 계기가 된 건, 1947년 제주에서 열린 3.1절 기념대회 당시의 발포사건으로 보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당시 제주도민들이 어린아이들을 치고도 그냥 지나친 기마경찰에 항의했고, 이에 경찰은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했다. 민중의 저항이 지속되자, 당시 공권력은 7년 7개월 동안 학살을 자행했다. 피해자는 수만 명에 이른다.

태그:#태영호, #4.3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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