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2.21 07:08최종 업데이트 23.02.2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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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은 홍원항 외에 서천읍내에 수산물시장인 서천특화시장이 있다. ⓒ 최수경

       
얼마 전 서해를 지나다 점심에 제철 음식을 먹기로 했다. 2월 초 제철 해산물이 무엇인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새조개, 개불, 낙지, 문어라고 알려준다. 서해안에서는 사철 다양한 해산물을 접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제철에 더 특별한 맛을 내는 이유는 생물마다 산란기를 앞두고 단백질 함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홍성 남당항의 식당에서 나온 새조개와 가리비 ⓒ 최수경

       
충남 서해의 경우 가을이면 굵은소금 위에 대하를 굽고, 겨울철엔 가리비와 새조개, 석굴을 먹는다. 봄이 오면 냉이와 함께 주꾸미를 데쳐 먹는다. 서해를 따라 홍성 남당항, 보령 천북, 대천항, 서천 홍원항에서 열리는 제철 수산물 축제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김 양식을 했던 자리에 달라붙은 굴 ⓒ 최수경

   
수산물 축제가 사람들의 입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양식 기술의 발달 때문이다. '기르는 어업'인 양식과 관련해, 조선 후기까지 김 양식을 하다가 개화기부터 패각 양식이 소규모로 진행되어 광양만에서 굴 양식이 이루어졌다는 기록이 있다(수산청, 1996). 굴은 해조류를 제외한 바다 동물 중에서 상대적으로 양식이 쉬워 비약적인 증산이 가능했다(공간과사회, 2021).
  

전남 완도군 보길면 백도리의 양식장에 전복과 다시마 등이 양식되고 있다. ⓒ 최수경

 
우리나라에서 양식되는 굴은 참굴로, 김 다음으로 많이 양식되고 있다. 초기 굴 양식은 체외에서 수정된 굴의 '채묘'를 돕는 일이었다. 굴은 가리비 같은 조개껍데기나 돌 또는 조간대의 조하대 바닥에 달라붙어 정착하기 때문이다.
  

당진 난지도에서 조세라고 하는 도구로 굴을 채취하고 있다. ⓒ 최수경

 
본격적인 굴 양식은 조간대에서 조하대(연안의 간조선에서 수심 40~60센티미터까지의 구역)로 옮겨지면서, 수직으로 바다의 공간을 운영하면서부터다. 재래식 투석식 양식이 돌을 이용하는 것과 달리 수하식 양식엔 굴을 지탱할 새로운 도구가 필요했다. 굴이 붙어있을 콜렉터, 콜렉터를 매달 수하연(줄), 수하연을 지탱하면서 부력을 지닌 발포스티렌(스티로폼) 부자 등이다.
    

굴 패각은 김 양식에 활용된다. 우리나라는 김 종자 생산용 굴 패각을 국산이 아닌 중국산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 ⓒ 최수경


이러한 도구들은 사용 가치가 떨어지거나 유실, 투기, 방치되면 쓰레기가 된다. 2008년부터 시작된 국가 해안 쓰레기 모니터링 사업 결과 발포스티렌 조각이 가장 많이 나오는 쓰레기로 집계되었다(해양환경정보포털 모니터링 통계). 굴 양식과 발포스티렌 부자는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와 결합되면서 지역을 넘어서는 문제로 대중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경향신문> 2019. 6. 29.).

굴 패각 부산물은 어떻게 처리될까
 

서천 유부도 해안에 밀려든 발포스티로폼 조각들. ⓒ 최수경

 
굴은 서양인들이 유일하게 생식하는 식품으로 기원전 1세기경 이탈리아 나폴리에서도 양식한 기록이 남아있다. 한국에서는 선사시대 패총에서 가장 많이 출토되는 조개가 굴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아프로디테(비너스)가 굴 껍데기에서 탄생했다는 점을 들어 스태미너식으로 알려지게 되었는데 굴을 '바다의 우유'라고도 한다.
  

굴은 바다의 우유라 할 만큼 영양이 풍부하나 생산량 만큼 패각을 남겨 처리과정이 쉽지 않다. ⓒ 최수경

 
2월 충남 보령 천북의 석굴단지가 한산하다. 굴은 가을에 살이 오르기 시작해 11~2월에 가장 맛이 좋다. 그러나 2월에는 바이러스 탓에 생굴을 먹지 말라고 홍보한다. 일본 속담에도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굴을 삼가라 했고 R자가 들어가지 않는 달(5~8월)에는 날것을 먹지 말라는 서양 속담도 있다. 특히 노로바이러스는 2000년대 초부터 굴 수출을 가늠하는 중요한 행위자로 부상했다.
        

천북 석굴단지의 석굴구이. 제철식품답게 석굴을 굽거나 찜으로 맛을 본다. ⓒ 최수경


위생은 수출 판로를 위한 수단이자 기준이 되었다. 굴은 전 세계 해양생물종 생산량 중 5위로,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굴 생산을 많이 하는 국가이자 프랑스 다음으로 수출 규모가 큰 나라이다(2019년 통계 기준). 따라서 노로바이러스 검출 여부가 수출 금지 조치 발효의 직접적인 근거가 되었다.
  

석굴에 붙어있는 플라스틱 연줄이 눈에 띈다. ⓒ 최수경

 
석굴구이는 연탄불에 익혀 먹기 때문에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한 상인은 "언론에서 하도 생굴 위험하다고 하니 아예 안 와요. 지금이 얼마나 크고 맛있을 때인데요"라고 말했다. 2월의 석굴은 10개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더니 정말 큼직하다. 한 소쿠리 내준 석굴을 하나하나 굽고 알맹이를 빼먹으니 패각이 한 소쿠리 쌓인다. 이렇게 버려지는 굴 패각 부산물들은 어떻게 처리될까.
  

버려진 굴패각이 갯벌을 메우고 있다. 매립 또는 적재지에 가지 못하고 버려지는 굴 패각은 수질오염원이자 경관을 해치고 주민건강을 위협한다. ⓒ 최수경

 
해조류를 제외하고 양식되는 바다 동물 가운데 패각류는 대규모 부산물을 수반한다. 이들은 대부분 처리되지 않은 채로 버려지거나 매립 또는 적재지에 보관한다. 해안가 주변에 방치되어 쓰레기처럼 쌓여있는 것을 쉽게 본다. 패각 쓰레기는 경관을 훼손하고 악취와 모기 등 건강에 위협이 된다. 부패한 유기물질이 바닷가로 떠내려가 수질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폐기 처리 위주 산업구조를 재활용 중심으로 전환
  

일본 사가현 가라스시 지역의 굴단지. 마을 어디를 찾아봐도 굴패각이 쌓여있거나 버려진 모습을 찾지 못했다. 일본은 굴 패각을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관리가 이루어지면서 산업화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이용되고 있다. ⓒ 최수경

 
해양수산부는 2022년 7월 제1차 수산 부산물 재활용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수산 부산물 관련 최초의 법정 기본계획으로 2027년까지 수산부산물의 재활용률을 현재 19.5%에서 3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분리배출 체계를 갖추고 양식 과정에서 플라스틱 코팅사(굴, 홍합 등을 매달아 수중에 양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플라스틱으로 코팅된 로프)가 섞여 다른 부류에 비해 재활용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패류 껍데기에 대한 전처리 시설을 확충하도록 했다. 또한 전처리를 거친 패각류를 석회석 대체제 등 재활용제품으로 제조하는 자원화시설을 확충하도록 했다.
 

일본 사가현 가라쓰시의 작은 어촌마을에서 석굴을 까고 있다. 우리나라 굴까는 도구인 조세와 생김새가 다르다. ⓒ 최수경


굴 껍데기를 활용해 자연 해안선을 조성하고 바다 숲 조성 기반이 되는 인공어초 제작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연안의 기후 적응력과 온실가스 흡수력을 제고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다.

또한 지금까지 폐기 처리 위주였던 산업구조를 재활용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탄소배출권 거래 지원, 수산 부산물 처리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했다. 부산물 발생 시기에 맞춰 권역별, 대상별로 찾아가는 설명회를 개최해 수산자원 전주기 순환이용에 대한 교육 및 홍보도 확대할 계획이다.
   

태안군 소원면 소근진성 안의 마을주민들이 굴을 까고 있다. ⓒ 최수경

 
인간이 해양생태계의 생태적 요소들을 삶의 자원으로 끌어들일 때는 자연을 인식하는 눈이 있었다. 오랜 시간 성장패턴을 이해하고 지역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고유한 문화의 눈이자, 자연 속에서 축적한 경험에 근거해 동식물과 생태계와 사회를 인식하고 생존 활동을 하는 전통지식이다.

현재 전통적 지식체계가 아닌 해양을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바다생물을 집약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단기적인 자본 이익이 높아져 자본주의 공간으로 변한 해양은 갈수록 생태공간의 건강성이 우려되고 있다. 생태적 위험과 위험의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부정적 환류를 최소화하는 노력은 범정부 차원뿐만 아니라 개인의 욕망도 들여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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