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2.22 15:48최종 업데이트 23.02.22 15:48
  • 본문듣기

2020년 12월 29일 한 중학생이 평소 온라인 재택 수업을 하는 자신의 방 책상 앞에 앉아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동작인 '덕분에 챌린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열화상 카메라의 측정 온도가 사람의 평균 정상 체온인 섭씨 36.5도를 가리키고 있다(자료 사진). ⓒ 연합뉴스

 
2년 전부터 수어를 배우고 있다. 수어를 배우며 농아인들과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적 약자'라는 사회의 시선이 무색하게 모두 삶의 활기가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사회는 그들이 맘 놓고 살아가기 힘든 곳이었다.

자가 격리가 철저하던 때 코로나에 확진됐던 농아인을 만났다. 비장애인에게도 힘든 격리인데, 그들에겐 오죽했을까. 의사 한 번 만나기, 약 한 번 타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때뿐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불편과 핀잔을 감수하지 않았던 날을 손에 꼽는다고 했다.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삶을 조명하고자 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기로 했다. 직접 묻고, 듣고, 썼다.

2022년 4월 처음으로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를 담은 기사를 실었다. 나만이 알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고 혹은 알려고 하지 않았던 이야기였다. 그렇게 언론사 <오마이뉴스>의 '신인 시민기자'가 됐다(해당 기사 : "전화 진료 못 받는 우린, 코로나 걸리면 어쩌죠?" https://omn.kr/1yc5y ).

전문가만이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생각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가 있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시민기자'는 허황된 말이라고 생각했다.
 
'기자는 전문직이다. 기자란 취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을 알리는 사람. 전문성을 가지고 정치‧경제‧사회의 단면을 깊숙이 파고들며 공익을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전달해야 한다.'

일반 시민들이 어떻게 그런 기자가 될 수 있나. 그들은 정·경계에 닿을 수 없고, 권위자들에게 물을 수 없다. 전문성을 보장할 수 없는 시민들이 기자로서 기사를 쓸 수 있다고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시민기자가 돼 보고 알았다. 학문적이고 전문적인 분야만 기사화 될 필요는 없다. 그런 기사들은 이미 넘치도록 보도되고 있다.
 
'기자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사실을 알리는 사람.'

오히려 온 세상이 집중하는 중대한 것들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부분을 보여주는 것이 시민기자들이 가진 역할이자, 능력이었다.
 

전문가만이 기사를 쓰는 것은 아니다. ⓒ pexels

  
시민기자의 전문 분야는 '일상'이다. 살면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사건, 알고 있다면 사는데 득이 될 사소한 사실들. 다채로운 현실을 겪은 시민들이 직접 그 이야기를 전한다. 헌옷 수거함에 옷을 잘못 버렸을 때 어떻게 찾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관련 기사),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다 실제로 돈을 아낄 수 있었던 이야기(관련 기사), 버스 요금이 부족했을 때 버스 기사에게 받은 배려로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관련 기사). 이는 어떤 학문 지식을 갖춘 기자도 전문가도 대신 전할 수 없다.

시민들은 자기 삶의 전문가다. 사회를 구성하는 건 모든 시민이고,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야말로 사람들이 알아야 할 사회 이슈다. 특별한 취재는 필요 없다. 어떤 취재 방법을 동원한 기사일지라도 당사자가 직접 말하는 이야기보다 구체적이고 사실적일 수 없을 것이다.

어느 사회부 기자가 실제 학교에 종사하는 선생님보다 초등교직의 실태를 잘 전할 수 있을까. 자신이 겪은 삶을 서술하는 것만으로 전문성과 사실성 그리고 진정성 있는 기사를 쓸 수 있다.

기자는 전문직이고, 시민들은 모두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에는 5000만 국민이 살고 있고, 이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다.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다. 그래서 직접 쓰는 것이다. 이것이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기사가 될 수 있는 이유다.

더 많은 시민기자를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 pexels

 
일상 전문 기자들을 위한 창구를 내어준 <오마이뉴스>에 감사하다. 하지만 시민기자의 일원으로서 생각건대, 더 많은 시민기자가 활발히 활동하기 위해선 <오마이뉴스>의 지원이 필요하다.

우선 아직 자신이 직접 쓸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 <오마이뉴스>는 모든 사람이 스스로 기자가 될 수 있음을 더 알릴 필요가 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모든 이야기가 기사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쓴다는 사실 자체에 부담을 가진다. 혹은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어떻게,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어렵다.

이런 '신입 시민기자'를 위해선 경력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말을 체계적으로 풀어나가 효율적으로 전할 수 있도록 기자로서 글쓰기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길 바란다.

'오마이뉴스 기자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지금의 운영 방식은 시민기자를 활성화 하기에 부족함이 많다. 보다 주기적이고 다양한 연령대가 수강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고 더욱 적극적인 홍보가 있어야 한다. 또한 더 많은 사람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비 조정 역시 논의해볼만하다. 이렇게 <오마이뉴스> 내부적으로 기사 작성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해준다면 "모든 시민이 기자"가 될 날은 더 빠르게 다가올 것이다.
  
아직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말에 어폐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들에게 한 번쯤 '사는이야기'이 기사를 읽어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끝으로, <오마이뉴스>가 올해로 창간 23주년 맞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2000년생 동갑내기로서 창간 기획에 글을 실을 수 있어 영광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