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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호는 1972년 유신쿠데타 직전 <통일문제연구협회 취지문>을 발표했다. 박 정권이 남북문제를 빌미삼아 모종의 체제변혁을 기도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협회'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자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통일문제 연구협회 취지문 

우리는 오늘도 하나의 단일민족이 두 개의 대립체제로 말미암아 남과 북에서 각각 이질적 생활을 영위하지 않을 수 없는 역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언과 더불어 대두한 소위 분극지배 원칙은 불행히도 이 땅에 적용되어서 벌써 4반세기가 되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문제를 위요한 오늘의 국제정세는 과연 어떠한 것일까.

이념상으로나 지역상으로 나타난 이해 당사국인 미·소·중공 및 일본 등이 제 나름대로 자국 실리주의를 위주로 한 협상행위야말로 자칫하면 우리 한국문제가 우리 민족의 의사와는 거의 무관한 방향으로 처리될 위험성마저 농후한 현 단계에 우리는 서 있다.

이같이 국제적으로 미묘하게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 마당에서 우리 한국문제가 타국에 의하여 어떻게 되어도 무관하다는 방관적 태도가 혹은 어떠한 사대주의, 사고방식에 휩쓸리는 자세야말로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런고로 한국통일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에 관하여 좀 더 적극적이면서 민족주의 세력의 결집이 오늘처럼 거족적으로 요청되는 때도 또한 없을 것이 아닌가. 

회고하면 지금까지 우리는 한 번도 국민에 의한 토론과정에서 통일문제를 추구한 바 없었다. 그동안의 통일론이 있었다면 그것은 어떤 소수의 정치집단이나 정치권력층이 그들의 지위보존이나 정권유지를 달성하기 위한 일방적인 통일구호만을 외쳤을 뿐 국민 각계각층의 통일의사를 집약하고 이것을 정책화한 사실은 거의 없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역사적 현실 속에서 통일사업에 저해되는 반민족적 제반 요소를 제거하는 동시에 국민 전체의 참여 속에서 우리 민족주체세력을 구축하고 남북통일 방안을 연구 모색하려 한다. 

이리하여 우리 민족의 공통된 통일의식을 확립하고 나아가서는 이것을 국제적으로 여론을  환기시킴으로써 우리 민족의 염원인 남북통일 실무를 촉진하는데 순수한 국민운동을 전개하려 한다. 

우리가 통일문제연구협회를 결성한 의도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원컨대 분단된 민족과 조국강토를 되찾기 위하여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본 취지에 찬동하시와 적극적인 참여 있기를 충심으로 빌어마지 않는다. (주석 2)


주석
2> <자료집 03>.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월파 서민호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서민호, #월파_서민호평전, #월파서민호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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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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