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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출범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지난 2022년 7월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지난 2013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출범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지난 2022년 7월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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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원장 조기조)의 간부가 도박중독자 가족의 민감한 개인정보와 관련된 발언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했음에도 승진을 거듭하자 도박중독자 가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8월 당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현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서울센터 재활팀장 A씨는 도박중독자 가족들이 참여한 '가족 회복모임 연결고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도중 도박중독자 아들을 둔 B씨를 향해 언성을 높이며 "어렸을 때부터 계속 부부싸움이나 하고"라고 말했다. 이는 도박중독자 가족의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한국상담심리학회의 윤리규정에도 어긋난다.

그런데 이러한 개인정보 유출 발언에도 불구하고 A팀장은 이후 정선도박문제회복센터장(2021년)과 재활치유본부장(2022년)으로 승진했다. A팀장은 "(부모의) 부부싸움, 맞벌이, 이혼 등으로 인해 (자식들이) 도박중독으로 전환된다는 보편적인 얘기를 한 것이지 특정한 분을 지칭해서 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개인정보 유출을 부인했다. 하지만 B씨는 A본부장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도박관리문제센터는 지난 2013년 8월에 '사행사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근거해 설립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지난 2022년 7월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지난 2020년 7월까지 약 400만 명에게 도박문제 예방교육을 제공했고, 헬프라인 1336과 전국 지역센터를 통해 9만 2667명에게 상담서비스를 진행해왔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부부싸움이나 하고"... "개인정보 유출한 것"

B씨는 도박중독자 아들을 둔 엄마다. 그의 아들은 중국 유학 중에 우연히 마카오 도박장을 출입했다가 도박중독자가 됐다. 결국 아들은 당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상담과 치유를 받았고, B씨 부부도 도박중독자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가족 회복모임 연결고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사건은 B씨가 프로그램에 나간 지 3년쯤 되는 지난 2020년 8월 4일에 일어났다. B씨는 아들이 6번 '다시 맑음 프로그램'(도박중독자 치유 프로그램)에 참석했다고 말했는데, 당시 서울센터 재활팀장 A씨가 삿대질에 가까운 손짓을 하며 "어머니! 3번! 3번이라니까"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어 "어머니! 어렸을 때부터 계속 부부싸움이나 하고"라고 언성을 높였다. 당시 프로그램에는 15명 정도의 도박중독자 가족들이 참석한 상태였다.

B씨는 "삿대질 하면서 말을 한 것도 잘못이고, '다시 맑음 프로그램' 진행 중에 얻은 개인정보를 15명이나 참석한 자리에서 공개한 것은 더 큰 잘못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두 시간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도박중독자의 어머니로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고, 집에 돌아와도 추스릴 수 없는 감정으로 고통을 받았다"라고 토로했다.

B씨는 같은 해 8월 11일 같은 프로그램에 나가서 A팀장에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 아니냐"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 과정에서 A팀장으로부터 "어머니는 공부가 많이 되어서 프로그램에 더 나오지 않아도 되니 나오지 마라"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A팀장이 B씨에게 사과했지만 그는 A팀장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는 "심한 충격과 큰 아픔으로 사과를 받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아들도 국민신문고에 민원 제기... 센터 "상담사 태도와 관련해 불편 끼쳐 유감"
 
도박중독자 가족의 개인정보 유출 혐의와 관련, B씨의 아들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제기했고(2020년 8월 29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답변서를 통해 "상담사의 태도와 관련해 불편을 끼쳐 드려 유감이다"라고 밝혔다(2020년 9월 8일).
 도박중독자 가족의 개인정보 유출 혐의와 관련, B씨의 아들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제기했고(2020년 8월 29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답변서를 통해 "상담사의 태도와 관련해 불편을 끼쳐 드려 유감이다"라고 밝혔다(2020년 9월 8일).
ⓒ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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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서울센터장과 면담하고, 원장에게는 민원서신과 친필서신, 사건경위서 등을 보냈다. 민원서신에서는 A팀장이 프로그램 진행 도중 했던 문제의 발언을 전하면서 "이는 개인인성의 문제이자 센터 내부인력관리의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B씨는 "인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분에게 상담을 받아야 하는 것은 도박중독자와 가족에게는 상당한 아픔이 되는 문제다"라며 "도박중독자와 가족에 대한 배려가 없고 전문가 윤리를 상실한 분들이 센터에 존속하는 것은 센터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B씨의 아들도 '국민신문고'를 통해 직접 민원을 제기했다(2020년 8월 29일). 그는 "제가 알기로는 개인정보 등 사적인 내용까지 남들한테 공개하면서 모임을 운영하는 방식이 아닌데 삿대질까지 하며 망신이라는 망신을 다 주고 상처만 받고 나왔다"라며 "어머니는 그것으로 상처를 받으셔서 지금까지 집에서 우시고 계신다, 저희 어머니가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받아 정말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센터을 운영하는 게 맞는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자격도 안되는 상담사가 팀장으로 있는지 정말 말이 안나온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답변(2020년 9월 8일)을 통해 "집단프로그램 진행시 상담사 태도와 관련해 불편을 끼쳐 드려 유감이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좀더 친절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임할 것을 상담사들에게 당부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아울러 개인정보 및 비밀보장의 원칙에 대해 다시 한번 교육하는 등 도박문제 상담의 서비스 개선을 위해 조치하였음을 알려드린다"라고 덧붙였다.

B씨나 그의 아들은 '개인정보 유출'이라고 주장한 반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상담사의 태도문제'로 판단한 것이다.

1급 치유재활본부장으로 승진... "있을 수 없는 일"

이렇게 개인정보 유출건은 마무리되는 듯싶었다. 하지만 A팀장이 지난 2021년 2월에 문을 연 정선도박문제회복센터장으로, 2022년 5월에는 치유재활본부장으로 연달아 승진했다. 상담원으로 입사해 예방교육과장, 예방치유팀장, 재활팀장을 거쳐 정선센터장에 이어 1급인 치유재활본부장까지 승승장구한 것이다. 

원장 바로 아래 직책인 협력지원본부장과 치유재활본부장이 1급인데, 치유재활본부장이 핵심보직이다. 치유재활지원팀과 지역지원팀, 헬프라인, 중앙센터, 정선센터 등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핵심조직들을 총괄하기 때문이다.

이에 B씨가 반발하고 나섰다. B씨는 "상담의 기본윤리는 개인정보를 지켜주는 것인데 공개프로그램에서 개인정보를 유출한 분이 승승장구해서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운영을 총괄하는 본부장이 됐다"라며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우리 아들 같은 도박중독자들의 아픔에서 나온 돈으로 운영한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를 촉구했다.

한국상담심리학회 윤리규정 "내담자의 사생활과 비밀이 보호돼야"
 
한국상담심리학회 윤리규정은 "한 가족 구성원에 대한 정보는 해당 구성원의 허락 없이는 다른 구성원에게 공개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상담심리학회 윤리규정은 "한 가족 구성원에 대한 정보는 해당 구성원의 허락 없이는 다른 구성원에게 공개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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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B씨는 A본부장의 개인정보 유출건은 한국상담심리학회의 윤리규정에도 어긋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상담심리학회의 윤리규정에는 "상담심리사는 상담과정에서 알게 된 내담자의 민감 정보를 다룰 때는 특별히 주의해야 하고, 상담과 관련된 모든 정보의 관리에 있어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법을 준수해야 한다, 상담심리사는 사생활과 비밀유지에 대한 내담자의 권리를 최대한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규정돼 있다('5.정보의 보호 및 관리' 중 '가.사생활과 비밀보호' 항목)

이와 함께 "집단 상담을 할 경우, 상담심리사는 그 특정 집단에 대한 비밀보장의 중요성과 한계를 명백히 설명한다"라며 "가족상담에서 상담심리사는 각 가족 구성원의 사생활 보호에 대한 권리를 존중한다, 한 가족 구성원에 대한 정보는, 해당 구성원의 허락 없이는 다른 구성원에게 공개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라.집단상담과 가족상담' 항목).

A본부장 "B씨 가족 누구도 지칭한 적 없어.. 사퇴 주장은 개인적 의견일 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현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지난 2021년 12월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에 '정선도박문제회복센터'를 설치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현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지난 2021년 12월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에 '정선도박문제회복센터'를 설치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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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본부장은 지난 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부모의) 부부싸움이나 맞벌이, 이혼 등이 (자식의) 도박중독으로 전환된다는 보편적인 얘기를 한 것이다"라며 "그분을 특정해서 얘기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얘기를 한 건데 B씨 가족을 얘기한 것이라고 하면 억울하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B씨 가족 어느 누구도 지칭한 적이 없고, '프로그램에 나오지 마라'고 얘기한 적도 없다"라고 개인정보 유출 등을 부인했다.

A본부장은 "(서울)센터장이 프로그램 참여가족 의견서를 받고, 제가 그런 얘기를 했는지 안했는지 조사했다"라며 "조사해서 문제가 있었다면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했겠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통보해왔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의자에 비스듬하게 앉아서 손짓 한 것 등 제 태도에 대한 불편감이 있었던 것에 대해 원장으로부터 구두경고를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B씨에게 사과했다는 것과 관련, A본부장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사과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분을 불편하게 한 것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을 안했는데 그것을 사과하겠나?"라고 거듭 개인정보 유출을 부인했다.

특히 고속승진한 것과 관련, A본부장은 "제가 정선 출신이고, 재활치유 경험이 있고, 조직에서 저를 필요하다고 하니까 정선센터장으로 갔다"면서 "또 조직이 재편되면서 지난해 5월 본부장으로 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정보를 유출했으면 (승진이 아니라) 견책, 정직 등의 징계를 받았을 것이다"라며 "내부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이라고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B씨의 사퇴 주장에는 "개인적 의견일 뿐이다"라고 일축했다.

태그:#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상담심리학회 윤리규정, #재활치유본부장,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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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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