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국제다큐영화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선임된 장해랑 전 EBS 대표

DMZ국제다큐영화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선임된 장해랑 전 EBS 대표 ⓒ EBS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아래 DMZ영화제) 장해랑 전 EBS 대표가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영화계 인사들은 "12일 이사회가 열렸고, 장해랑 신임 집행위원장 임명 건이 통과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 독립다큐영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DMZ영화제 위원장으로서는 맞지 않는 낙하산 성격이 다분하다는 것이 영화계의 중론이다. 방송 프로듀서로서 다수의 요직을 거쳤으나 독립다큐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인사로 영화제 정체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DMZ영화제 집행위원장 방송계 인사 내정? 영화계 우려)

DMZ영화제를 지원해온 한 영화계 관계자는 "DMZ영화제의 특성에 비춰볼 때 좋은 선택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장해랑 신임 위원장은 KBS 비서팀 팀장, KBS 프로듀서 연합회 회장을 거쳐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9월 한국 교육방송공사(EBS) 사장에 선임돼 2018년 12월까지 재임한 방송계 인사다. 2013년 재즈 1세대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문글로우>를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EBS 사장 재임시 내부의 신뢰를 얻지 못해 전임자의 잔여 임기만 채운 뒤 연임하지 못하고 물러나기도 했다. 사실상의 불명예 퇴진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EBS 지부는 장해랑 사장이 'EBS 수도권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한 송신 설비 구축 비용'의 4분의 1을 EBS가 부담한다는 내용의 '수도권 지상파 UHD 지원에 관한 합의 각서'에 비밀리 서명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연임거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국회에서도 여야를 불문하고 장 사장 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2017년 7월 고 박환성, 김광일 독립PD가 EBS <다큐프라임-야수의 방주> 촬영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도 책임감 있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EBS 사장 취임 전에 발생한 사고였다고 해도 당시 장해랑 사장 취임 후 독립 PD들은 사건이 잘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독립PD의 죽음이 열악한 제작환경과 방송사의 불공정 계약 때문이라는 것이 한국독립PD협회의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이 문제가 해결된 것은 장해랑 사장이 물러난 이후인 2020년이었다. 당시 EBS 부사장이 두 PD의 묘소를 참배하고 추모 특집 주간을 마련하면서 한국독립PD협회 등은 EBS의 사과를 공식 수용했다.

독립PD들이 열악한 현실을 딛고 독립다큐 제작 일선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것에 비춰볼 때, 국내 대표적인 DMZ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독립PD들의 문제제기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던 인사라는 점은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영화산업에 중요한 영화제 특성에 맞지 않는 데다 이미 은퇴한 것과 다름없는 방송계 인사를 경기도가 DMZ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선임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 

최근 일부 지자체들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영화제 독립성 침해 논란은 관료적 사고에 의해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예술의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 
DMZ다큐영화제 장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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