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권영길 방배추 단병호 이수호 선생이 베를 올리고 잇다.
▲ 제를 올리는 참가자들 권영길 방배추 단병호 이수호 선생이 베를 올리고 잇다.
ⓒ 신유아

관련사진보기


2월 11일(토) 오전 11시 문화 예술 노동 통일 청년 빈민 인권 학술 법조 등 노동자 민중 300여 명의 새뚝이들이 마석모란공원 백기완 선생 2주기 추도식에 모였다.

거꾸로 가는 세상에 백기완 선생의 따끔한 한 말씀 불호령이 더욱 그리운 이들이 모인 것이다. 비나리와 진도북놀이에 이어 소리꾼 최은희가 묏비나리 창을 선생과 모인 이들에게 들려주었다.

이은 노나메기 재단 이사의 사회로 시작된 추모식은 민중의례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문을 열었다. 신학철 재단 이사장, 명진스님 재단공동후원회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이삼헌 춤꾼이 추모춤을 추고 있다.
▲ 춤꾼 이삼헌 이삼헌 춤꾼이 추모춤을 추고 있다.
ⓒ 신유아

관련사진보기

 
이삼헌 한국민속춤협회 춤꾼의 춤이 임을 위한 행진곡에 맞춰 선생 앞에 올려졌다.

백기완의 생전 연설 모음 육성이 들릴 때 모두 따끔한 한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새롭게 투쟁의 결기를 다졌다.

이도흠 노나메기민중사상연구소 조장의 '기죽지 마라 우리가 백기완이다' 추모집 헌정 후 각계 대표 새뚝이들의 다짐이 이어졌다.

유족 김정숙 여사는 평소 백기완 선생과 즐겨 부르던 고향땅이라는 동요를 부르며 선생과의 시간을 되새겼다.
  
 새뚝이들이  선생과 사진을 찍었다.
▲ 선생님과 함께  새뚝이들이 선생과 사진을 찍었다.
ⓒ 신유아

관련사진보기

 
백기완 선생의 추도식은 단순히 고인을 추모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새뚝이들이 백기완 선생 무덤 앞에 모여 백기완 선생의 따끔한 한 말씀 불호령을 듣고 다시 일어서는 자리였다.

선생은 주눅들어 있는 투쟁 현장 노동자에게 '기죽지 말라우!'라고 소리치시는 듯했고, 춤군에게는 "딱 한 발 떼기에 목숨을 걸지 않으면 중심이 안 잡힌다'고 알려주시는 것 같았다. 
  
 만장이 휘날리고 있다.
▲ 만장  만장이 휘날리고 있다.
ⓒ 신유아

관련사진보기

 
주저하는 이들에게는 '눈깔을 똑바로 뜨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생명 아닌 것과 싸우라'고 외치시는 것 같았다. '썩어 문드러진 자본주의의 판을 깨고 노나메기 사람 세상을 만들라'고 불호령을 하시는 듯했다. 

그리운 백기완의 불호령은 거꾸로 가는 시절에 '주어진 판을 깨고 새판을 짤' 힘과 용기를 준 자리였다.
  
송경동 시인이 유작시' 젊은이여'를 낭송하고 있다.
▲ 유작시를 낭송하는 송경동 송경동 시인이 유작시' 젊은이여'를 낭송하고 있다.
ⓒ 신유아

관련사진보기

 
송경동 시인이 낭송한 백기완 선생의 유작시 '젊은이여'는 새뚝이들에게 주신 따끔한 한 모금이자 따뜻한 위로였다.

젊은이여 - 백기완

나는 어려서 이른 아침부터 남들은 학교가느라
바쁜 밝은 새 아침이 그렇게도 싫었다.
아무 데도 갈 데가 없는 나는 트릿한 날, 눈보라라도
몰아치면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거기서 높은 나무일수록 거센 바람을 먹거리로
삼고 자란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젊어서 곧게 난 들길을 혼자 걷기를
그리 좋아했다 거기서 남들이 낸 들길은 끝이
있다는 것을 보고, 따라서 내가 가야 할 길은
내가 내야 한다는 것을 깨우쳤기 때문이다

젊은이여, 모래는 그것을 움켜쥐면 쥘수록
도리어 손아귀에서 다 빠져나간다는 것을 아는가
하지만 말일세, 망치와 쟁기는 그것을 움켜
쥘수록 힘이 가나니

젊은이여, 이참 그대들의 손아귀엔 무엇이
쥐어지고 있는가. 명예? 돈? 권력? 안정?
고수준의 수입? 아닐세 그것들은 움켜쥐면 쥘수록
그대들의 손아귀를 빠져나가는 모래. 허무라

야망보다는 이상. 삶보다는 역사적 실천.
그 실천을 위한 알기(주체)가 되어 뚜벅뚜벅
이 썩어문드러진 세계를 가로 지르시라


백기완 선생 2주기 추모행사는 15일 추모문화제, 22일 추모산문집 출간 이야기 마당으로 이어진다.

태그:#백기완 선생 2주기 , #백기완 노나메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