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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 통밀 캄파뉴를 굽는 곳이 많지 않다.
▲ 캄파뉴 우리밀, 통밀 캄파뉴를 굽는 곳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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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MBC '놀면 뭐하니?'에서 전국 간식 자랑을 했다. 찹쌀도넛 콩국, 콩나물 어묵, 김밥 튀김, 물라면, 울산 쫀드기와 디스코 어묵, 비빔밥 고로케, 비빔밥 와플, 김밥쌈, 염통 코치. 이름도 내용도 범상치 않았다. 간식도 평범을 벗어나야 방송을 탈 수 있다고 여겼다. 출연진들이 간식 찾아 동분서주할 때 방에 앉아 평범하게 빵을 먹고 있었다. 초저녁 간식이었다.

TV가 문화의 종합선물세트임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전국이 간식으로 들썩였다. 집 앞 분식집도 다시 보였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유명세를 탄 것도 좋지만 내가 즐기는 나만의 간식을 소개해도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

유명하지 않은 '나만의 간식'

시민기자로 이름을 올리고 몇 꼭지의 글을 실었다. 글쓰기는 늘 힘들다. 초저녁 시작하여 새벽녘이 다 되어야 끝날 때도 있다. 때를 거를 쓸 때도 있다. 간식은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프랑스에서는 법률로 정한다. 밀가루, 물, 이스트, 소금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이름만 바게트인 것을 파는 곳도 있다. 잠봉뵈르로 먹을 때 제일 맛있다.
▲ 바게트 프랑스에서는 법률로 정한다. 밀가루, 물, 이스트, 소금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이름만 바게트인 것을 파는 곳도 있다. 잠봉뵈르로 먹을 때 제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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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게트를 즐겨 먹는다. 귀촌한 후에 통밀 캄파뉴 굽는 곳을 찾기 힘들어서다. 기분에 따라 먹는 법이 다르다. 그날은 소금이 곁들이었다. 봄바람에 날리는 벚꽃처럼 소금을 뿌리고 들기름을 찍어 먹는다. 최근에 배웠는데 아주 신박하다. 담백하기도 하고, 고소하기도 하고, 맛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 음료는 묻지마 '초메리카노'다.

신이 내린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신이 내린 과일, 신이 내린 곡물, 신이 내린 권력... 그중 원조는 신이 내린 음료는 식초가 아닐까 싶다. 반만년 인류와 함께하며 지대한 공헌을 했다니 그리 불러도 되겠다.

노벨 생리 의학상도 3회 수상했다. 간단하게, 우리 몸에 두루두루 여기저기 골고루 별 탈 없이 좋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잘 안 먹는다. 이유는 '맛, 없, 어, 서. 다.' 맛만 있으면 다 용서가 되는데, 그래서 초메리카노다. 건강에도 좋고, 여러 가지 맛으로 변화도 줄 수 있어 가까이 한 지 오래다. 특히, 빵과 함께라면. 커피 또는 밀크티가 제격이라지만 이만한 것도 찾기 힘들다.

식초라도 다 같은 식초는 아니다. 소주를 증류식과 희석식으로 나누듯, 합성식초와 양조식초로 구분한다.

합성식초는 석유에서 추출한 빙초산에 물과 조미료를 타서 만든다. 상온에서 얼어 있고 신맛이 나기 때문에 빙초산이라 부른다. 치킨 먹을 때 따라오는 무절임이나 냉면에 넣는 것이 대개 여기에 속한다. 신맛이 나서 식초라 부르지만, 무늬만 식초인 셈이다.

양조식초는 발효식초의 다른 이름으로 주정발효식초와 자연발효식초로 나뉜다. 모든 발효는 다 천연이니 천연이라는 용어에 현혹되지는 말자.

주정발효식초는 에탄올에 초산균을 넣어 속성으로 발효시킨 것이다. 아세트산(초산) 외의 유기산의 함량이 적어 신맛은 강하고 풍미는 약하다. 사과나 현미 농축액을 넣고 발효시켜 사과식초, 현미식초를 만든다.

자연발효식초는 과일이나 곡류 등을 오랜 시간 발효시켜 만든다. 당이 발효되어 술이 되고, 한 번 더 발효하면 식초가 된다. 발효와 숙성의 과정을 거치면서 영양도 향도 풍성해진다.

식초라고 불리려면 아세트산, 구연산, 아미노산, 주석산 등 유기산 등을 합한 총산의 함량이 4% 이상이 되어야 한다. 아세트산은 신맛을 기타 유기산은 다양한 풍미를 낸다.

예외 없는 법칙 없듯이 식초에도 예외가 있다. 감식초는 총산이 2.6% 이상이면 된다.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홍길동도 있지만 반짝인다는 이유만으로 불이 되는 도깨비 불도 있다. 감 농가의 애환과 식품 당국의 고뇌가 담긴 수치다.

세계 3대 식초라 하면 흔히 이탈리아의 발사믹 식초, 미국의 사과식초, 일본의 흑초를 꼽는다. 홍초는 붉어서 홍초가 아니다. 모 식품회사의 상표 명이다. 흑초와 사과초는 요리에, 이탈리아어로 향기가 좋다는 뜻인 발사믹초는 올리브유와 함께 빵에 잘 어울린다.

초메리카노 맛있게 만드는 법
 
생수에 식초를 넣었다. 서너 배로 시작하면 적당하다. 기호에 따라 늘리고 줄인다.
▲ 초메리카노 생수에 식초를 넣었다. 서너 배로 시작하면 적당하다. 기호에 따라 늘리고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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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초메리카노의 기준은 온몸을 전율시키는 짜릿한 새콤달콤함이다. 원두가 좋아야 커피가 맛이 좋듯, 식초가 좋아야 초메리카노도 맛있다. 형편에 따라 둘 중 하나를 준비한다. 평범하게 또는 또는 고급스럽게.

먼저 평범함. 마트에서 구입하면 된다. 자연발효식초라고 해도 착 감기는 맛은 없다. 당분이 알코올 발효로 술이 되고, 다시 초산발효를 통해 식초로 변하기 때문에 단맛이 없어서다. 이 때문에 과일즙 과당 올리고당 등을 배합한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된다. 덜 익은 과일처럼 제대로 된 맛이 안 나지만 그래도 먹을 만하다.

다음은 고급스러움. 그리 어렵지는 않다. 이곳저곳 뒤져보면 설탕에 담갔던 이런 효소, 저런 청이 제법 있다. 건강에 좋을 듯하여 많이도 담았는데, 너무 달고 맛도 없어 몇 번 먹은 후 내버려 둔 것들을 심폐 소생시키는 방법이다. 동일한 양의 발효식초를 붓고 상온에 보름 정도 두면 맛있는 식초로 변신한다. 시간과 수고로움이 맛을 만드는 셈이다.

아메리카노 커피처럼 입맛에 맞게 식초를 물에 희석한다. 과일 음료에 넣으면 품격이 한 단계 상승한다. 얼마의 비율로 희석하라고 정해진 건 없다. 기분 따라, 취향 따라, 곁들임 따라 즐기면 된다. 더운 여름날 얼음 띄워 한 잔 들이켜면 새콤달콤 시원 상큼한 게 온몸이 짜릿짜릿하다.

따스하게 즐겨도 된다. 뜨겁게 말고 따끈하게. 커피가 암을 유발한다고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유난스러워 알아보니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 때문이란다. 65도 이상의 커피나 차를 많이 마시면 식도암 발병률이 높다고 한다. 뜨거운 국물을 먹고 시원하다고 말하는 우리 식성에는 반갑지 않은 말이다.

매장에서 제공되는 뜨거운 커피 온도가 대개 80도를 넘는다니 그 주장대로라면 발암물질이 맞다. 이러하니 핫 초메리카노도 따끈하게! 더 중요한 이유는 모든 발효 유익균은 60도가 넘으면 사멸하기 때문이다.

빵과 함께가 아니라도 즐겨 마신다. 기분 우울할 때, 당이 떨어졌을 때, 자극이 필요할 때 아주 좋다. ​꽃잎 한 장이라도 띄우면 분위기는 급상승한다.
 
작년 가을 귀농학교 동기 농장에서 찍었다. 천 가지 효능이 있다고 한다. 널리 알려지지 않아 찾는 이가 별로 없다.
▲ 천년초 작년 가을 귀농학교 동기 농장에서 찍었다. 천 가지 효능이 있다고 한다. 널리 알려지지 않아 찾는 이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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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천년초로 만든 걸 자주 마신다. 귀농학교 동기가 재배해서다. 작년 겨울 초입에 따와서 효소를 담갔다. 천년초선인장(千年草仙人掌)이 본래 이름이라 한다. '신선의 손바닥'이라니 범상치 않은 이름이다. 천 가지 효능이 있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만난 백년초와는 사촌지간이다. 기분 탓인지 종종 기운이 넘칠 뻔해 당황할 때가 있다.

이름도 지었다. '침어낙안(侵漁落雁)'이라고.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잊어 물에 빠지고 기러기가 날개 치는 것을 잊어 땅에 떨어질 정도로 맛과 향이 화사해서다. 신이 내린 음료가 맞다.

다른 분들은 어떤 간식들을 즐기시는지. 전국 간식 자랑이 아닌 '나만의 간식 자랑'이 궁금해진다. 천하의 오마이뉴스, 자랑스러운 시민기자의 멋스러운 간식 이야기 릴레이를 펼쳐보는 것도 좋겠다.

댓글은 언제든 환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내용을 약간 바꾸어 화순매일신문에도 실립니다. 네이버블로그(cumpanis. 쿰파니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쿰파니스, #초메리카노, #천연효모종, #천년초, #화순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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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파니스'는 함께 빵을 먹는다는 라틴어로 '반려(companion)'의 어원이다. 네이버 블로그(cumpanis) <쿰파니스 맛담멋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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