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수 최고의 농사꾼 윤채동씨는 빨간 딸기가 돈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수 최고의 농사꾼 윤채동씨는 빨간 딸기가 돈으로 보인다고 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여수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윤채동씨를 지난 9일 주삼동에서 만났다. 한국 나이로 올해 71세라는 농부는 요즘 치솟는 난방비 질문에 대해 답변에 앞서 한숨부터 내쉰다. 시설원예 농가인 이곳 또한 고유가의 파고를 피해가기 어려운 게 현실.

난방비 폭탄에 시름 깊어진 딸기 재배 농가

난방비 폭탄에 윤씨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토마토보다 비교적 저온 작물인 딸기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은 나은 편이지만 하우스 내부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밤낮으로 난방을 해야 한다. 그러니 치솟는 난방비 부담에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면세 실내등유 전국 평균 가격은 리터당 1,297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 이후 오르기 시작해 1,300원대를 넘어 일부 지역은 리터당 1,400원에 판매하는 곳도 있다.
 
딸기재배 시설 하우스다. 윤채동씨는 지난해부터 딸기재배를 시작했다고 한다.
 딸기재배 시설 하우스다. 윤채동씨는 지난해부터 딸기재배를 시작했다고 한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딸기 농사일에 대해 "별로 자랑할 게 없어요"라던 그도 이제 나이가 들어 농사일이 힘에 부쳐서 지난해부터 몸집이 가벼운 작목 딸기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다음은 윤채동 농부와 일문일답.
 
- 기름값 올라 힘드시죠. 난방비 지출이 지난해보다 얼마나 늘었나요?

"예년에는 기름 리터당 가격이 보통 900원에서 1천 원이었는데 올해 초에는 1400원까지 했어요. 지금 인하가 돼 1200원 정도 합니다."

농사일 힘에 부쳐 토마토에서 딸기로 작목 전환
 
딸기는 고설베드에서 양액 재배를 한다. 딸기가 주렁주렁 열렸다.
 딸기는 고설베드에서 양액 재배를 한다. 딸기가 주렁주렁 열렸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 토마토 농사짓는다고 하던데, 딸기로 작목 전환을 했군요.
"글쎄요, 이제 농사일이 하도 힘이 드니까 1년 전에 토마토에서 딸기로 바꿨어요. 딸기는 일단 무게가 가볍잖아요. 힘이 적게 들까 해서 했는데 더 바쁘고 일도 더 많아요."

- 그러면 예전에 처음 시작한 작목이 뭐예요?
"꽃 농사예요. 백합과 국화 농사를 한 20년 짓다가 10년 전부터 토마토를 재배했지요."

- 농사짓는 분들은 판로가 제일 걱정이라고 하던데요.
"여수농협에 로컬푸드가 개설되면서 소득 작목으로 전환해서 생산량의 90% 이상을 미평로컬푸드에서 판매를 하고 있어요. 현재 재배하는 작목은 딸기 외에도 토마토와 오이, 무, 등이 있어요."

- 농부님은 자신의 인생에서 딸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키우는 딸기는 밥줄이고... 저의 생활 수단이지요."

- 딸기가 주렁주렁 열려 빨갛게 익어갈 때의 기분은 어때요?
"돈으로 보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제가 농사를 시작할 때는 그런 서정적인 감정을 많이 가지고 시작을 했는데 어느 정도 농업에 종사하다 육체적으로 힘이 드니까 어떤 정서적인 감성이 다 메말랐어요."

애써 키운 농산물 그냥 안 준다고 서운해하는 사람들 난감해
 
윤씨 아내가 딸기를 크기별로 선별 포장 용기에 한알 한알 정성으로 담는다.
 윤씨 아내가 딸기를 크기별로 선별 포장 용기에 한알 한알 정성으로 담는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 농사일하시면서 난처했거나 힘들었던 기억은요.
"난처한 이야기요? 그러니까 농원 경영하다 보면 지인들도 오고 방문하는 분들도 많아요. 우리가 키운 생산물을 안 주면 안 준다고 서운해하고 그러는데... 이거(딸기)는 직장생활 한 사람들의 봉급과 똑같아요. 그분들에게 우리가 가서 '봉급 탔으니까 용돈이나 좀 달라' 이렇게 말할 수가 없는 거와 똑같은 논리인데도 이 농업 생산물 자체를 그렇게 생각하시더라고요."

- 작물(딸기)을 함부로 대하는 분들이 가끔 있다면서요.
"그게 제일 싫어요, 우리 집사람이 그걸 제일 싫어합니다. 딸기도 아무나 와서 함부로 따고 그러면 싫어합니다."

- 토경재배가 아닌 높은 시설에서 키우는군요.
"베드재배라고 하고 양액 재배라고도 하지요. 고설베드 양액재배가 정확하죠. 딸기 출하는 보통 12월 초나 중순부터 시작합니다. 보편적으로 4월 말까지 수확이 이어집니다."

- 4개월 보름 동안 수확하면 딸기가 다른 작물에 비해 소득이 더 높겠는데요.
"조수입은 높은데 실질소득은 높지 않습니다. 총매출액은 많은데 투자 경영비를 제하고 나면 소득은 글쎄요, 토마토하고 비슷하지 않을까 그리 생각합니다."

언감생심 "여행은커녕, 365일 하루도 비울 수가 없어요"

- 농사지으면서 가장 힘드신 건 어떤 때입니까?
"휴일이 없지 않습니까, 365일 거의... 저희 같은 경우는 365일 중 360일 정도 일한다고 보면 돼요. 여행은커녕, 하루도 비울 수가 없어요. 농사일은 정성이 많이 들어가지요. 기본적으로 기술이 있어야겠지만 저는 기술보다 정성이 더 앞선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 작목 중에 딸기재배가 가장 힘들다고 그러던데요.
"제일 힘든 시기가 딸기 묘를 정식 하고 한 달여, 40일 관리가 중요하지요. 그때 딸기농사 성패가 좌우돼요. 전년도에는 딸기 농가들이 거의 실패했어요. 그래서 지난해에 유례없는 딸기 가격이 형성되었어요. 전 전년도에 가을 이상고온이 10일간 지속 되어 육묘 실패를 엄청 많이 했어요. 재배 면적이 줄어 딸기 출하량이 적다 보니까 가격이 오른 거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딸기 싫어하는 사람은 없거든요."

- 딸기 농사 800평에서 소득은 얼마?
"연 매출 최소한 8천은 나오지 않겠어요. 그게 기본이고 이제 농사 작황이 좋아 잘될 때면 한 1억 2천까지도 나오겠네요."

- 딸기 품종이 설향입니까?
"네 이건 국내에서 개발한 품종이라서 로열티가 없어요, 우리나라 딸기재배 품종 99%가 지금 설향입니다."

농사일 33년... 다시 태어난다면 '농'자 기억도 하기 싫어
 
시설하우스 3동 800평(2,645m²)에서 하루 80킬로에서 100킬로의 딸기를 수확한다.
 시설하우스 3동 800평(2,645m²)에서 하루 80킬로에서 100킬로의 딸기를 수확한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 농사일에 참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에피소드 한마디 해 주세요.
"농사일이 진짜 힘들어요. 모르겠어요, 다른 분들은 어쩔지 모르는데 저는 다시 태어난다면 농자 기억도 하기 싫은데요. 올해로 농사일 33년 됐어요, 중간에 6년 농업기술센터와 농협에서 근무했어요."

- 언제부터 딸기 출하하셨어요?
"12월 중순부터요. 지금 바쁜데 일손이 부족해 미처 작업하지 못하고 있어요. 정상적으로 따면 하루 한 80에서 100킬로 정도 수확해요."

윤씨 부부는 그동안 토마토 농사를 짓다 지난해부터 딸기로 작목 전환을 했다. 시설하우스 3동 800평(2,645m²)에서 딸기 고설베드 양액재배를 하고 있다. 년 매출은 기본 8천만 원이다. 작황이 좋을 시는 1억 2천만 원의 소득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딸기 1kg들이 한 상자의 시세는 1만 5천 원이다.

이들 부부는 딸기의 상품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온도가 낮은 아침 6시부터 딸기 따기 작업을 시작한다. 바쁠 때는 새벽 2시께까지 작업이 이어진다. 다른 과일에 비해 쉽게 짓무르는 딸기는 포장 시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부부가 딸기를 크기별로 선별 포장 용기에 한 알 한 알 정성으로 담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딸기 농사, #농사꾼 윤채동씨, #난방비 폭탄, #딸기, #농사꾼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