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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권주자로 나선 천하람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권주자로 나선 천하람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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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람 후보가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팔이'로 혼탁해졌던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권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그는 가장 늦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지금은 누구도 무시 못할 변수가 됐다. 소위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그는 소신 발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결과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의미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8일 발표된 <쿠키뉴스>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선 17.7%를 얻으면서 김기현 후보와 공동 2위를 차지했다. 같은 날 발표된 리얼미터 5차 당대표 지지도 조사에선 9.4%를 얻어 3위에 올랐다.

천하람 후보의 구상은 간단하다. 투명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어 당원과 시민의 지지를 회복하겠다는 것. 그 일환으로 그는 7일 국민의힘 비전발표회에서 당헌 8조를 개정해 '대통령의 공천 불개입' 조항을 삽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진행한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는 '공천 삼권 분립'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 자격 심사와 컷오프 ▲ 일반 경선 관리 ▲ 전략 공천을 담당하는 위원회를 따로 구성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공천관리위원회의 권한을 줄이고, 위원회 간 감시와 견제를 통해 외부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생각이다.

그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주요 내용은 '윤핵관'의 퇴진이다. 그는 명분 없이 윤핵관을 찍어내기 보다는, 소신파 신인 정치인을 키워 경쟁을 통해 윤핵관 퇴진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뉴페이스 중독'에서 벗어나 당직자나 당내 국회의원 보좌진을 등용해 "준비된 상비군으로 쓸 생각"이라는 구상도 밝혔다. 이에 더해 "윤핵관과 신인 정치인 중 누가 더 나은 지 국민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때 평가는 국민의힘 지지층에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천 후보는 논란이 되는 윤 대통령의 당무개입과 관련 "전당대회에 정말 개입하시고 싶으시면 차라리 대통령께서 대놓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했다.

이준석 전 대표의 그늘에 갇혀있다는 비판에 대해 그는 "이준석이 아니라 윤핵관의 좋은 아이디어도 채택할 거다. 아이디어에 칸막이가 어디 있나"라며 "잘하는 것을 받고, 내 것을 얹으면 되는 거다. 이준석의 장점과 천하람의 장점이 결합된 저만의 당대표 레거시(유산)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음은 천하람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

"청년팔이 할 생각 없다"

- 1986년 출생, 올해 38세로 당권주자 가운데 유일한 청년이다. 선거 전략상 청년 표에 호소할 법도 한데 그러지 않고 있다.

"당대표가 되기 위해서 나온 거지 청년 당대표가 되기 위해서 나온 게 아니다. 세대 전체를 다 포괄해야 하기 때문에 '청년팔이' 할 생각이 기본적으로 없다. 또 청년이라는 그룹 자체도 한 명이 대변하기에는 너무나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청년을 대변한다'는 과한 욕심을 부리거나 포장을 할 생각이 없다."

- 이준석 전 대표가 당에 남긴 유산 가운데, 대표적으로 PPAT(공천 자격시험)이 있다. 천하람이 당에 남기고 싶은 건 뭔가. 

"이 전 대표가 추구한 건 '발탁하는 정당'이었다. 지금의 시스템에 비해 훨씬 더 좋은 사람을 잘 발탁했다. '나는 국대다' 같은 건 굉장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저는 우리 당이 '뉴페이스 중독'에서 벗어나서 사람들을 키워나가고 역량을 쌓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인데 스토리 좋다고 뉴페이스로 들어오는 건 안 된다. 긴 안목으로 인재를 키워나가는 정당으로서의 비전을 곧 선보일 생각이다."

- 공천 자격시험을 정비한 뒤 의무화하겠다고 했는데, 이 전 대표의 그늘에 갇힌다는 인상도 있다.

"몇몇 분들이 너무 이준석의 그늘로 걸어가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시는데, 오히려 그 반대의 의도였다. 이준석계라는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이준석이 아니라 '이준석 할아버지'가 한 얘기라도 좋은 아이디어는 갖다 쓸 거다. 윤핵관의 좋은 아이디어도 채택할 거다. 아이디어에 칸막이가 어디 있나. 잘하는 것을 받고, 내 것을 얹으면 되는 거다. 이준석의 장점과 천하람의 장점이 결합된 저만의 당대표 레거시가 나올 거다."

"대통령, 전대 개입하고 싶으면 차라리 대놓고 하시라"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권주자로 나선 천하람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권주자로 나선 천하람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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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당무개입 논란이 거세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당비 월 300만 원 내는데 할 말 없겠나"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전당대회 개입을 막을 근거가 마땅하지 않은 것도 사실인데.

"전당대회 개입을 정말 하시고 싶으시면 차라리 대통령께서 대놓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께서 과거 출근길 문답을 할 때 당무개입 안 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 메시지부터 거둬들여야 한다.

대통령이 카메라를 보고 국민 앞에 직접 '저와 함께 합을 맞출 당대표가 누가 되는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저도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명확한 메시지를 드리겠다'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그렇게 정정당당하게 메시지를 내셨다면 지금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오히려 더 적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꾸 신평 변호사 같은 사람이 나와서 메시지를 던지는데, 대통령실이 부인도 안 하고, 익명 인터뷰만 난무하고 있다. 정말 보기 안 좋다."

- 왜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김기현 후보를 밀어준다고 생각하나.

"김기현 후보는 총선을 대통령 위주로 치를 수 있는 아주 좋은 플랫폼이라고 대통령이 생각하시는 것 같다. 문제는, 김 후보가 당대표 선거를 시작하기 전에는 하얀색 테이블이었을지 모르겠는데, 지금 거기에 굉장히 지저분한 형태의 윤핵관 얼룩이 묻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김기현 후보라는 플랫폼이 구태의 상징처럼 느껴지고 있다. 대통령께 다시 한번 재고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 당헌 8조 개정해서 '대통령 공천 불개입' 조항을 삽입하겠다고 공약했다. 구체적인 공천 시스템에 대한 구상이 있나.

"선거를 진행하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지만, 공천권을 시스템적으로 분산시킬 거다. 공천의 삼권 분립이다. ▲자격 심사와 컷오프 ▲일반 경선 관리 ▲전략 공천을 세 기구로 나누는 것이다. 위원장과 위원이 겹치지 않게 하고, 구성하는 시기도 다르게 할 생각이다.

예를 들면 자격 심사를 맡는 위원회는 좀 더 빨리 구성을 해 위원들이 자격 심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리고 지금은 한 지역구에 그냥 단수 공천을 해버리는 식으로 사실상 전략 공천을 한다. 만약 해당 지역에 경쟁자가 있다면, 공천관리위원회는 경선 관리만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전략 공천이 반드시 필요한지는 별도의 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하겠다.

위원 구성에 있어서도 과거와 차별화할 생각이다. 우리 당 의원실의 보좌진과 당 사무처 직원들을 적극 발탁할 생각이다. 이분들은 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분들이다. 이분들이 와서 토론하고 머리를 맞대서 공천 과정에 참가하는 시스템이 될 수 있다면, 대통령이나 당대표의 공천 개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거다. 또 어떻게 보면 정치적으로도 가장 잘 준비된 분들이다. 이분들을 기존 구태를 몰아낼 때 우군이자 준비된 상비군으로 쓸 생각이다."

"공정한 공천 제도 만드는 게 핵심"

- 기본적으로 윤핵관을 퇴진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윤핵관에게 인위적으로 공천을 주지 않는다면, 이 또한 새로운 권력의 '찍어 내리기식 공천'이 아니겠나.

"만약 윤핵관을 명분 없이 찍어 누른다면, 오히려 국민들께서 천하람이 혁신이나 개혁이 아니라 윤핵관의 권력을 뺏어서 자기가 행사하는 거라고 느끼실 수 있다. 저는 윤핵관을 대체할 수 있는 신인을 키울 거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스타로 띄울 거다.

그 사람들이 정정당당하게 윤핵관과 붙어서 이길 수 있는 공정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중간 평가 제도'라든지 공정한 규칙을 만들어, 국민에게 누가 나은지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때 평가하는 국민은 국민의힘 지지층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게 말씀드린다. 역선택 같은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 윤핵관을 몰아낸다고 해도, 또 결국 형태만 다른 세력이 똑같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 아닌가.

"권력 지향적인 사람은 항상 있다. 해바라기 성향의 정치인들은 늘 있다. 중요한 건, 소신파를 키워내야 한다. 새로운 인물이라고 해서 소신파가 되는 건 아니다. 저희 당 초선 의원이나 민주당 초선 의원만 봐도 난장판이다. 소신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내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전문성을 대변해 비례 공천을 받은 의원들은 그 직후 총선에 지역구 후보로 출마 안 하겠단 서약을 받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왜냐면 바로 다음 선거가 있다고 하면 (지역구) 쇼핑하러 다니느라 자신의 전문적인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것이니까. 이렇게 할 경우 다음 선거가 아닌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정치를 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소신파 역할도 할 수 있다. 정치는 선의에 기대서 한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 망하는 것이다.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

- 최고위원 후보인 허은아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의 직을 박탈한 윤리위원회를 없애겠다고 했는데, 같은 생각인가.

"선출직에 대해서는 윤리위가 직을 박탈하지 못하게 하겠다. 직을 박탈하는 건 윤리위의 권한을 뛰어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적 정당성은 당원에게 더 크게 있다. 실제로 몰아내는 것은 당원의 동의가 있도록 하겠다."

"이준석·유승민 지지층 끌어안아야... 그분들이 윤 대통령 당선시킨 것"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권주자로 나선 천하람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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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당 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 

"저는 대통령께 '윤심팔이'를 모두에게 허하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 윤심이라고 하는 브랜드를 특정 후보에게만 부여하면 수많은 후보 그리고 그 후보의 지지층이 대통령으로부터 배제가 된다.

정치라는 건 결국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의 범위를 넓혀가는 거다. 확장의 정치가 돼야 한다. 당장 야당까지 확장하기 어렵다면, 여당 내 이준석·유승민 지지층이라도 끌어안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그 사람들 덕분에 당선됐다. 그 사람들과 전통적 지지층이 손을 잡았기 때문에 당선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을 당선시킨 분들의 지지를 다 모으는 게 첫 번째 과제다. 그러면 국정 난맥상이 대부분 해결될 것이고, 지지율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개혁 과제들을 실현할 수 있을 거다." 

- 윤석열 대통령이 잘 하고 있는 것과 잘못하고 있는 것을 하나씩만 꼽는다면. 

"잘하고 있는 건 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인다는 점이다. 제가 가장 놀랐던 게 중대선거구제 의제를 던지신 거다. 그 점을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 정치개혁을 위해서 야당과 협의하고 타협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축적한다면, 그것이 다른 개혁 과제들을 수행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점은, 너무 직구를 던지신다. 대통령의 직구는 매우 무거워야 한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말이 매번 나와선 안 된다. 매번 격노하면 무게감이 떨어진다. 대표적인 게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대통령실의 과한 반응들, 최근에 쏟아지는 안철수 후보에 대한 과한 반응들이다. '윤핵관' 단어 쓰지 마라거나 '간신배' 쓰지 말라는 말을 왜 대통령실에서 얘기하나. 이상한 데다 정치적 자본을 쓰고 있는 것이다."

- 안철수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대통령이 탈당 후 신당을 창당할 수도 있다는 신평 변호사의 말에 대통령실은 "평가할 부분이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어떻게 보시나.

"신평 변호사 얘기는 자칫 잘못하면 대통령에게 치명적이다. 근데 이걸 왜 놔두느냐. 김기현 후보의 선거운동에 도움이 되니까 놔두는 거라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를 파괴해서라도 김기현을 돕고, 안철수한테 '반윤(반윤석열)'의 낙인을 찍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김건희 특검'은 어떻게 생각하나.

"여당에서 정치하는 정치인으로서는 전략적으로 '김건희 특검'을 받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 있다고 본다. 왜냐면 지금 이재명 대표 수사 얘기가 나올 때마다 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안 하느냐는 논리로 민주당이 맞받아치고 있는데, 이것이 어느 정도 국민들한테 먹히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도 숨길 것 없다. 제가 그걸 바로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특검 하라고 확 열어버리는 것도 하나의 전략으로서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률가로서 솔직히 '김건희 특검'은 지금 상황에서 필요 없다고 본다. 민주당의 주장들이 모순적인 것 같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열심히 안 하고 뭉개고 있다고 하는데, 요즘 재판 기록을 보면 김건희 여사 관련한 내용들이 엄청 나온다. 

그 얘기가 사실이라면 김건희 여사를 직접 불러서 조사를 안 했을 뿐이지, 김건희 여사에 관한 조사는 된 것이지 않나. 그래서 저는 법률적으로는 특검을 할 정도의 수사 미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내용은 리얼미터 및 한길리서치 홈페이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태그:#천하람, #당대표, #윤핵관,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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