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더 빠르고 재미있는' 리그를 만들기 위해 경기 시간 단축에 박차를 가한다. 목표는 3시간 5분(정규이닝 기준)이다.

KBO는 8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서 "더 빠른 경기 진행을 통해서 야구팬들에게 더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보인다는 목표로 2023시즌 스피드업 규정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KBO리그는 스트라이크존 정상화, 스피드업 규정 강화 등을 거치면서 정규시즌 720경기 평균 소요시간(9이닝 기준)이 전년 대비 3분 단축(2011년 3시간 14분→지난해 3시간 11분)됐다. 올핸 이보다 6분을 더 줄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21일 두산과 LG의 경기에서 두산 정재훈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방문한 모습

지난해 8월 21일 두산과 LG의 경기에서 두산 정재훈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방문한 모습 ⓒ 두산 베어스


이번에 강화되는 규정들은?

먼저 경기 중 감독, 코치의 마운드 방문 시간을 엄격히 적용한다. 기존 리그규정에는 '[경기의 스피드업] 3. 투수교체 ②(앞 내용 생략) '마운드 방문 시 감독, 코치 또는 선수는 최대한 신속히 움직이며, 각 방문 시간은 30초로 제한한다(중략). 30초가 경과된 시점에서 심판은 이를 통보하고 감독 또는 코치는 즉시 덕아웃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30초가 경과된 시점에 곧바로 경기가 재개될 수 있도록 '25초가 경과한 시점에서 이를 통보하고 감독 또는 코치는 즉시 덕아웃으로 들어가야한다'고 변경했다. 또한 30초가 경과한 시점에서 포수는 포구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는 내용도 추가된다.

투수의 12초 룰도 손질을 봤다. 지난해까지는 주자가 없을 때 투수가 12초 이내에 투구하지 않으면 주심은 첫 번째 경고, 두 번째부터는 볼로 판정하면서 선수에게 2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올핸 퓨처스리그에 한해서 경고 없이 곧바로 볼로 판정되며 올해 퓨처스리그 시범 운영 이후 2024시즌 1군 적용을 검토한다.

엄격한 타석 이탈 방지 규정을 적용하고, 심판의 스피드업 평가도 실시한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선 순간부터 최소한 한 발을 타석 안에 두고 위반 시 벌금 20만 원을 부과하는 규정을 더 엄격하게 적용한다. 심판은 부득이하게 이탈이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타자의 이탈 규정 위반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 규정 준수를 이끌 예정이다.

또한 심판이 적극적으로 스피드업을 강조해 경기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심판 고과에 스피드업 평가도 반영된다. '엄격한 스피드업 규정 적용', '적극적인 스피드업 독려', '매끄러운 진행으로 신속한 경기 기여' 항목 등이 심판 평가에 추가된다.
 
 지난해 5월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키움의 맞대결, 클리닝 타임 이후 두산 선수들이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키움의 맞대결, 클리닝 타임 이후 두산 선수들이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유준상


클리닝 타임 때 선수들의 대화도 금지

'친목행위 금지 강화'도 강화된 스피드업 규정에 포함됐다. KBO는 "클리닝 타임 때 출장 대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상대 선수와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행위도 금지한다"고 알렸다. 구장 정비가 이뤄지는 2~3분 동안 워밍업에만 집중해야 한다.

또한 선수단 및 구단 임직원의 심판실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며 사적인 접촉도 금지한다. 위 사항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KBO의 설명이다.

스피드업 강화 규정을 결정한 KBO는 올 시즌 정규시즌 정규이닝 평균 시간을 3시간 5분 이내 단축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다. 스피드업이 가능한 규정 신설을 연구하고 적용을 검토해 지속적으로 경기시간을 단축하는 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더 많은 리그 관계자들이 스피드업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매월 스피드업 통계를 발표할 예정이며, 구단별 경기 시간 순위를 집계해 미흡한 구단에 통보한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노력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9월 2023시즌부터 투구 시간을 제한하는 '피치 클락'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와 있을 때 각각 15초, 20초 이내에 투구 동작에 들어가지 않으면 자동으로 볼이 선언된다. 타자는 8초가 남았을 때 타격 준비 동작을 하지 않으면 스트라이크가 주어진다.

다른 종목에 비해서 경기 시간이 긴 만큼 야구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이러한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KBO의 시도가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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