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민호는 1970년 1월 환문사에서 <이래서 되겠는가>라는 비중있는 정치 평론집을 펴냈다. 437쪽에 이르는 평론집은 당시 정계에서는 드문 일이었다. 정치인이 이만큼의 무게와 두께의 평론집을 내기는 쉽지 않았다.

내용은 1. 통일에의 염원. 2. 긴급동의. 3. 이래선 안 되겠다. 4. 구악과 신악. 5. 군정이냐 민정이냐. 6. 제3시대. 7. 의정 설계도. 8. 나의 정치이념. 9. 정의의 수난. 10. 단상 시비. 11. 수상 수삼(동남아시아 제국을 돌아보고) 12. 나의 투쟁. 13. 부록으로 꾸며졌다.

1969년까지 겪고 생각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신문·잡지 등에 발표한 기고와 국회발언, 그리고 부록에 실은 것은 언론의 인터뷰와 평가 등을 모았다. 

추천사를 쓴 정구영 공화당 전 대표는 <뜻 있는 동지들에게 충격과 공감을 준다>에서 의미있는 평을 한다.

"내 40여 년간 법조생활을 통해서 많은 범죄자와 피고인들을 보아 왔지만 월파처럼 독특한 정치적 신념과 정치적 뉘앙스로서 이승만 정권의 부정·부패에 대항했던 애국적 처신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월파의 전 저서 <나의 옥중기>를 통해서 그가 적나라하게 파헤친 옥중생활이며 독재의 비정은 세상에서도 공감하였으리라 생각하며 그의 근황에 대해서 몇 마디 하고자 한다. 월파와 나는 다른 노선의 정치생활을 하고 있으나 정치적 색채를 떠나서 개인적으로 늘 가깝게 생활하고 있다." (주석 1)

추천사를 쓴 또 다른 인사 정일형은 <광명의 선언서이기를…>에서 말한다.

"월파는 내가 소개할 필요도 없이 항일독립투사였으며, 반독재 투쟁의 선봉장이었다. 그의 대륙적인 풍모와 도량은 이미 내외에 널리 알려져 있으며 8년간의 영어생활을 하면서도 이승만 독재정권과의 대결을 멈추지 않았던 사실은 지금도 우리들의 마음 속에 그의 투지와 용기를 깊이 새겨 놓았다."고 평가한다. 

그는 이어서 "그의 투지와 혜안은 그의 단련된 체력과 투철한 정신력의 소산인 바 일기당천하는 그의 민주수호 투쟁은 가위 이 나라의 일천한 민주헌정사의 표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나는 지금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고 있지만 이를 초월한 우리의 우정에는 변함도 없다. 이 땅에 보수·혁신의 건전한 경쟁이 실현되어 국리민복의 요체를 얻으려는 그의 희원과 노력이 성취되길 나는 진심으로 축원하며, 한발의 가뭄 속에서 신음하는 이 땅의 혁신세력에게 한 줌의 물과 한 줌의 자양이라도 공급하려는 그의 작업이 순탄하길 축수한다." (주석 2)

책의 부록으로 실린 글 중에 <새 선량의 노크, 용산구 서민호씨 댁>이 눈길을 끈다. 그런데 아쉽게도 '출처'가 보이지 않는다. 1963년 제6대 총선에서 서울 용산에서 당선된 직후 어느 신문의 기사인 듯 하다.

"나는 굵은 집과는 무슨 인연이 있는 모양이지…. 형무소도 담벼락이나 지붕들이 높다랬는데 내가 사는 이 집도 높다란 지대에 치솟아 있단 말이야 허허……."

그 옛날 서대위 살해사건에 관련되어 '일곱번의 사형구형'이라는 사법사상 유례없는 재판 끝에 장장 8년 2개월을 대전교도소에서 복역했던 서의원은 너털웃음을 웃는다. 지금은 삼청동 산마루에 높다랗게 자리잡은 왜식 2층집에 살고 있는 그는 '피난국회'(2대) 당시 '거창사건'이며 '국민방위군사건' 등 하도 꼬치꼬치 캐냈다가 이박사의 미움도 많이 샀고 마침내 현직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옥고를 겪어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태어나는 손자들의 이름을 '치리(治李)' '치승(治承)' '치만(治晩)'이라고 지어 '이승만'을 '치(治)하려는 옥중투쟁'(?)까지 벌였다고 했다.

4.19때 국회의 결의로 풀려나오자 7.29 선거에서 거뜬히 당선, 국회 부의장을 지냈고 5.16직후에 모수사기관에 연행되어 4개월간의 구금도 당했지만 이번에도 서울에서 무난히 당선된 '삼선(三選)'의 행운아.

그는 모든 것이 빈혈증 때문에 고생하면서 몸을 돌보지 않고 애써 준 집사람 '하상희'(48) 덕분이라고 영광을 돌린다. 미국 콜롬비아대학의 정치학사인 서의원은 슬하에 5남2녀(원룡,  해룡, 항룡, 법룡, 진애, 진덕, 천룡)와 손자 넷을 거느리는 다복도 누린다. (주석 3)


주석
1> 서민호, <이래서 되겠는가>, 환문사, 1970.
2> 앞과 같음. 
3> 앞의 책, 118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월파 서민호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서민호, #월파_서민호평전, #월파서민호평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