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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에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서울 산책로를 소개합니다. 3년에 걸친 발품 끝에 덜 알려진 장소를 전 국민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기자말]
경복궁과 인왕산 사이의 서촌은 청운효자동과 사직동 일대를 일컫는 지역이다. 조선 시대부터 왕족과 양반, 중인들의 거주지로 이름나 있으며 일제 강점기 때에는 여러 화가와 문인들이 살았다. 윤동주 하숙집과 이중섭 생가터, 이상범 가옥, 박노수 미술관이 그러하다. 

현대에 와서는 청와대 경비를 위해 개발이 제한되었기에 아직도 옛 흔적이 남아 있다. 서촌의 중간 지점인 수성동 계곡을 통해서 인왕산의 동편 자락을 거닐어 볼 수 있는데 남산에서부터 북악산까지 한눈에 굽어볼 수 있어서 근사하다. 고도가 약 250m에 불과한 산책길이지만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수려한 조망점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수성동 계곡에서 석굴암을 거쳐 숲속쉼터까지.
▲ 인왕산 산책 루트. 수성동 계곡에서 석굴암을 거쳐 숲속쉼터까지.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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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 위해 산책루트를 표시하면 위 그림과 같다. 이번 산책 코스는 서촌을 바라보는 인왕산 자락을 타고 올라 청운효자동 방면을 조망하고 윤동주 문학관으로 내려오는 루트다. 이 산책길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은 인왕산 중턱에 자리한 석굴암이다.

늘어진 소나무와 암반 사이로 비취는 서울 시내 풍경이 훌륭할뿐더러, 군부대의 초소였던 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장쾌하다.

맑은 물소리 들리는 청계천 발원지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 마을버스 종로09번을 타고 종점에 내리면 수성동 계곡의 시작이다. 이곳은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에 나올 만큼 수려한 곳이었으나,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1971년 옥인시범아파트가 건립되면서 옛 모습을 잃었다. 이후 2012년에 낡은 아파트를 철거하면서 계곡 복원 사업을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수성동 계곡에서 바라본 인왕산 전경.
▲ 맑은 물소리 들리는 계곡. 수성동 계곡에서 바라본 인왕산 전경.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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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계곡 길을 따라 조금만 오르다가 우측 샛길로 들어서면 청운효자동을 굽어볼 수 있는 조망점이 2군데 나온다. 제법 지대가 높아서 근사한 풍경을 접할 수 있으며 옛 옥인시범아파트의 철거된 벽체가 흔적을 남기고 있다. 정자를 뒤로 하고 다시 계곡 길을 오르면 청계천 발원지를 거쳐 인왕산 석굴암으로 가는 이정표를 만난다.

데크 계단을 쉬엄쉬엄 오르면서 뒤돌아볼 때마다 서촌 풍경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다 보면 어느새 석굴암 약수터에 다다른다. 왼편으로 난 샛길을 따라 얼마간 오르면 노출된 암반 위에서 경복궁 일대를 조망할 수 있으니 빼놓지 말고 들러보자.

포개진 바위 사이로 비치는 포인트

다시 길을 따라 걸어 오르면 석굴암 바로 못 미쳐 좌측에 또 하나의 조망점이 산책객을 유혹한다. 비슷한 구도에서 바라보는 서촌 풍경이지만 제법 지대가 높아서 몇 걸음마다 색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한편, 석굴암은 포개진 바위 사이에 불전을 조성해 놓았기에 아늑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더욱이 암자 앞마당이 상당히 넓은 편이라 아파트 단지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낯선 푸근함과 여유로움이 있다. 오른편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마치 거인이 가지고 놀던 공깃돌 같은 바위 아래로 샘물이 솟아나며 고드름을 만들고 있다. 
 
노출된 암반과 늘어진 소나무 사이로 서촌이 드러나고 있다.
▲ 석굴암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풍경. 노출된 암반과 늘어진 소나무 사이로 서촌이 드러나고 있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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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근한 마당과 바윗돌이 어우러져 별천지에 온 듯한 풍경을 보여준다.
▲ 석굴암 마당 앞 경치. 푸근한 마당과 바윗돌이 어우러져 별천지에 온 듯한 풍경을 보여준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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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푹 파인 바윗돌 사이로 내비치는 서촌 풍경이 무척이나 볼만하다. 늘어진 소나무와 깎아지른 암반 사이로 북악산 자락에서부터 남산까지 한눈에 들어오므로 이번 산책 코스에서 가장 '사진적(photographic)'인 장소다.

석굴암 왼편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암석 위에 세운 전망대가 산책객을 기다리고 있다. 원래는 군부대의 초소시설로 쓰이던 암반이었으나 부대가 이전하면서 전망대로 꾸며졌다. 아직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고 있는 곳이라 한적한 가운데 서울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눈보라가 치거나 태풍이 물러간 뒤에 찾으면 꽤 드라마틱한 사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 인왕산 산책길은 뒤돌아 볼때 마다 절경입니다 #41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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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편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흔적만 남은 절터에 금동입상이 덩그라니 놓여 있고, 여기서부터는 데크길을 따라 인왕천약수터를 거쳐 포장도로까지 한달음에 내려갈 수 있다. 계곡 길을 따라 군데군데 노출된 서촌 풍경을 감상하며 산을 내려와 무무대로 가보자.

성곽길 옆 아늑한 숲속 쉼터

자동차길 옆의 도보를 따라 5분여 걷다 보면 무무(無無) 전망대다. 표석을 보니 '아무것도 없구나 오직 아름다움만 있을 뿐'이라고 적어 놓았다. 무무대에서 보는 풍경이 멋지기는 하지만 뭔가 맺어주는 포인트가 없어서 밋밋한 느낌이다. 약간은 허허롭다고나 할까? 비구름이 바람을 타고 흘러가야만 그럴싸한 그림이 나올 것 같다.

전망대를 뒤로 하고 북진하면 더숲초소책방으로 가서 차 한잔을 마실 수도 있지만, 다시 산길을 조금 올라 숲속쉼터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직선길로 계단을 조금만 오르면 울창한 수풀 사이에 세워진 현대식 건물이 나오는데 마치 둥지에 들어앉은 듯한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인왕산 동편 자락에 자리한 쉼터로서 둥지 속에 들어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숲속쉼터. 인왕산 동편 자락에 자리한 쉼터로서 둥지 속에 들어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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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군인들이 거주하던 공간이었으나 2018년 인왕산 개방에 따라 서울시에서 조성한 쉼터다. 음료를 팔지도 않고 음식물도 반입할 수 없으며 한가로이 앉아서 책을 보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공간이다. 숲속쉼터에서부터는 서울한양도성길로 이어지므로 성곽 너머 부암동 풍경을 감상하며 내려가다 보면 청운공원을 거쳐 윤동주 문학관이 나온다.

태그:#인왕산, #수성동 계곡, #석굴암, #서울 산책, #무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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