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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 나랑 이태원 놀러 갈래?"

평소 같았다면 친구에게 주저없이 보냈을 메시지인데, 창에 띄운 채 한참을 망설였다. '이래도 되나' 하는, 무의식 중에 가지고 있던 부채감이 떠올랐다. 그때 SNS를 통해 이태원에서 자선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 4일 열린 '렛 데어 비 러브(이태원에 사랑이 찾아오기를) 이태원' 공연이었다.

'렛 데어 비 러브 이태원'은 주민과 상인들이 이태원 참사 100일 맞아 연 행사다. 4일부터 이틀간 음악 공연, 모금 행사, 플리마켓 등을 열고, 수익금 전액은 기부단체와 유가족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들을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함께 나아가기 위해 나는 이태원에 갔다.

같은 마음으로 함께 한다는 것
 
  지난 2월 4일 개최된 '렛데어비러브(이태원에 사랑이 찾아오기를)이태원' 포스터가 부착된 거리이다.
▲ 이태원 거리  지난 2월 4일 개최된 '렛데어비러브(이태원에 사랑이 찾아오기를)이태원' 포스터가 부착된 거리이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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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시작되기 전, 한 재즈바에 조금은 긴장된 채로 들어갔다. 밴드가 도착하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관객들과 함께 음악을 즐기며 술을 마셨다. 그저 순간을 즐기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지금 그날의 그들과 같은 마음으로 이곳에 있다.'

관객들은 맥주 한 모금, 노래 한 곡에 그날의 그들을 기억했다. 마냥 신나게 걸음 했을 얼굴들을 그려본다. 음악을 안주 삼아 우리를, 그들을 위로했다. 음악 아래에서 우리는 함께하기 위한 마음을 모았다.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공연장을 많은 관객이 찾았다.
▲ 다시 북적이는 공연장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공연장을 많은 관객이 찾았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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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 참여한 아티스트도 그날을 기억하자고 외쳤다.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멤버 윤덕원씨는 무대에서 "가슴 아프고 천지가 개벽할 일이 벌어졌는데, 아물고 정리되기보다 그렇지 못한 모습이 많았던 100일이었다"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게 되기를, 다음 공연에서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등의 곡이 나오자 관객들은 함께 가사를 따라 부르며 하나가 되었다.

'안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 

10개가 넘는 공연장 앞에는 형광조끼를 입은 자원 봉사자들이 눈에 띄었다. 관람객이 한 공연장에 몰리기 시작하자 봉사자들은 "안전을 위해 입장을 제한한다"고 안내했다.

공연 주최 측인 팀 이태원 관계자는 "행사 진행 시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 덕분에 안전 사고 없이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토, 일요일에 각각 봉사자를 모집했음에도 자발적으로 양일간 봉사를 지원하는 봉사자가 상당수였다"고 덧붙였다.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이태원 거리를 가득 채웠다.
▲ 이태원의 밤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이태원 거리를 가득 채웠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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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도 끊이지 않는 추모

오후 9시, 공연이 모두 끝났다. 공연장을 나온 관객들이 발길을 멈춘 곳은 참사가 일어났던 골목에 위치하고 있는 '이태원 참사 기억의 길'이다. 빼곡히 쓰여진 쪽지를 가만히 서서 천천히 읽기도 하고 마음을 글자에 꾹꾹 눌러 담아 새로운 쪽지를 쓰기도 했다. 방법은 다르지만 기억하겠다는 마음 하나는 모두가 같은 밤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사람들이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쪽지를 쓰고 있다.
▲ 끝나지 않는 추모  공연이 끝난 후, 사람들이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쪽지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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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태원, #기억,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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