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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승화원에는 화장 후 유골을 분골하여 뿌리를 수 있는 시설인 유택동산이 있다.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 서울시립승화원 유택동산 전경 서울시립승화원에는 화장 후 유골을 분골하여 뿌리를 수 있는 시설인 유택동산이 있다.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 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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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의 화장률은 90.8%였다. 그렇다면 화장 후 유골은 어떻게 될까? 통계청이 조사한 '2021 사회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화장 후 봉안(34.6%) 이었다. 그 다음은 수목장과 같은 자연장이 33%, 화장 후 산·강·바다에 뿌리는 산분(散粉)이 22.3%, 마지막으로 매장이 9.4% 순이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수치는 22.3%의 산분이다. 왜냐면 실제 이용 수치는 고작 8.2%로 다른 방법에 비해 이용률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선호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용률 때문인지 지난 1월 5일 보건복지부는 화장한 분골을 산·강·바다 등에 뿌리는 '산분장(散粉葬)'을 제도화하고 2020년 8.2%인 이용률을 2027년까지 30%로 높이겠다는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종합계획에 있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클릭).

왜 이용률이 저조한 걸까?

개인적으로 죽고난 후 나의 유골이 뿌려지길 원한다. 유골함에 담겨 봉안당에 들어가는 것은 어쩐지 답답한 느낌이고, 굳이 자연의 한 구획을 차지하고 싶지도 않다. 물론 서울시립 자연장지는 40년 후 자연스럽게 자연의 일부가 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기간이 너무 길다.

나의 유골은 바람대로 유택동산에 뿌려질 수 있을까? 스스로의 사후사무를 직접 처리할 수는 없다. 장례는 내 몫이 아닌 남아있는 사별자들의 것이기에, 그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족들은 내 유골을 표식을 남기지 않고 뿌리는 것에 동의할까? 그다지 자신이 없다. 지금의 사회적 시선에는 산분이 다른 방법에 비해 '못하다'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산분이 여러 사람의 유골이 한데 섞이는 것이라는 이유로 '잡탕'이라 부르기도 하고, 어떤 장례지도사는 산골하는 사별자들을 보며 불쌍하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 화장장에 위치한 유택동산을 두고 "이곳에선 '무연고 사망자'들만 뿌려지는 건가요?"라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다. 유택동산이라는 존재 자체를 대부분이 모른다는 것이 선호도와 이용률의 상반된 지표를 방증하는 것 아닐까?
  
장례 방식 변천사

어떤 사람들은 산분이라는 방식이 우리나라의 장례문화와 맞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장례문화는 정치·이데올로기적, 사회 문화적 요인이 상호작용하여 급변해왔다. 국가는 일정한 시기에 특별한 목적으로 장례 정책을 시행하여 강제함으로써 장례문화에 영향을 미쳐왔다.

4세기 말경 고구려와 백제에 불교가 전래하였다. 이와 함께 불승의 다비를 시작으로 왕족, 귀족, 민간 층으로 화장이 확산하였다. 화장 후 유골은 분골하여 오늘날처럼 뿌리거나 유골을 용기(뼈 항아리)에 담아 탑 등에 안치하였다.

반면 조선시대에는 '주자가례'를 근간으로 국가가 매장을 강제했다. 당시 화장은 오랑캐의 습속이라 하여 탄압했다. 조선 중기 이후에는 유교식 상례가 정착하면서 시신은 매장하고 위패를 사당에 모셔 제사를 지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가 되자 일본식 화장 문화와 공동묘지제도가 도입되었다.

광복 이후에는 유교 방식과 일제에 의해 강제 왜곡된 방식이 병존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초반부터 도시화와 가족구조의 변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의지 및 사회지도층의 참여 등에 힘입어 화장률이 꾸준히 증가했다. 따라서 장례 방식은 불변의 전통이라고 보기 어렵다. 시대 상황에 따라 꾸준히 변화되어 온 것이다.
  
늘어나는 사망자, 우리는 모두를 봉안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이미 출생률 저하로 인해 인구감소가 시작되었다. 인구추계를 보면 2060년 정도까지는 사망자가 계속 증가한다. 그리고 지자체가 운영하는 봉안당은 이미 증가하고 있는 사망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립봉안당의 경우 봉안 조건에 수급자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마저도 만장으로 인해 봉안이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봉안을 원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사설 봉안당을 이용해야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사설 봉안당의 경우 적게는 시립 봉안당의 수배, 많게는 수십배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봉안당을 무턱대고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의 통계로 보았을 때 2060년에 피크를 찍은 후 사망자의 수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때가 되면 지금의 봉안시설은 과연 어떻게 될까? 새로 유입되는 사망자가 없는 상황에서 자손도 없어 관리되지 않는 봉안시설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관리할지 지금부터 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못하지 않은 선택지'로서의 산분장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보건복지부의 이번 종합계획에서 '산분장'을 제도화하고 이용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봉안과 산분장 두 가지 방법 중 무엇이 더 고인을 품위 있고 존엄하게 보내는 방식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 하지만 제도의 미비와 사람들의 인식은 방법에 있어서 '더 좋은 것'과 '덜한 것'을 나누게 만들었다.

국토 효율과 보건 위생의 관점뿐 아니라 자기결정권의 측면에서도 산분장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의지는 환영할 일이다. 많은 사별자들이 '덜한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인식 탓에 고인이 원했음에도 다른 방법으로 고인을 모시기도 하고, 산분을 하면서도 끊임 없이 자기변호를 하기도 한다.

특히 '무연고 사망자'의 사별자들은 고인의 유골을 산분하며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남들처럼 깔끔한 봉안당에 고인을 모시지 못하고, 이렇게 '덜한 것'인 산분을 한다는 죄책감이 그들을 괴롭힌다. 시간을 들여 '무연고 사망자'만 이렇게 산분되는 것이 아니며, 이 방법이 다른 것보다 못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을 들은 후에야 마음의 짐을 더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만약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인식 개선을 해준다면, 이러한 상황의 사별자들의 심리적인 부담도 줄어들 것이다.

이제는 화장 후 봉안만이 절대적 장례 방식이 아니다. 산·강·바다, 그리고 유택동산 등에 '산분장'이라는 또 하나의 선택지가 제시되었다. 나는 "나 죽으면 화장장 유택동산에 그냥 뿌려줘"라고 할 계획이다. 당신도 사망 후 뿌려져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산분장'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시고 검색해보시기를 제안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필자는 서울시 공영장례지원상담을 하고 있으면, 저소득시민 및 무연고자 장례지원하고 있는 "나눔과나눔"에서 활동 중입니다. 이 글은 '1코노미뉴스 http://www.1conomynews.co.kr' 오피니언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태그:#산분장,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 #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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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영장례지원상담을 하고 있으면, 저소득시민 및 무연고자 장례지원하고 있는 "나눔과나눔"에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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