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지원으로 만든 낙동강하구 환경 포스터를 들고 있는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지원으로 만든 낙동강하구 환경 포스터를 들고 있는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
ⓒ 김보성

관련사진보기

 
"세계적인 아웃도어 기업도 자연을 지키자는데 정부와 부산시는 뭐합니까."  

미국 2위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서울, 부산 등 전국 5곳의 매장에 낙동강하구 철새 관련 포스터를 비치한 것을 놓고,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은 환경보호에 책임이 있는 지자체의 모습이 기업보다 못하다는 쓴소리부터 내놨다.

그는 "낙동강하구에서 난개발이 이어지고 있다"며 "인구는 줄어드는데 필요하지 않는 교량을 계속 짓는다면 앞으로 큰고니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박 위원장의 걱정은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조사한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 결과에서 실제 현실이 돼 가고 있다.

2006년 1월 기준 6만6000여 마리에 달했던 조류 개체 수는 2021년 같은 달 4만7000여 마리로 줄어들었다. 전국 조사대상지역 중에 발견되는 조류 개체 종수는 낙동강하구가 가장 많지만, 그래프로 보면 감소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큰고니 등 멸종위기종은 줄고 있고, 도시화된 지역에 서식하는 새는 증가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부산시는 이곳에 철새 서식지를 관통하는 대저대교 추진을 강행하면서 찬반 논쟁을 불렀다.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는 환경단체의 반발에도 교통량 해소를 이유로 추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엔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제출하며 올해 착공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와중에 파타고니아가 낙동강하구 교량 건설 반대 활동 지원에 나섰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본 쉬나드 회장의 4조 원 규모 회사 지분 전액 기부로 관심을 모았던 파타고니아가 낙동강하구 교량 문제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관련기사 : 집 나간 백조를 찾습니다... 한국 환경문제에 18억 쓴 미국 회사 https://omn.kr/22mx4)

파타고니아의 환경문제 지원은 사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1% FOR THE PLANET' 기금을 통해 파타고니아는 지속해서 국내 환경 사안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사회적인 쟁점이 됐던 낙동강 녹조 검사도 파타고니아의 재정 지원이 뒤따랐다.

지난 3일 박 위원장에게 파타고니아의 지원을 둘러싼 뒷이야기,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역할 등을 들어봤다. 그는 행정이 부산엑스포의 부제인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을 실현하려면 낙동강하구 보호를 위해 당장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고등학교 생물교사 출신으로 20년 이상 낙동강하구의 철새 지킴이, 환경운동가로 살아왔다. 현재는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 외에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역할도 함께 맡고 있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절반 줄어든 철새... "이러다 큰고니도 못 볼지 모른다"
 
   
철새서식지 훼손 등 생태계 파괴 논란이 불거지자 협약과 공동조사를 거쳐 나온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대저대교 대안노선. 그러나 부산시가 대안노선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철새서식지 훼손 등 생태계 파괴 논란이 불거지자 협약과 공동조사를 거쳐 나온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대저대교 대안노선. 그러나 부산시가 대안노선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 김보성

관련사진보기

 
- 최근 파타고니아 매장에 낙동강하구 포스터가 있어 놀랐다. 언제 만들어졌나?

"부산과 서울 파타고니아 매장 5곳에 배포돼 있다. 일단 500부를 만들었고, 100부를 파타고니아의 협조로 비치했다. 나머지는 불교환경연대 등 여러 단체에 보내거나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앞으로 부산 시내에도 부착할 계획 중이다. 포스터 제작은 6개월 정도 걸렸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해서 11월 정도에 결과가 나왔다."

- 이런 포스터를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지금 낙동강하구에서는 난개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부산시가 대저대교, 엄궁대교, 장낙대교를 건설하려는 건 시민들을 속이는 일이다. 교량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교통량도 사실은 줄고 있는데 늘고 있다고 말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다리가 왜 필요할까?

그러나 시민들에게 제대로 사실을 알리지 않고 20년도 더 된 도시계획으로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핵심 지역을 훼손하는 교량건설을 밀어붙이려 한다. 그래서 포스터를 만들었다. 정확한 실태를 전하고, 시민의 서명 등 여론을 통해 난개발을 막아보려 한다."

- 낙동강하구는 어떤 곳인가?

"낙동강하구는 우리나라의 갯벌을 대표하는 곳이면서 최고의 자연유산 중 하나다. 썩어도 준치라고 지금 다소 망가졌지만, 아직 많은 철새들이 아직 머물고 있다. 한국 대표 갯벌이라고 하면 순천만 갯벌로 알고 있지 않나? 그런데 낙동강하구는 지금 남아 있는 면적만 하더라도 순천만의 3배, 우포늪의 10배에 달한다. 이런 면적이 확보돼 있다 보니 찾아오는 철새의 종류와 숫자가 가장 많다.

그렇지만 대저나 엄궁, 장낙대교 등 여러 교량이 서식지의 한 가운데로 관통을 하려 한다. 이게 만들어지면 그 기능이 핵심적으로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더 이상의 난개발은 치명적이다. 이번 포스터와 우리의 활동 이유도 그 때문이다."
     
- 멸종위기종인 큰고니(백조) 숫자가 얼마나 줄어들었나?

"대표적 철새 중 하나인데 최대 4천여 마리, 평균적으로 3천여 마리가 찾아왔다. 하지만 올해는 최근 관측했을 때 1400여 마리 정도, 즉 천 마리대로 확 떨어졌다. 절반인 셈이다. 최근 6년 중에 5년 동안 평균 천 마리에 불과한 고니가 낙동강하구를 찾았다. 과거와 다른 상황이 굳어지고 있어 걱정이다.

여름 대표 새 쇠제비갈매기는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등재된 새인데, 그동안 3천여 마리가 찾아와 번식했다. 그러나 을숙도대교가 생기고 4대강 사업하면서 2010년 이후에 절반으로 줄었다가 그 뒤에 더 감소해 이제는 완전히 0이 됐다. 천연기념물 큰고니 말고 고니도 있는데, 이 새도 현재 오지 않는다. 거의 사라졌다. 여기에 개발이 추가되면 낙동강하구 겨울 대표 철새인 큰고니도 볼 수 없을지 모른다."

"부산시, 파타고니아 반도 못 따라가고 있다"
 
부산의 한 파타고니아 매장 모습. 지구 살리기에 진심인 이 기업이 최근 낙동강하구 철새서식지, 교량 건설 문제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 "1% for the planet" 부산의 한 파타고니아 매장 모습. 지구 살리기에 진심인 이 기업이 최근 낙동강하구 철새서식지, 교량 건설 문제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 김보성

관련사진보기

         
부산의 한 파타고니아 매장에 배치된 낙동강하구 큰고니 등 철새 관련 프로젝트 포스터. '친환경 기업'으로 불리는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세계 뿐만 아니라 국내 환경 사안에도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 "1% for the planet" 부산의 한 파타고니아 매장에 배치된 낙동강하구 큰고니 등 철새 관련 프로젝트 포스터. '친환경 기업'으로 불리는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세계 뿐만 아니라 국내 환경 사안에도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 김보성

관련사진보기

    
- 이번 지원과 포스터 제작은 파타고니아가 제안했다는 말을 들었다.

"파타고니아 쪽에서 먼저 말을 했고, 절차를 밟아 기금 지원에 선정됐다. 이것 말고도 파타고니아는 2년 전 한겨울 '환경영향평가서 부동의 촉구' 농성장에 방한복을 후원하기도 했다. 이번 포스터 제작 등을 계기로 낙동강하구 보존 지원 금액을 지난해보다 더 늘린다고 한다. 올해는 그 규모를 2배 정도 확대하기로 했다."

- 파타고니아가 낙동강하구의 보존이나 생물다양성에 관심을 두는 부분을 어떻게 보나?

"환경에 진심이라는, 모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전체 매출의 1%를 지구 환경 보존을 위해 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기업의 이익이 경영주나 가족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라 항구적인 자연을 위해 쓰도록 명시했다. 눈 앞의 이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우리 사회, 난개발과 기후악당의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 기업이 분명히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 일각에선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 문화재 보호구역 해제 주장도 나온다.

"이게 얼마나 시대를 못 읽고 역행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자연을 지키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래서 지난해 12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바다(10%)와 육지(17%)의 기존 보호구역을 최소 30%나 늘려 지정하자고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여기엔 우리나라도 회원국이다. 각 나라가 보호구역을 증가시키는데 '해제하자'? 안타까운 일이다."

- 지자체나 정부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도 이렇게 나서서 지속가능한 자연환경을 도모하는데 정부나 시는 일부의 이익을 중심으로 개발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금 코로나19나 기후재난도 모두 자연 파괴에서 왔다. 부산시도 그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2030 부산엑스포의 부제로)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을 내세운다.

그러나 실제로는 파타고니아의 반도 지금 못 따라가고 있다. 계속 개발주의에 젖어 난개발과 토목사업을 강행하려 한다. 정말 부산시가 얘기하는 엑스포의 주제, 도시 슬로건(그린스마트 도시)이 이루어지려면 실제 그런 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야 한다. 낙동강하구의 자연파괴를 중단하는 등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태그:#박중록, #낙동강하루, #큰고니, #철새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